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동’ 이라고 하면 나는 내전, 이라크 전쟁, 납치 등 결코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몸소 느껴보고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Youth Climate Conference를 참가하기 위해 쿠웨이트를 갔다 오면서 중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평소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탓에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이런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차에 미지센터에서 청소년 환경회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좁은 울타리 안에서 내 주변에 보이는 문제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나 협력 등을 이끌어 내어야 하는 국제회의에 참여함으로써 내 시야와 관심사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번의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해서 참가하는 기회가 그리 쉽게 오겠는가? 자기소개, 영문에세이, 면접 그 무엇 하나도 간단치 않았지만 운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다.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화를 받고 나서는 들뜬 마음에 네이버 검색창에서 대뜸 ‘쿠웨이트’ 라고 쳐 본 기억이 난다. 쿠웨이트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하지만 쿠웨이트와 관련된 블로그나 카페가 거의 없어서 더욱 궁금해지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게는 쿠웨이트란 이름이 너무나 생소했으며 내가 쿠웨이트에 대해 알고 있던 단 한 가지는 세계사를 배울 때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략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쿠웨이트는 인구도 적고 나라도 작지만 중동의 산유국 중 하나여서 GNP도 꽤나 높고 문화시설도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중동국가에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엄청난 설렘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사전교육을 좀 더 주의을 기울여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3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내가 가장 어렸고 두 명의 다른 참가자들이 내게 무척 잘 대해 주어서 나는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 느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전교육은 쿠웨이트에 가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꼭 필요한 내용들을 많이 보충해 주었다. 에너지 정치 센터, TUNZA 담당자, C40 주최하시는 분들과의 만남, MUN 작성법 배우기 등 회의에 참여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은 익혀서 간 것 같다. 특히 환경에 대하여 아무래도 많이 미숙한 나에게 좀 더 많은 지식과 상식을 불어넣어 주었다. 에너지 정치 센터에서는 NGO들의 역할과 그리고 환경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를 들었다. 또한, 여러 가지 환경 개념과 알아두어야 할 환경 결의안 등을 살펴보았다. 이제까지 열렸던 환경 회의들의 중요성, 의의, 문제점, 그리고 2009년 열릴 환경 컨퍼런스의 중요성 등을 살펴보면서 회의참석 전에 필요한 중요한 환경 관련 사항들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또한 환경 문제를 좀 더 깊게 살펴보면서 다시 한 번 환경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C40 담당자 분들을 만나 많은 말씀들을 듣고서는 에너지 정치 센터에서 배운 것과는 또 다른 환경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C40 등과 같은 이벤트를 주최하고 홍보하면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 알게 되면서 환경문제를 홍보하시는 분들의 노력과 노력의 결실을 살펴보게 되었다. MUN 작성법을 배우는 시간에서는 UN 등과 같은 회의에서 따라야 할 회의 작성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 작성법을 배운 결과로 이것이 나중에 실제 회의에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첫날,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여 마침내 쿠웨이트에 도착하였다. 17시간이나 걸리는 길고도 지루했던 시간이었지만 초행길이어서 내내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도착 후 내가 본 첫 모습과 느낌은 여인들이 모두 머리를 가리고 다니며 날씨가 매우 따뜻하다는 것, 그리고 높은 빌딩이 별로 없으며 거리의 나무들은 한결같이 못생겼다는 정도였다. 호텔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바로 호텔에서 나와 일행들과 함께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비로소 쿠웨이트라는 낮선 중동국가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4차선 도로를 두, 세 개 쯤을 건넜는데 차들을 매우 빨리 달리고 신호등이 전혀 없어서인지 상당히 위협을 느꼈다. 사람들이 도로에 별로 없고 다 차로 이동해서 그런지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았다. 바로 앞에 해변이 있었는데 남자들만 간혹 있고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다음날은 공식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주어졌다. 아침 일찍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농업부(administration of agriculture) 빌딩으로 갔다. 신기한 것이 중요한 빌딩마다 기도실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3번 기도를 한다고 한다. 남자 기도실과 여자 기도실로 구분되어 있었다. 도착하니 현지 쿠웨이트 학생들이 부스를 마련해 쿠웨이트 도시 또는 지역별마다의 특징, 음식, 팜플렛, 시디, 선물 등 많은 것을 제공해 주었다. 모두와 사진을 찍고, 전통 아라빅 커피를 마셔보기도 하였다. 그 후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서 중요한 분들의 연설을 잠시 듣게 되었는데 당황했던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같이 온 참가자들이 함께 앉았었는데 자리가 남녀 구분이 명확히 되어 있었다. 또한 거의 다 아랍어로 진행이 되어서 힘들게 느껴졌다. 거기서 쿠웨이트 친구를 만나서 쿠웨이트에서, 또는 중동 국가에서 여자로 사는 것이 힘드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코란에 써있는 그대로 행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쿠웨이트는 매우 개방적이고 안전한 국가라고 하였다. 언어를 쓸 때도 나이가 많은 분은 아버지, 적으면 아들. 이웃이나 잘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친근감있게 말한다고 했다. 거기서 또한 파푸아 뉴기니에서 온 친구도 만났는데 한국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와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한국에 대해 무척이나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4 국가만이 (말레이지아, 태국, 파푸아 뉴기니, 한국) 비아랍 국가여서 신기하고도 뭔가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아랍어를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다음날부터 공식적인 워크샵과 회의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랍권의 많은 나라들이 발표와 연설을 아랍어로만 하였기 때문에 어려움과 반발이 있었으나 통역 및 영어를 쓰는 것으로 정리되어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낮에는 회의가 진행되고 저녁시간에는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도록 일정이 조정되어 있었다. 살인적으로 높은 물가 탓에 여러 가지 개별적인 경험을 해 볼 수는 없었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전통시장에서 눈으로만 체험한 것만으로도 분명 멋진 경험이었다. 이색적인 음식과 의상, 종교적인 관습 등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쿠웨이트에 있는 가장 큰 몰에 가보면서 쿠웨이트의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쿠웨이트는 물가에 비해 먹을 것은 종류도 다양하면서도 싸다. 몰에 가본 반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는 쿠웨이트의 전통 시장에 가보기도 하였다. 오전에 가니 기도를 하는 날이여서 사람이 많이 없다가, 오후 기도가 끝난 후에서야 사람들이 가게를 열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중동 국가는 종교가 일상 생활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웨이트는 관광 명소가 아니라서 기념품이라 해도 열쇠고리나 깃발 같은 것 밖에 못 봤다. 하지만 전통 의상, 히잡, 그리고 북적되는 좁은 거리에 걸으면서 값을 흥정해 보니 사람들과의 정도 느껴졌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값진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했던 사전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었으며 환경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의 정책방향이나 노력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중요한 경험들이었다. 회의에 참석해서는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으며 비록 처음에는 어색하고 잘 모르던 사람들도 짧은 시간 내에 친해 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대표들은 준비해 간 한복을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환경이라는 주제로 만나는 자리이긴 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고유의 문화를 쉽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으며 다음 기회에 오는 사람들은 우리 고유의 좀 더 다양한 문화를 선뵐 수 있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들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마주쳐서 대화하면 많은 부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4일간에 걸친 회의기간동안 아시아 각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이 오늘날의 환경문제의 실상과 원인, 해결방안들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고 마지막에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마무리를 지었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이었지만 각 나라에서 온 청소년 대표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었고 또 아쉬운 작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