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은

대학생이 되고부터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겠다는 저 자신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1년 정도 아무 자원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나누는 기쁨을 느끼지 못해 답답하던 차에 판게아 프로젝트의 목적과 공유가치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있지만 해외에 나간다든지, 영어를 잘 해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장벽이 많아 참가 기회가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판게아 프로젝트는 인터넷과 그림 언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을 쓰지 않아도 많은 친구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퍼실리테이터들과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저는 그룹 퍼실리테이터를 맡았습니다. 판게아 활동을 의도에 맞게 잘 할 수 있도록 아이들 바로 옆에서 돕는 역할입니다. 활동 전에 agenda를 보며 퍼실리테이터 리더가 설명하는 오늘의 활동내용을 숙지하고, 활동 후에는 모두 함께 모여 피드백 시간을 가지며 더 좋은 판게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세계는 하나라는 판게아의 모토와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개인정보, 윤리규정 등에서 일본 특유의 세심함이 드러나 청소년 프로그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적절히 예방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끔 도리어 이러한 정확성과 세심함이 판게아의 재미를 떨어트리진 않나 고민도 했습니다. 매시간 일정량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담되진 않나, 주어진 규격, 도안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미니홈피를 꾸미고 한 달에 한번밖에 못 들어가는 게 작위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친구들이 지원해서 참가하는 것이라 퍼실리테이터들을 잘 따라주고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항상 기다려졌고 하루 활동을 끝내면 녹초가 됐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판게아 프로젝트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제 일 년을 풍성하게 해줬고 다른 활동가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담을 하자면 저희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셔서 항상 제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길 바라셨는데 교대에 안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재밌고 귀여워서 친구는 될 수는 있었지만 제가 아이들을 지도할만한 위인은 못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아이들의 친구는 되고 싶습니다.

판게아 프로젝트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소수의 참가자만 누릴 수 있단 것이 제일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학교로 나간다는 계획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또 다른 제안으론 판게아넷을 집에서도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세계는 하나라는 것을 한 달에 한번 있는 활동으론 깊이 느끼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엄격한 판게아의 보안규정을 조금 포기하고라도 아이들이 활발하게 다른 나라 친구들과 교류하는 데 따르는 편익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벌써 2011 판게아 활동이 모두 끝나서 아쉽습니다. 아이들이나 퍼실리테이터들과 더 많이 친해지고 싶었는데 앞으로 정기적으로 볼 일이 사라져서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