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행복했던 12일 - 네팔
글쓴이 김효영     소속 코피온 해외봉사단 10기

날짜 09.11.04     조회 3485

떠나기 전 우리 모두의 얼굴에 적혀있던 설렘이 기억납니다.
'우리가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머릿속을 맴돌던 그 생각 때문에 조금은 어두웠던 표정도, 애써 감추려 더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던 공항에서의 우리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그렇게 설렘과 걱정을 가득안고 출발할 때만 해도 사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12일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네팔의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보다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무언가를 나눠준다고, 아이들을 위해 내가 봉사한다는 오만한 생각이 이따금 고개를 들었었고 그때마다 저는 그 질문에 딱히 다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팔에 도착해 우리가 방문한 곳은 청각장애우들이 다니는 Bahirak barak School. 높은 사립학교담장 사이에 위치한 이 작은 학교, 본래 색을 잃어버린 교실과 복도사이에서 우리는 첫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한 붓질로 밝은 색을 덧칠해나가자 아이들이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네팔수화로 인사를 건네자,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웃어주던 그들의 환한 미소, 눈빛으로 나누었던 수많은 교감들이 조각조각 제 가슴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Bahirak barak School 일정을 마치고 갔던 SHCDO 보육원. 나마스떼하고 먼저 인사해주던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두 번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왁자지껄함 속에서 이제는 익숙하게 페인트칠을 하고 준비해간 교육프로그램과 공연을 하면서, 그들 속에서 한 걸음 더 자라난 제 자신을 느낍니다. 고사리 같은 손들로 쳐주던 박수, 제 품으로 달려드는 아이들을 안아 올리면서 제가 누린 12일이 더없이 소중한 시간임을, 한없이 행복한 나날이었음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교육프로그램과 게임, 운동회, 비누방울을 하며 그곳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 아이들의 웃음 한번에도 미소가 지어졌고 그런 제 자신을 보면서 더 웃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겁게 누르고 있던 현실의 짐들을 아이들의 웃음 속에 흩어 보내면서 제가 그들에게 나눠준다 했었던 오만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주고자 했던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제가 받은 것은 너무 많아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들이 제게 안기며 전해준 36.5도. 그 체온으로 전 따뜻해졌고 그래서 행복해졌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떠나기 전의 설렘과는 다른 감정의 응어리가 가슴을 누릅니다.
네팔이라는 도화지에 그려내고자 했던 우리들의 열정들이 기억 속을 스쳐 지나가자
땀 흘리고 수고했던 노력만큼 우리가 얻은 감동,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와는 또 다른 감정, 또 다른 눈물에 목이 메어 저는 그저 말없이 팀원의 손을 잡아 봅니다.
괜찮다. 괜찮다. 격려해주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여주던 곳.
그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누구보다 많이 사랑하고 그보다 더 많이 사랑 받았던 네팔에서의 추억들 때문에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갑니다.
 
어느 시인이 이들의 아름다운 눈빛을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어느 화가가 이들의 미소를 캔버스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던 아이들. Bahirak barak School과 SHCDO 보육원에서 만난 천사들 때문에 우리는 쉬는 방법을 잊고 구슬땀을 흘렸고, 보고만 있어도 따뜻해졌던 아이들과 그 환한 미소 때문에 서울에서는 잊고 있었던 진짜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봉사라는 것이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과정임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저는 다짐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보내자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떠나기 전의 저의 다짐을 떠올렸고, 네팔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렸고, 그 다짐이 지켜졌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스무가지의 색깔을 지닌 사람들과, 각각의 색 이상의 빛으로 그려낸 지난 12일을 떠올리고 추억하면서, 저는 제가 이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영감을 받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밝은 성격으로 힘들 때마다 우리를 웃겨주었던 사람, 의기소침해 있을 때 옆에 다가와서 어깨를 두드려주던 사람, 페인트칠을 할 때마다 늘 노래를 불러주던 사람, 묵묵히 세심하게 팀원들을 챙겨주던 사람, 아이들을 가슴으로 안아주던 사람.
우리 팀의 모든 사람에게서 저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번 봉사 활동에서 얻은 것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몸은 고되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말.
떠나기 전에게 참 아이러니하고 가식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네팔에서 돌아와 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습니다.
네팔아이들의 환하고 꾸밈없는 모습.
그들이 저에게 너무 과분하게 준 사랑에 이별의 순간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이렇게 많은 뽀뽀세례를 받고
근육이 떨리도록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던 장엄의 경지 히말라야.
해가지면 쏟아지던 별들, 별똥별들.
수영장 벤치에 누워서 서로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살아온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던 우리들의 늦은 밤들.
 
저 혼자였다면, 전 네팔을 이렇게 아름답게 기억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 곁에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것,
제가 분에 넘치게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고, 감사해야할 것이 너무 많고
사랑받고 사랑주기에 충분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9월을,
사람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때문에 저는 지금 더 없이 행복합니다.
 
참가국
네팔
기간
2009년 9월 7일~ 2009년 9월 18일 (12일)
일정

  • 20090907 네팔 카트만두도착, 오리엔테이션
  • 20090908 (Bahira Barak School 도착) 노력봉사 및 교육봉사
  • 20090909 노력봉사 및 교육봉사
  • 20090910 노력봉사 및 교육봉사
  • 20090911 문화교류 및 기증식
  • 20090912 문화교류 및 미니운동회
  • 20090913 (SHCDO보육원 도착) 노력봉사 및 교육봉사
  • 20090914 노력봉사 및 미니운동회
  • 20090915 노력봉사 및 교육봉사 및 문화교류
  • 20090916 문화탐방 및 현지 NGO단체 방문
  • 20090917 문화탐방 및 송별회
  • 20090918 문화탐방, 인천으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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