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지원서를 쓰기까지 조금은 망설여졌다. 시험을 이틀 앞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코 앞이 시험이라는 사실에 굴하지 않고 지원서를 써서 합격이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우울함이 극에 달할 것만 같았다. 자기소개서를 쓰며 노심초사했다. 참가신청서를 완성해서 메일로 보낸 후 서류 면접 발표가 나는 날에 수신확인을 했는 데 읽지 않았다고 되어있어 매우 놀라 미지센터에 전화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무사히 서류면접을 통과했고 면접을 보는 날이 되었다. 10월 20일, 수학 시험을 본 날이었다. 시험을 망쳐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미 익숙했던 미지센터 언덕을 오르며 투지를 다졌던 것 같다. 비장한 마음과는 달리 면접을 보면서는 계속 실수를 한 것 같아 다시 한번 우울하게 언덕을 내려왔다. 불안하긴 했지만 뭔가 붙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늘 이런 좋은 예감 뒤에 찾아오는 좋지 않은 결말을 겪어온 터라 마음속에 억지로 기대하지 말자고 나 자신을 억눌렀다. 그 다음날 최종합격자라는 문자를 받고 너무나 기뻤다. ‘너도 이제 공부 좀 해야지 않겠니’라는 친구들의 충고는 이미 한 귀로 흘렸다. 10월 22일,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낯을 가리는 내 성격 때문인지 매우 어색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지만 선생님들, 참가자들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았다. 사실 한 두 차례 사전모임을 하면서는 이렇게까지 친해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세번, 네번 모임을 가질수록 더욱더 가까워지는 우리들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열번이 넘는 사전 모임을 모두 마치고 ‘제 16회 국제화상회의’라는 타이틀 아래 마지막 만남이었던 평가회를 끝내며 우리는 서운함에 발을 뗄 수 없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달 남짓한 시간이 금방 끝나버릴 것이라고 예상조차 못했기에 유독 이별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어차피 한달 후 기말고사가 끝나면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못 만날 사람들처럼 긴 시간동안 작별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