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YCC 참가자 송영욱

대학교에 다니면서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후변화였다. 작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COP 15)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소속 기관을 찾지 못해 참가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봄학기가 끝날 즈음 미지센터에서 멕시코에서 개최하는 ‘국제 청소년 기후 회의’에 참가할 한국 대표자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지원마감까지 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았는데, 마침 운 좋게도 제때 공고를 발견한 것이다.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과 겹쳤지만, 선발되면 그때 해결하자는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하였다. 지원서에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그 개요를 담아야 했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소 성적 표시제’를 응용한 ‘탄소 마일리지 제도’와 ‘교통 혼잡세’를 제안하였다. 이틀 뒤에 참가자에 선발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기말고사 일정을 조정하여 학기가 끝나자마자 멕시코로 향하였다.

도쿄, 휴스턴을 경유하여 총 17시간의 비행 끝에 멕시코의 푸에르토 바야르타라는 낯선 도시에 도착하였다. 사실 이 도시는 멕시코에서 유명한 휴양지로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리조트 중 ‘Marival resort’라는 곳이 회의가 개최되는 장소였다. 호텔 체크인을 할 때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는데, 그 팔찌를 보여주면 호텔에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All-inclusive 시스템이었다. 일찍 도착한 해외 참가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하루 전 주최 측에서 푸에르토 바야르타 투어를 제공해주었다. 약 5시간 동안 이국적인 느낌의 휴양 도시를 돌아보고, 해외 참가자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참가자 등록 절차가 있었다. 이름표, 가방, 티셔츠, 브로슈어 등을 받고 참가자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밤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환영공연을 관람하였다. 특히 멕시코 음악이 연주될 때, 참가자들과 함께 스테이지 앞으로 나가 춤을 추었는데, 남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개회식에 함께 회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참가 규모는 해외 참가자 30여명, 멕시코 현지 참가자 300여명 정도로 구성되었다. 주로 남미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아 스페인어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심지어 오전에 진행되었던 프리젠테이션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일정을 조정하여 해외 참가자들은 따로 회의실에 모여 프로젝트 제안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였다. 각 참가자들은 건강, 자원, 신재생에너지, 생물다양성, 음식 등 한가지 분야를 택하여 그 범위 내에서 행해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나는 지원서에 제안했던 ‘탄소 마일리지 제도’와 ‘교통 혼잡세’를 범세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발표하였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프리젠테이션이 모두 끝나고 분야별로 팀을 편성하여, 각 분야에서 시행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기후변화 방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최종 제안서를 완성하였다. 이 제안서는 올해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될 기후변화총회(COP 16)에 회부되어 반영된다고 한다. 밤에는 국제문화의 밤이 열려, 해외 참가자들이 각국의 전통 의상과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포함한 한국 참가자들은 한복이 없어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세 번째 날 오전은 근처 해안가를 보트로 투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많이 친해진 해외 참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초청 연사 두 분과 함께 워크샵을 가졌다. 첫 번째 워크샵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워크샵에서는 산림 분야에서 재식림(Reforestation)을 통한 기후변화 방지 방법에 대해 듣고 다같이 토론하였다. 강연자 분들 모두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활발한 토론과 질문을 유도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지막 날 밤에는 Mexican party가 있었는데, 멕시코 참가자들이 현지 의상과 문화 공연을 하고 남미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회의 마지막 날, 전날 늦게까지 놀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폐회식에 참석하였다. 주최측 대표 인사들과 정부 관계자분들의 폐회사를 듣고 활동증명서를 수여 받았다. 지난 3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해외 각국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이제 막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지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에 쉽게 서로를 떠나 보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다음에 한국 또는 그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작별을 했다.

멕시코에서 4일에 걸친 회의 기간 동안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얻었다. 기후변화라는 공통적 관심사로 구성된 소중한 인적 네트워크와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회의를 발판으로 미래 기후변화 전문가가 되어 세계 기후변화 총회에서 한국을 대표하여 발언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면을 빌어 좋은 기회를 주신 미지센터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