<세계 무대로 나갈 기회를 얻다>

 2009년 1월 초,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중 미지센터에서 청소년 환경회의 한국 대표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게시문을 보게 되었고, 평소에 환경이란 주제에 매우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런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신청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자기소개서와 환경에 관련된 영문에세이 한 페이지씩을 작성해서 제출하여야 했는데 자기 소개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할 지, 영문에세이의 주제는 무엇으로 잡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기나긴 고민 끝에 겨우 다 작성한 후 이를 제출하였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길 이틀, 미지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와 내가 1차 합격을 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나의 자기소개서와 에세이 작성에 들어간 나의 노고가 헛되지 만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직 2차 면접이 남아있었기에 전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면접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 환경에 관심 있는 이유 등에 대해서 긴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말하였다. 며칠 뒤 미지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종 합격자 공지에 나의 이름을 보고 나는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다. 이로써 나는 세계로 나아갈 티켓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국제회의에 참가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갈 수 있나요?>
 
 국제회의에 국가 대표로 참가하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간다면 그것은 필시 자국을 망신 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본 회의에 참가하기 앞서 이런 저런 만발의 준비를 하였다.

 실제로 쿠웨이트로 파견될 때까지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하여 총 네 번의 모임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때는 우리가 참가하게 될 회의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 앞으로의 사전교육이 어떻게 진행될 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지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서로 어색하기 그지 없었던 회의 참가자 세 명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단기간에 친해질 수 있었다. 다음 사전교육을 기약하며 오리엔테이션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났다.

 첫 번째 사전교육은 UNEP 한국 본부 청소년 팀장님께서 오셔서 UN의 구조, 환경 문제에 대한 인류의 여태까지의 노력,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이번 교육을 통하여 리우 회의, 발리 로드맵 등 어디선가 얼핏 들어만 보았던 개념들을 좀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평소에 궁금하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세한 답을 구할 수 없었던 문제들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사전교육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던 반면, 두 번째 사전교육은 환경 주제에 대해서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두 번째 사전교육은 에너지 정치센터와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이루어 졌는데 에너지 정치센터에서는 이진우 국장님께서 국제회의의 공동성명서 비준안 과정과 청소년이 만드는 기후관련 국내외 활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해주셨다. 국장님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하여 COP(Conference of Parties), SBSTA(Subsidiary Body for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Advice) 등에 대해서 비교적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또한 국장님께서는 전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해주시며 우리 청소년 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우리가 이번에 참가하는 회의에 가서 적용할 수 있는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에너지 정치센터에서 보낸 두 시간 가량의 시간은 너무나 알찬 시간이었다. 우리는 재빨리 또 다른 사전교육 장소인 서울시청 남산별관으로 이동하여 올해 서울시에서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와 서울시에서는 환경 개선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사전교육 때는 우리가 여태까지 사전교육을 통해 배운 것과 리서치를 통해 얻은 지식을 총 동원해서 만든 환경 문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연습과 국제 회의의 결의안 구조, 그리고 결의안의 작성 방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우리들은 수 차례의 사전교육을 통해 우리는 완전 무장을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쿠웨이트로 날아가다>

 파견 당일 날,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쿠웨이트로 향했다. 약 17시간이나 되는 장거리 비행이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쿠웨이트에서 펼쳐질 일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을 삼으며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쿠웨이트에 도착하니 화려한 리무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무진을 타고 우리가 20일까지 묵을 호텔로 향하는 길 도중, 우리는 이색적인 쿠웨이트의 길거리 풍경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외쳤다. 회의는 다음 날부터 진행되는 것이었으므로 우리는 호텔에서 부족한 조사와 회의를 앞두고 결의를 다졌다.

 17일부터 아침, 드디어 회의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쿠웨이트 교육부 장관님, 주최측 의장님 등 여러 분들께서 축사를 해주셨고, 일부 환경 관련 전문가 분들께서 오셔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이런 저런 강의를 해주시기도 하였다. 개막식이 끝나고부터 본격적으로 환경 회의가 약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전 회의 기간 동안 각 나라 대표들은 자신들이 회의에 참가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였던 이런 저런 자료를 발표하였고, 각 나라 대표들이 나와서 발표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수집하여 우리는 다 같이 환경 문제의 현황, 환경 문제의 원인 그리고 환경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서 다 같이 논의를 하였다. 때로는 다른 나라 학생들의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박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아시아 청소년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나갈 수 있었다.

 맨 처음엔 참가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여서 그런지 회의 도중 많은 학생들이 영어 대신 아랍어를 사용하여 맨 처음엔 회의를 이해하는 데 무척이나 힘이 들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비교적 탄탄한 통역 덕분에 큰 무리는 없었다. 회의 첫 날엔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해서 정말로 어색했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모든 학생들은 자연스레 벌써 친구 사이가 되어있었다.

많고 많은 참가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파푸아 뉴기니에서 온 분이었다. 이 분은 자신이 전에 한국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에 온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며 다시 한번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국을 방문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물론 4일 동안의 회의기간 전체가 다 회의 그 자체로만 짜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낮 시간에는 주로 회의가 진행 되었지만 저녁 시간에는 단체로 쿠웨이트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거나 자유 시간을 가졌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비교적 다양한 관광명소를 방문해 보았다. 쿠웨이트에 체류하면서 우리는 100층 높이를 거뜬히 넘는 쿠웨이트 타워에서 식사도 해보았고, 놀이 동산에서 재미 있는 시간도 보내보았고, 쿠웨이트 전통시장에서 쇼핑도 해보았다.

물론 회의 그 자체도 매우 의미가 있었지만 나는 이러한 다양한 체험 또한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쿠웨이트의 풍습,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방면을 몸소 체험하며 느낄 수 있었다.

 회의 폐막식이 진행되었던 19일, 우리 모두는 만난 지 며칠 만에 바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날 우리는 아시아 청소년 대표들이 다 같이 정리한 환경 문제의 현황, 환경 문제의 원인, 환경 문제의 해결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시아 청소년들의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환경 문제의 현황 발표는 쿠웨이트 학생, 환경 문제의 해결책은 싱가폴 학생, 환경 문제의 해결책은 레바논 학생이, 그리고 아시아 청소년의 선언문은 한국 대표였던 내가 발표하게 되었다. 나는 국제 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에도 매우 만족을 하고 있었는데 아시아를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지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로 정이 깊게 든 많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 다시 한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너무나도 값진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