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지구 북쪽 끝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다
글쓴이 최대한     소속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날짜 10.03.09     조회 5755

평화가 숨 쉬고 있는 노르웨이

지구환경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의 아마존. 지구평화의 허파는 아마 노르웨이가 아닌가 싶다. 2009년 2월 노르웨이 제 3도시로 알려진 트론하임(Trondheim)에서 전 세계 학생들이 세계평화를 위해 국제학생축제(International Student Festival in Trondheim, 이하 ‘ISFiT')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400명에 가까운 다국적 학생들이 ‘세계 평화’라는 주제를 갖고 미래 국제 사회의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전 세계의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지만, 무엇보다 노르웨이라는 곳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서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더 뿌듯하게 만들었다.
▲ 트론하임 시내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트론하임은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세계2차대전 당시 전략적 해군 기지였다. 이 때문에 나치 독일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다. 지금은 북극 지역을 포함한 국가와 하이 노스(High North)라는 동맹체를 통해 극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도시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트론하임은 평화의 중요성을 잘 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다름 아닌 ‘세계 평화’였다. 트론하임의 역사와 함께 주제를 잘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도시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숲으로 우거진 산,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 그리고 하얀 눈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다름을 존중하는 평화

평화는 다름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해서 그들에 대해 느끼고 배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노르웨이는 이렇게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타협해 나가는 데 있어 앞서나가는 국가 중 하나이다. ISFiT는 노르웨이의 다양성 존중에 대한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명성 때문인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축제이다. 그리고 그런 다양함이 ISFiT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을 위한 국제 행사가 열리면 한 쪽 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와 가까운 대만, 일본, 중국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그 외에는 동남아 참가자들이다. 우리와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생소한 문화를 가진 중동,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의 참가자들은 몇 명 나타날까 말까 한다. 지난 2008년 여름에 참가했던 한 국제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중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여기에 동남아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외국 참가자의 90%를 넘어버린 행사였다.
이러한 다양성은 참가자의 지역적 배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들을 보면 ‘세계 평화’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2009년 행사의 경우 다음과 같이 17가지의 소주제로 나눈 워크샵들을 통해 세계 평화를 접근하였다.
워크샵 코드 소주제
WS01 Peace as a concept
WS02 Arms Inc. & Tech.
WS03 Governing systems
WS04 International trade
WS05 Health - the cure for conflicts
WS06 Children - the silent voices of society
WS07 Film & photo - shooting for peace
WS08 Peace enforcement
WS09 Religion - belief in peace?
WS10 Sports - building a common ground?
WS11 Human rights
WS12 Demobilisation - disarmament & reintegration
WS13 Women
WS14 Development through migration
WS15 Energy & technology
WS16 Music - jamming for peace
WS17 Student peace action movement


이렇게 세계 평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토론만 가능한 소주제들이 있는가 하면 ‘WS07 - Film & photo’의 경우 실제로 참가자들끼리 모여 세계 평화를 나타내는 작품을 제작하고, ‘WS16 - Music’의 경우 참가자들이 직접 작곡하고 함께 잼 세션(jam session)을 펼친다.
내가 참가했던 ‘WS14 - Development through migration’에서는 이주민과 관련된 자원봉사나 실무를 했던 청소년들이 참가했는데,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거기다 이주민 롤플레잉과 같은 활동과 다양한 토론 방식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세계 평화로 이어질까 고민하고 몸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르웨이 알아보기

주최국이 갖는 특권은 자기 나라 문화를 반강제적(?)으로 접하게 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참가자들도 별 거부감 없이 그것을 체험하려고 하기 때문에 궁합이 맞는다. 평화에 대해 논하고자 모였는데, 평화를 사랑하는 노르웨이의 문화적 배경을 알아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닌가. ISFiT는 이러한 요구에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러면 ISFiT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노르웨이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1. 홈스테이

보통 여행을 가게 되면 하룻밤 흔쾌히 재워 줄 수 있는 지인이 없을 경우 돈을 주고 호텔이나 다른 숙박 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홈스테이를 하는 것이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하고 가치관을 배우기에 좋다. ISFiT는 축제 기간 내에 참가자들에게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개인의 요구 사항을 고려하여 거기에 알맞는 홈스테이 가정을 배정해 준다.
나는 시내에 위치한 여대생 네 명이 사는 빌라로 배정 받았다. 부럽다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어떻게 그런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낼 수 있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별 것 아닌 일이다. 게다가 네 명 중 한 명은 여행을 간 상태여서 자리는 넉넉했다. 한국 같았으면 여기저기 걸려 있는 여자 속옷들을 보면서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했을 텐데, 노르웨이에서는 오히려 부끄러워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같은 대학생이었기에 한국과 노르웨이의 차이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2. 노벨 '학생' 평화상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은 스웨덴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뜬 후 스웨덴의 여러 기관을 통해 자기 축적해 놓은 엄청난 유산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에게 자기 이름을 딴 상과 상금을 수여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정해 놓은 분야 중 평화상은 유일하게 노르웨이 의회가 수여하도록 부탁했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ISFiT는 노르웨이가 주최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이기 때문에 노벨 학생 평화상을 매 행사마다 수여해 왔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부대 행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상식은 노벨 평화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래서 매스컴을 통해서만 들었던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이런 자리를 함께 하는 것 자체도 큰 영광이었지만, 노벨 평화상의 전통과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더 큰 의미 부여를 위해 오케스트라, 전통 춤 등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마련되었다.
2009년 노벨 학생 평화상의 주인공은 서사하라(Western Sahara)에서 온 여학생이었다. 서사하라는 1976년 스페인 통치 이후 인접 국가인 모로코가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내전이 일어났던 곳이다. 결국 북부 2/3은 모로코, 남부 1/3은 모리타니 영토로 분할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독립을 위한 게릴라전이 일어나고 있으며 유엔평화유지군(PKO)이 주둔해 작전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노벨 학생 평화상을 받은 여학생은 시상식에서 독립 시위의 처참한 광경들을 사진으로 보여 주는 등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3. 스키 체험

노르웨이인들은 스키를 발에 끼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스키는 노르웨이인의 생활이다. 겨울에는 눈이 지난 1월 초 한국에 눈 내린 것보다 더 심하게 내리고, 겨울 내내 쌓여 있다. 열흘 간의 일정 중에 하루는 스키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키장은 트론하임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이동하였다. 스키 잘 타는 사람, 못 타는 사람, 눈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람, 눈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스키 잘 타는 사람을 보면 모두들 감탄사를 날렸고, 못 타는 사람들이 넘어질 때마다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중에는 스키 없이 몸을 날리며 눈 속을 가로지르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4. 사일런트 워크

트론하임 정부는 ISFiT가 열릴 때마다 사일런트 워크(Silent Walk)라는 퍼포먼스를 해 왔다. 이제는 ISFiT의 전통이 되어버린 사일런트 워크는 참가자 전원이 횃불을 들고 줄지어 트론하임 시내 일대를 도는 행사이다. 이 퍼포먼스는 트론하임에서 가장 큰 교회에서 (형식적인) 예배를 끝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평화를 위한 부르짖음은 이런 건전한 행위 예술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불을 한 명 한 명 붙여 주는 모습은 평화에 대한 우리의 마음 하나하나를 심어 주는 모습이었고, 모두 함께 시내를 돌면서 공동체 사회, 협력, 연대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다.


‘세계시민’이라는 의식부터 가져야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지내다가 해외로 처음 나가게 되었는데, 우연치 않게 ISFiT라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세계 지도에서 봤던 국경들은 하나둘씩 지워졌고, 나와는 다른 방식 그리고 다른 가치관을 갖고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ISFiT는 우리나라 학생들도 꾸준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씩 참가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 무대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세계 속의 한국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국제사회에 대한 시민인식을 갖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국이라는 표면적 국가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 한 명의 지구촌 시민으로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책임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평화라는 것은 각자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테두리 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 놓으면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웃끼리도 서로 관심을 갖고 신경 써 줘야 마을 전체가 평화로워지듯이 지구촌도 서로 아껴 주고, 생각해 줘야만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참가국
노르웨이 (the Kingdom of Norway)
기간
2009년 2월 20일 ~ 2009년 3월 1일 (차기 행사는 2011년 2월)
프로그램
International Student Festival in Trondheim 2009
일정
날짜 오전 오후 저녁
2.20(금)   등록 및 홈스테이 배정 개막식
2.21(토) 워크샵별 오리엔테이션 워크샵별 오리엔테이션  
2.22(일) 워크샵별 프로그램 워크샵별 프로그램 사일런트 워크
밴드 공연
2.23(월) 워크샵별 프로그램 국가별 문화 공연
전체회의 및 특강
글로벌 축제
2.24(화) 스키 체험 스키 체험 밴드 공연
2.25(수) 트론하임 관광 워크샵별 프로그램 미술 전시회
밴드 공연
2.26(목) 전체회의 및 특강 워크샵 간 교류 노벨학생평화상 시상식
2.27(금) 워크샵별 프로그램 워크샵별 특강 송별회
2.28(토) 정리 및 수료증 수여식 폐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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