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성 진

판개아 프로젝트를 미지센터에서 발송하는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평소에 국제 교류활동에 관심이 많아 이 프로그램에 관심 갖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보다도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국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참가자인 초등학생 아이들 뿐 아니라 나 스스로도 알아차리길 바랐고, 또 아이들을 대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기에

판게아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퍼실리테이터’였다. 부끄럽지만 퍼실리테이터라는 말 자체도 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말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조력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이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 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판게아 활동에 더 잘 참여하고, 더 잘 몰입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활동하면서 가장 주의했었어야 하는 점은 아이들에게 안 된다는 말을 쓰지 않고, 더 좋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내 역할에 부담을 주었고, 또 더 사려깊게 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판게아 프로젝트처럼 정말 지구촌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교류가 대부분은 언어로 이루어지기에, 그 벽을 넘기 힘든데, 이 프로그램은 그런 기존의 관념을 타파했다. 이런 면에서 이 활동을 마치고 난 만족도는 매우 크다. 아이들이 이 활동을 통해 정말 세계가 매우 가까이에 있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믿고, 나 또한 새삼스래 다시 느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림으로 의사사소통 한다는 것이 매우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통해 미지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을 더 가깝게 인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일본 친구들과의 웹캠활동 후 아이들이 말한 변화에서 일본친구들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는 아이들의 말이 촬영을 위한 상투적인 말일수도 있으나, 그 말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국제교류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배운 점이 많다. 마냥 어린 초등학생 아이들이 내 상상 이상으로 지적 수준이 높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애는 애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곤란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도 이 활동을 하면서 좀더 유연해 졌다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 나왔고, 많은 퍼실리테이터들이 쓰겠지만, 활동 사이의 기간이 너무 긴 것이 단점이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퍼실리테이터인 나도 활동 사이의 기간이 길어 활동의 흐름이 끊기자, 몰입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다. 이야기 나오는 것처럼 한 학기에 모든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매번 그림그리기만 하다보니 그림그리기 자체에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었다. 매 활동 마다 꼭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새롭게 환기시켜 줄 필요도 있을 것 같았다.

이 활동에 참가할 기회가 나에게 주어져서 너무나 감사했다. 다만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해,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퍼실리테이터나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주희쌤!! 이 말 안듣는 퍼실리테이터 데리고 활동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다른 퍼실리테이터 쌤들도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좋은 인연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