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자원봉사
글쓴이 유지원     소속 서울시립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날짜 10.04.01     조회 2898

내 생애 단 한 번

지난 2월, 우리 국민 중 김연아 선수의 고혹적인 본드걸을 보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금빛 질주를 보며 숨죽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대한민국 대표팀이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막을 내린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는 관중이 아닌 자원봉사자로서 특별한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88년생 ‘호돌이’인 나에게 평소 특별하게 다가왔던 올림픽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 감동이 지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었다.
캐나다 기본정보
-
위치
북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있는 영국연방 국가
수도
오타와 (Ottawa)
언어
프랑스어, 영어
기후
냉대, 한대, 대륙성기후
종교
로마가톨릭교 42.6%, 개신교 23.3%
인구
약 3314만 명

세계가 만나는 곳

수 천 년 동안 인디언의 땅이었던 북미 대륙에 영국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뒤로 캐나다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는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서해안 연안에 위치한 밴쿠버는 온난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으로 인해 관광 도시로 이름이 높으며 전반적인 생활수준도 높아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로 손에 꼽힌다.
서쪽 연안의 밴쿠버는 석양이 특별히 아름다운 도시이다.

긴 기다림

밴쿠버에서의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조직위원회는 2003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위원회에서는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일찍부터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봉사자를 모집했다. 2010년도 상반기 워킹홀리데이에 합격해 출국을 앞두고 있던 나는 88년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태어나 평소 올림픽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김연아 선수 등 우리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칠 무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본 게임 1년 전인 2009년 2월 출국하기 전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란에 평소 즐겨 하는 스포츠에는 딱히 쓸 것이 없어 평소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그 후 첫 인터뷰를 보기까지는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동안 혹시 불합격된 게 아닌가 싶어 많이 걱정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신청자가 많고 여러 조건을 따져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인터뷰 후 정식 봉사자로 배정받는 데에는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공항으로

인터뷰에서 과거 경험이나 지원 이유, 개인 선호 등을 묻고 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나는 어느 날 조직위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YVR 국제공항에 A&D Representative로 배정되었습니다!' 지망하는 곳 모두 집과 가까운 곳으로 대답했던 나는 집에서 한 시간이 걸리는 공항에 가게 되자 적잖이 당황했다. 게다가 경기장/비경기장으로 봉사자 배치가 나뉘어 되는 상황에 비경기장에 배정받게 되었으니 실제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고 지루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의 이런 걱정들은 나중에 쓸데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도대체 A&D란 무얼 말하는 걸까? 조직위에 대놓고 물어보기엔 '나 영어 못해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지만 인수합병이라는 단어만 나와 있어 계속 머리를 아프게 했다. 알고 보니 A&D는 Arrival &Departure로 공항에서 선수와 관계자들의 도착과 출발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공항 내부가 원주민(first nation)테마로 꾸며져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요
-
개최
밴쿠버 & 휘슬러
기간
올림픽 2010년 2월 14~28일
패럴림픽 2010년 3월 12~21일
참가
올림픽 80개국 이상 / 패럴림픽 40개국 이상
일정
올림픽 19종목 / 패럴림픽 5종목
장소
밴쿠버/휘슬러
경기장 9곳 + 비경기장 11곳
고객
각국의 올림픽, 패럴림픽 위원회
국제 스포츠 연맹
미디어와 스폰서, 마케팅 파트너
조직위원회
관중

예비 자원봉사자

 volunteer 'Journey' 정식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정말 '여정'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길다. 첫 오리엔테이션과 교통 팀 전체 오리엔테이션, 유니폼과 출입증 발급, 봉사장 트레이닝..단 2 주 동안의 올림픽이지만 모든 자원봉사자는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야 '정식'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느리더라도 정석대로 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퍽이나 부러웠다. 나의 경우에는 특별히 공항에서도 보안 구역 안쪽에 들어갈 일이 많아 여러 서류를 제출하고 공항 임시 출입증도 발급받는 등 일반 봉사자보다 더 많은 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기다리던 스케줄도 나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1일 10시간씩 14 쉬프트, 총 140시간 봉사하며(쉬는 시간 포함) 모든 자원봉사자는 올림픽과 더불어 3월 중순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참여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복학을 위해 2월 말에 돌아가야 하는 나는 슈퍼바이저와 상담 후 1월 말~2월 중순까지 쉬프트를 몰아서 다시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봉사자로서는 드물게 풀 타이머 (주 5회 이상)가 된 것이다.
총 4가지의 교육용 가이드북을 받게 된다.

Go Team A&D!

1월 25일 공항으로 첫 '출근'을 했다. 시간 조정 때문에 본 경기보다 2주 일찍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날은 공항 자원봉사 중 A&D 팀이 운영되는 첫 날이기도 했다. 모두가 '초보'인 것이다. 선수단과 관계자들 등이 아직 입국을 시작하지도 않고 해서 할 일이 별로 없는 우리에게, 매니저가 와서 팀 미션을 주고 갔다. '공항 내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 세 개를 적어 오시오' '공항에서 술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누군가를 호출하려면 어떻게?' 재미있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공항 지리에 익숙해지라는 것이었다. 비교적 큰 크기가 아닌 YVR 공항이지만 항상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낯선 곳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첫 날은 금방 가버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초반부에는 업무 매뉴얼에도 빈 곳이 많아 특이한 일을 겪을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해 주었다.
  5시 반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지하철로 향한다. 7시에 공항에 도착해도 해가 완전히 뜨지는 않아 쌀쌀하다.. 체크인과 동시에 출석 스티커를 받고, 공항 전용 식권과 간식을 제공받고 공지 게시판에서 국제선과 국내선 중 어디에 배정받았는지와 그날의 변동사항을 확인한다. 본부에서 가져온 라디오를 켜서 채널과 교신 상태를 확인하고, 몇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가동해 공항의 도착 정보와 일반 올림픽 관광 정보를 띄워 놓고, 그날그날 지하 본부에서 발급되는 도착하는 이들의 명단을 받아 우리 고객을 파악하면 그 날의 세팅이 끝난다. 공항 내에서도 우리 팀의 업무는 조금은 특별하다 하겠다. 대다수가 교통 혹은 인원 통제를 위해 서서 일하는 공항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할애된 데스크에서 보내게 되었다. 우리의 주 '고객'은 운동선수들과 스태프, NOC 각 국가별 올림픽위원회, IOC 국제 올림픽 위원회, 그 외에 스폰서들이나 일부 미디어 관계자들이다. 그날 기상 등의 변수에 따라 도착 사항에 변동이 없는지, 그들이 등급에 따른 교통편을 제대로 제공받았는지, 등등을 체크하고 필요에 따라 본부와 교신하며 그때그때 대응한다. 많게는 한 번에 70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수단의 경우 도착 시간에 맞춰 수하물 벨트 쪽으로 경기장으로 바로 부치는 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경기장 코드에 맞춰 백 태그를 발급하고 붙이는 것을 돕는다. 모든 수하물이 빠짐없이 잘 도착했는지 체크하고 누락되거나 지연된 수하물의 경우 항공사와 연락하며 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비영어권 국가 중 필요에 따라 선수단 리더가 사전 신청을 해 놓은 경우 직접 픽업을 해서 드라이버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수많은 변수를 파악해 미리 매뉴얼을 짜 놓는대도 항상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선수단/미디어/스폰서/조직위윈회 등을 'olympic family'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서류를 공항 보안 구역 통과 전 특별히 설치된 전용 부스에 제출해 accreditation(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이 중에는 이름과 소속, 그리고 제공받을 수 있는 교통편 등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문제는 이 부스를 보지 못한 채 보안 구역 밖으로 나가버리면 다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국제선 부스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또 미디어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수하물 벨트 안쪽부터는 취재가 불가능한데,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편으로 온 일부 취재진이 '승객'인 점을 위시하며 촬영을 시도하거나 일반인이 전문가용 장비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한 번은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 측에서 취재하려는 것을 내가 강하게 막고 본부에 신고를 했는데 나중에 공항 전체 자원봉사자 매니저가 사정 청취하러 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오기도 했다. 다행히 내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장으로 부치는 짐에 국가 코드와 경기 코드를 각각 세 글자의 알파벳으로 써 넣는데 오타가 나 보내기 직전에 고쳤던 적도 있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일처리에 능숙해졌고 나중에 합류한 팀원들이 무엇을 묻더라도 자신있게 대답해 줄 수 있게 되었다. 항공사와 위원회 모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항상 없어진 짐이 나온다. 이럴 경우 선수에게는 짐 도착이 "연기되었습니다"라고 말해두고 출발지와 계속 컨택을 한다. 같은 출발지에서 DH항공편으로 오는 선수의 짐이 누락되어 AC 편으로 도착한다고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는데, 항공사 데스크로 가 보니 AC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팔짱끼고 대한항공은 그날 도착편이 없어 데스크 자체가 닫혀 있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다. 이때 S가 일한 경력을 십분 살려서 AC항공을 살살 달래며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마지않았다.
 코카콜라를 필두로 공식 스폰서 등에서는 기념 핀을 발급해서 오다가다 받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국가별로 오륜과 국기가 있는 대표팀 공식 핀이 가장 귀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선수단이나 스폰서에게 '핀 좀 주세요!'하고 요청할 수가 없다. (ㅠㅠ) 그래서 생각하다가 물어보지 않아도 가서 도와 줄 거 있나 괜히 물어보고 짐 옮기는 것도 도와주곤 했다. 별로 성과는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받은 국기 핀은 중국 대표단 선수가 짐 끌어줘서 고맙다고 준 것이다. 한국 핀을 받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내 Accreditation 카드. 각종 핀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서비스 레벨과 소속을 알 수 있다.(내 경우의 OCOG는 조직위원회의 약자이다.)

아름다운 사람들

 'blue jacket' 상의가 전부 파란색인 자원봉사자들의 별명은 '푸른 자켓'이었다. 경기가 가까워지자 공항도 푸른 물결로 넘실거렸다.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항 봉사자의 녹색 자켓과 푸른 자켓을 번갈아 입으며 풀타임 자원봉사자로 계시는 J 할아버지께 여쭤 보았다. '힘들지 않으세요?' '물론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돈 벌 만큼 벌었으니 쉬어도 되겠지. 그런데 말이다. 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단다.'  그 외에도 에어 캐나다 미국 지부에서 일하다 날아와 항공 관련 지식으로 많은 도움을 준 S, 유명 약대에 다니다 짧은 방학을 쪼개 참가한 A 등등 모두의 열정이 또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었다. 진지하게 임하면서도 항상 소소한 유머가 빠지지 않기도 했다. 한 번은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길을 물어보는데 그들이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해 허둥대고 있었다. 그때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W가 그들에게 다시 물어 보더니 단번에 알아듣고 저리 가라고 설명해 주었다. 사람들이 가고 나서 나의 영어 실력을 원망하며 좌절해 있는데, W가 상냥하게도 "왜 그래,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봐주어서 "아니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못알아듣잖아.." 하고 하소연했더니 가만히 있다가 "엉? 뭐라고? 못 알아듣겠어~" 라고 갸웃거리는 동작을 취했다. '네가 제일 도움이 안 돼!' 하고 화를 내려고 했는데, 씩 웃던 W가 "농담이다, 그 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못하는 거니까 그 때마다 실망하지 말라. 잘하고 있다"고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발랄하게 가 버렸다.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들 입국 때마다 필요한 것이 있나 살피러 나온 대한항공 지점장님도 퍽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국 선수가 있을 때마다 수하물을 체크하러 갔기 때문에 나중엔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선수들은 짐을 모두 숙소로 가지고 간다고 해서 정작 내가 도울 일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에어캐나다 등 선수가 다른 항공편으로 도착해도 보러 오셨다. 
바네사, 로잘린, 잭, 제니퍼, 셜리

올림픽의 열기 속으로

 개막일인 14일이 가까워 오자 중심지인 다운타운은 온통 올림픽 분위기에 휩싸였다. GE에서 아트 갤러리 앞에 개설된 아이스링크는 수시로 돌아다니는 올림픽 마스코트를 보려는 아이들로 붐볐고, 기념주화를 교환하는 곳이나 무료로 개방된 미술관 앞에서는 4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K방송사의 동계올림픽 특집에 나와 눈길을 끌던 집라인(Zip line, 로프에 매달린 채로 긴 트랙을 순식간에 활주하는 액티비티) 이 도심 한복판에 설치되어 아침 일찍 타러 갔는데, 줄은 한참 이어져 있고 예상 대기 시간이 7시간 반이었다. 경악하다가 맨 앞에서 기다리는 분에게 여쭤 보았다. "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 "응, 아침 4시 반 정도?" 결국 집라인은 탈 수 없었지만 거리 곳곳에 설치된 부스에서 신문 1면에 우리 사진을 합성한 인쇄물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를 대변하는 거리 공연도 펼쳐지고,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면서 다같이 응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개막식 리허설에 참가하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 특전으로 리허설 표가 무상으로 선착순 제공되었는데, 운이 좋아 가운데 구역은 아니었지만 앞에서 5번째 줄에 앉아 리허설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CG를 많이 사용하는데 흰 천을 스크린으로 쓰기도 하고 바닥에 직접 투영하기도 하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북미의 원주민들 'first nation'에 대한 헌사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보면서 최근에 봤던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서 혼자 큭큭대고 웃었다. 곳곳에 앉은 사람들이 모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마다 목청껏 소리를 질렀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리허설이라 진짜 선수들이 아니고 자원봉사자들이 깃발을 들고 입장했다는 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성화 점화만 빼고 본식과 똑같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개막식 당일에는 집앞으로 성화가 지나가기도 했다! 마침 집이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잉글리쉬 베이 근처여서 아침부터 성화가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모두들 몰려 있었는데, 진행 차량과 경찰차를 동원한 봉송자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행히 나는 신문 가판대 위에 올라갔다가 좋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주자 분이 성화 불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 교대한 후 같이 사진도 찍었다.
본 개막식과 다를 바 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개막식 리허설
성화 봉송하시던 분이 교대 후 포토타임에 같이 포즈를 취해 주셨다. 

그녀를 만나다

 2월 17일, 얼마간 휴일을 보내고 돌아갔더니 동갑내기 친구 A가 귀띔해 주었다. "이틀 후에 유나킴이 올 거래!" "응, 한국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 이미 그녀의 입국 일정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후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고, 한국 보안팀도 얼마 전에 와서 특별히 신경써줄 것을 당부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19일은 나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역시 김연아 선수의 열렬한 팬인 A도 마침 같이 일하게 되어서 우리는 쓸데없이 의욕에 불타올랐다. "우리가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지켜주자!" team Yuna가 토론토에서 국내선으로 입국 예정이었기 때문에 슈퍼바이져에게 미리 졸라 그날 스케줄은 둘 다 국내선 고정으로 받고, 안 그래도 새벽반인데 10~15분 일찍 와서 내용도 없는 작전 회의를 했다. "이 쯤에 여기로 올 테니까." 
 우리가 걱정했던 '어둠의 세력'들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오늘 김연아 선수 여기로 오는 게 맞나요?" "유나 킴 몇 시에 오죠?" "죄송하지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매일 항공편과 도착시간이 포함된 명단이 나오지만 보안상 외부인에게는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중에 신문을 보니 한 호텔 직원이 기자가 물어보자 김연아 선수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묵고 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 주었다고 해서 정말 화가 났다. 어둠의 세력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대포알 카메라를 들고 와서 각을 잡는다. "저 사람들 이따가 더 많아질 텐데 괜찮을까요?" "일반인은 수하물 벨트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걱정 마세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더 많이 몰려들고 출입장은 터질 지경이었다. 
 공항 홈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하고 있는데 도착시간이 약 15분 정도 빨라졌다. '늦게 오는 것보다는 미디어를 덜 만나겠구나!' 하지만 그때만으로도 충분히 많았다. 소속사에서 보냈는지 보디가드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지리 파악이 잘 되지 않은 듯했다. "그러니까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거지?" 약간 걱정되는 마음으로 보안 구역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만 쳐다보았다. A는 아시아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나를 채근했다. "J, 왔어?" "아직. 저 사람들은 아니야"
  한순간 술렁임이 일고, 오서 코치와 어머니,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등장했다.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마음을 놓게 하는 미소였다. 사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체하거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를 잡아 주었다. 인간띠를 만들고 있는 공항과 올림픽 자봉들이 한국 보디가드들과 대화가 잘 안 통해서 거들러 갔다. "이렇게 동그랗게 대열을 만들어서 호위할 거에요." 그대로 통역해서 전해 주었는데 말한 대로 하지 않아서 무안했다. 길이 잘 뚫려 있지 않고 짐이 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려 플래시와 함성 속에서 김 선수는 얼마간 서 있어야 했다. 옆을 지나가면서 "어휴 김연아 선수가 고생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푸하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모 개그 프로의 대사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잠시나마 큰 웃음을 주었다니 다행이었다. 그녀와 일행이 나가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연습 경기와 쇼트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만날 기회가 두 번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나중에 공항 도착 사진을 확인하다가 뒷면에 내가 흐릿하게 나온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일(현지 시각) 도착사진. 다행히 나는 멀리 있어서 얼굴이 아주 조금 더 작게 나왔다.
20일 첫 공식 연습 사진.

안녕, YVR

항상 길게만 느껴졌던 10시간이 금방 가버리고, 나의 공식 스케줄이 모두 끝났다. workforce에서는 마지막 쉬프트 기념 선물로 시계를 받았고, 내가 매일 귀찮게 했던 슈퍼바이져 M은 'hard worker에게'라며 작은 노트를 주었다. 한국에 많이 놀러가 봤다는 S 할머니는 내가 돌아가는 줄 몰랐다며 꼭 다시 오라고 당부했다. 늘 데스크를 공유했던 숙박 팀의 Z는 다정하게 안아 주며 항상 열심인 거 알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공항의 베테랑 자원봉사인 J 할아버지는 공항 핀을 많이 쥐어주셨다. (나중에 올림픽 핀과 몽땅 교환해버렸다...죄송해요.)  괜히 슬픈 기색 보이기 싫어서 '나 24일에 가는데 그날 일 안해도 나 보러 올거죠? 인사하러 들를게요!' 하고 밝게 웃으며 떠났다. 나는 출국하던 날 2시간 일찍 도착해서 일사천리로 체크인 전 절차를 모두 끝내고 국제선 국내선에 들러 오래 그리워할 사람들을 한 번씩 안아 주었다.
Accreditation 뒷면에는 출석도장 카드가 있는데 마스코트 Mukmuk에 다다를 때마다 혹은 마지막 쉬프트에 선물을 받는다.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A와는 마지막 공항투어를 겸해 한 번 더 만났다. 지금도 메일로 연락하고 지낸다.

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

밴쿠버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반짝이는 마음으로With glowin heart'지만 자원봉사자 슬로건은 '네 마음을 보여줘, 함께해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이다. 나는 이쪽이 훨씬 더 좋다. 'play my part'함으로서 올림픽은 밴쿠버인의 것뿐만 아니라 나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마음이 모여 세계인의 축제를 이뤄낸 그 현장에 나는 분명히 있었다. 그 충만함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한 걸음을 딛게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참가국
캐나다 (Canada)
기간
2010년 1월 25일 ~ 2월 19일
비용
없음 (대중교통 및 조식과 중식, 간식, 유니폼, 참가자 기념품과 인증서 제공)
지원팁
지원분야 관련 경험, 동계 스포츠 실력, 응급처치 자격증, 영어 실력 등이 필요합니다.
  • 인쇄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라인
  • 구글+

  • 도배방지
  • 도배방지
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현재페이지 1 / 3

우리와 너희 사이의 벽은 높지 않았다!
이성혁동학중학교
13.10.28hit 8204

Give and take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여름-
허안나백석대학교
13.10.28hit 4255

청소년 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
조수빈중학교
13.06.20hit 3983

나를 찾아 떠나는 2012 한-인도 포럼
김승찬대학생
13.06.20hit 18242

마력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임지수서운중학교
11.12.05hit 4474

슬프지만 행복한 그 곳, CITY OF JOY - INDIA, KOLKATA, Mother Teresa's House
홍지선한국외대 독일어통번역학과
10.12.03hit 7762

꿈꾸는 의대생의 발칙한 여행기
홍종원관동대학교 의학과 4학년
10.11.11hit 7230

오늘도 커피 한잔하셨습니까? - 2010 서울희망누리 체험담
백수안서울전동중학교 2학년
10.10.04hit 4384

나의 젊음을 한번 보실래요?
양은정해외봉사단 라온아띠
10.09.08hit 5816

햇살 속으로-인도 , 교환 학생 프로그램
김지우숭실대학교 미디어학부
10.06.07hit 5629

여행일지 공정여행 원칙으로 되돌아보는 히말라야 여행기
박아람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10.06.07hit 4694

도전으로 장식된 청춘의 한 페이지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강새나상명대학교 행정학과
10.05.03hit 3223

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자원봉사
유지원서울시립대학교 신소재공학과
10.04.01hit 2899

지구 북쪽 끝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다
최대한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10.03.09hit 5669

무더운 8월, 캄보디아에서 쓴 일기
이호석휘문고 1학년
09.11.04hit 5275

특명! "우즈베키스탄에 IT 우정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김진선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09.10.01hit 4561

아이타아이들과 함께 한 9박10일
강기원영남대학교 국제통상학과
09.09.07hit 5111

너와 나- “우리”가 내일의 희망이야
하초롱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09.07.31hit 3092

Namaste, India! 찬란했던 인도와의 목하열애
하아련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09.07.31hit 4346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정민호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09.07.06hit 4962

'도전' 과 함께 떠난 그곳에서 ‘행복’을 만나다.
이수진국제워크캠프기구(IWO)
09.06.04hit 4907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왔던 나라, 태국!
조용완대원외고졸업, 미국유학예정
09.05.02hit 4964

Sabai Dee! 싸바이디! 라오스
유재연인천대학교 무역학과
08.12.04hit 3979

신 짜오 베트남-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요원 파견
김효성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
08.10.28hit 5375

You will be addicted to Esplanade! - 인턴쉽 체험기
김혜수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8.10.28hit 2902

대한민국 해외 청소년 봉사단, [꿈과 사람 속으로]
민혜아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2학년
08.09.12hit 4096

[2008베이징올림픽]말 탄 스포츠외교관!홍콩 샤틴 경기장 속으로~!따그닥따그닥
윤화영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 스포츠외교전문가과정
08.09.12hit 358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