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아이타아이들과 함께 한 9박10일
글쓴이 강기원     소속 영남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날짜 09.09.07     조회 5246

 
8월3일 이른 새벽 인천공항. 대학을 휴학 중인 나를 포함하여, 사춘기의 마지막 능선을 넘고 있는 여고생, 건장한 체격의 중학교 체육선생님,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등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총 38(일반인 12, 성심여고 16명)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왜 일까? 바로 필리핀으로 단기해외봉사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국제아동돕기연합(이하 UHIC)이 주관하는 제9차 필리핀 단기해외봉사 활동이 지난 3일부터 13일 동안 총 9박10일의 일정으로 이루어졌다. 필리핀 하늘에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보다 시원하고, 필리핀 하늘에 내리쬐는 태양보다 뜨거웠던 9박10일간의 해외봉사활동. 새로운 친구,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던, 그 현장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자.

인천의 아침은 당신의 아침보다 빠르다

  3일 자정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항공편으로 필리핀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여행 전 밤잠을 설치는 설레임 대신, 밤새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다. 설레임은 잃었지만, 아침 비행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심야행 공항 직행버스를 운영한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4시간30분을 달려 다른 봉사자들 보다 조금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남은 시간 처음 와보는 인천공항 이곳저곳을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인천공항청사에 밤새 꺼졌던 냉방이 다시 시작되고 하나, 둘 출근하는 직원들의 빠른 발걸음이 인천공항의 아침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공항은 금세 인천공항 직원, 떠나는 자와 돌아오는 자가 한데 어울려져 북새통이 되었다. 공항청사를 지키는 여러명의 경찰특공대, 신종플루로 인해 얼굴을 반쯤 가린 내·외국인들, 저마다 바쁜 총총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공항의 삭막함을 몸소 느끼고 있던 그때, 수많은 인파 틈사이로 반가운 우리 봉사단원들의 모습 보였다. 우리 봉사단의 인솔자로부터 간단한 유의사항을 듣고, 해외봉사자 신분증을 인도받았다. 처음으로 목에 걸어본 해외봉사자 신분증을 통해서 봉사자이자 동시에 민간외교사절단으로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무사히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냉전의 바람앞에 고향을 잃어버리고...아이타족

  인천공항에서 4시간 날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도착한 우리는, 색다른 이국의 경치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대형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게 될 바탄(Bataan)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에게 생소한 바탄(Bataan)은 수도 필리핀에서 차로 3~4정도 떨어진 곳으로, 세계적인 휴양지인 수빅(Subic)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장장 9시간의 이동을 거쳐 바탄에 도착한 우리는 숙소인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에 짐을 푼 뒤 긴 여정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튿날 아침 우리는 실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게 될 까나완(Kanawan) 마을로 향했다. 까나완(Kanawan)마을은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에서 차로 30분 정도 이동하고, 구름다리를 건너, 30분정도의 산행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오지 중의 오지이다. 이곳 까나완 마을은 아이타(Ayta)족을 중심으로 20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겨우 쌀과 소금으로 끼니를 때우는 빈민촌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깊은 산골 까나완(Kanawan)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타(Ayta)족은 원래 바탄의 넓은 숲과 한없이 펼쳐진 들판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풍족한 민족이었다. 하지만 냉전시 대, 미국-베트남의 전쟁이 베트남의 승리로 끝나면서 비극이 시작되게 된다. 베트남 전쟁이 공산주의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면서, 베트남에서 자유주의 진영에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가까운 필리핀으로 피신 오게 된다. 당시 자유주의를 지지했던 UN은 필리핀 정부에 베트남에서 피신 온 자유진영 난민수용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필리핀 정부가 이를 수락한 이 후 UN은 베트남으로부터 피난 온 자유진영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바탄에 대규모 입주 단지를 세우는데, 그 결과 원래 바탄(Bataan)을 삶의 터전으로 삶고 살아가던, 아이타(Ayta)족은 깊은 산골로 내몰리게 된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 UN 난민수용입주단지는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라는 기술개발단지로 바뀌었고, 아직도 아이타(Ayta)족 구름다리 건너고, 산행을 해야 닿을 수 있는 깊은 산골 까나완(Kanawan) 마을에 살고 있다. 한 가지 애석한 점은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바로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라는 것이었다. 아이타(Ayta)족에게 봉사를 하기 위해서 아이타(Ayta)족을 깊은 산속으로 내모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단지에서 숙식해야 하는 아이러니. 바탄(Bataan)의 하늘도 그걸 아는지 연일 비울음을 쏟아냈다.
 
 

첫 번째 나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까나완(Kanawan)마을에서 우리가 전할 첫 번째 나눔은 바로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처방전이 없어도 되는 기본 약품과 영양제를 공급하고, 이 기본 약품과 영양제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간이 보건소를 짓는 것이었다. 그 이름은 CNSC(Children Nutrition Supply Center). 우리는 첫날 보건소가 지어질 주변부분이 침수되지 않게 물골을 파고, 물골을 파서 나온 흙으로 보건서 바닥을 수평으로 만드는 기초 작업을 했다.
바탄(Bataan)을 따라다니는 살인적인 더위와 습도는 우리를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우리가 방문했던 8월3일~12일까지는 바탄(Bataan)의 Rain season이였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우리의 작업속도를 더욱 더디게만 했다. 실제로, 하루에 몇 번씩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떠오른 태양이 봉사단을 집어삼킬듯 이글이글거렸다. 그러나 더위와 게릴라성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들의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CNSC(Children Nutrition Supply Center)건물 완공을 위해서 노력했고, 이에 감동한 까나완(Kanawan) 마을의 주민들과 아이들도 손수 CNSC(Children Nutrition Supply Center)를 짓는데 참여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루 종일 무거운 흙더미와 더위,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씨름했던 우리는 그들의 따뜻한 배려와 환영에 고단함도 잊고 문명에선 느껴보기 힘들었던 보람과 감사, 꿈과 희망을 한 가득 안고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 돌아올 수 있었다.
 
 

두 번째 나눔-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는 세상

“We are here to MAKE FRIENDSHIP WITH YOU”

  까나완 초등학교(Kanawan primaryschool) 에서 그들에게 처음으로 건네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멤돈다. 우리 단체의 소개도, 우리가 시행할 프로그램에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우리가 나눈 두 번째 나눔은 작고 소박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는 세상만들기’였다. 이미 한국에서부터 여러 차례 회의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미리 프로그램과 준비물을 챙겨온 뒤라 우리는 이번 봉사활동을 큰 어려움 없이 시행했지만 단 하나, 봉사기간내내 잦은 휴교를 했던 까나완 초등학교(Kanawan primaryschool)때문에 교육장소를 선택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어러움도 잠시, 우리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친 끝에 지난 8차 필리핀 봉사자들이 만들어 놓은 작은 야외 극장에서 아이들에게 위한 봉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무사히 실시했다. 페이스 페인팅, 리코더 연주, 풍선아트, 손바닥 찍기 등 많이 부족한 아마추어들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이었지만 아이타(Ayta)족 아이들은 세상 그 어떤 아이들보다 열정적이고 호기심 넘치는 눈망울로 교육에 임했다. 하늘이 도와서였을까, 봉사단을 고생시켰던 짓궂은 날씨도 아이들과 함께 놀며, 교육봉사를 실시할때는 포근한 고국의 부모님 품처럼 따사로웠다.
 
 

세 번째 나눔- 하나되기 ; 국경을 넘고, 문화를 넘어

봉사활동 마지막 날. 우리는 준비한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까나완(Kanawan)마을 사람들과 모두 모여 마지막 축제를 즐기는 행사를 마련했다. 우리가 구입한 돼지로 전통돼지요리인 리촌 해먹고, 한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던 문화공연을 펼치고, 또 그에 대한 답례로 아이타(Ayta)족의 전통 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국경을 넘고, 문화를 넘어, 아이타(Ayta)족과 우리의 어울림이 막바지에 이르고, 곧 아이타(Ayta)족과 우리 봉사단의 이별의 시간을 찾아왔다. 우리와 아이타(Ayta)족은 힘들겠지만, 서로 다시 만난 날을 기약하며 풍선과 티셔츠에 서로의 이름을 적어 교환하고,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통해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까나완(Kanawan) 마을에 9박10일이 부족했을까, 아님 더 열심히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후회가 남아있었을까, 몇몇 봉사자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아이타(Ayta)족 아이들은 그 보다 더한 울부짖음으로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다. BTPI(Bataan Technology Park INC)로 돌아오는 마지막 길에서 우리는 9박10일 동안 필리핀의 넓고, 푸른 바다 같은 순수함을 지닌 아이타(Ayta)족이 우리가 지난 10일동안 베풀었던 나눔보다 더욱 많은 것을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에필로그

우연히 미지센터에 올라온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던 필리핀 단기 해외봉사활동. 돌아와 아스팔트길에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동차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곳의 산길과, 구름다리가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 기억이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여전히 나는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께 드렸던 안부전화에서 ‘가서 보고 배운 봉사가 무엇이냐’라고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필리핀에서 봉사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또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느낄 수는 있었다. 단언하건데, 지난 10일은 봉사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봉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아이타 아이들 돕는 방법
UHIC 홈페이지 : www.uhic.org / 02-3453-0744 로 연락을 취한 후
바탄 아이타 아이들을 후원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참가국
필리핀
기간
2009년 8월 3일 ~ 8월 12일(9박10일)
비용
참가비 140만원
  • 인쇄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라인
  • 구글+

  • 도배방지
  • 도배방지
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현재페이지 1 / 3

우리와 너희 사이의 벽은 높지 않았다!
이성혁동학중학교
13.10.28hit 8369

Give and take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여름-
허안나백석대학교
13.10.28hit 4406

청소년 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
조수빈중학교
13.06.20hit 4281

나를 찾아 떠나는 2012 한-인도 포럼
김승찬대학생
13.06.20hit 19321

마력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임지수서운중학교
11.12.05hit 4610

슬프지만 행복한 그 곳, CITY OF JOY - INDIA, KOLKATA, Mother Teresa's House
홍지선한국외대 독일어통번역학과
10.12.03hit 7941

꿈꾸는 의대생의 발칙한 여행기
홍종원관동대학교 의학과 4학년
10.11.11hit 7385

오늘도 커피 한잔하셨습니까? - 2010 서울희망누리 체험담
백수안서울전동중학교 2학년
10.10.04hit 4499

나의 젊음을 한번 보실래요?
양은정해외봉사단 라온아띠
10.09.08hit 5943

햇살 속으로-인도 , 교환 학생 프로그램
김지우숭실대학교 미디어학부
10.06.07hit 5771

여행일지 공정여행 원칙으로 되돌아보는 히말라야 여행기
박아람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10.06.07hit 4827

도전으로 장식된 청춘의 한 페이지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강새나상명대학교 행정학과
10.05.03hit 3349

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자원봉사
유지원서울시립대학교 신소재공학과
10.04.01hit 3050

지구 북쪽 끝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다
최대한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10.03.09hit 5798

무더운 8월, 캄보디아에서 쓴 일기
이호석휘문고 1학년
09.11.04hit 5406

특명! "우즈베키스탄에 IT 우정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김진선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09.10.01hit 4677

아이타아이들과 함께 한 9박10일
강기원영남대학교 국제통상학과
09.09.07hit 5247

너와 나- “우리”가 내일의 희망이야
하초롱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09.07.31hit 3203

Namaste, India! 찬란했던 인도와의 목하열애
하아련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09.07.31hit 4487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정민호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09.07.06hit 5083

'도전' 과 함께 떠난 그곳에서 ‘행복’을 만나다.
이수진국제워크캠프기구(IWO)
09.06.04hit 5017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왔던 나라, 태국!
조용완대원외고졸업, 미국유학예정
09.05.02hit 5115

Sabai Dee! 싸바이디! 라오스
유재연인천대학교 무역학과
08.12.04hit 4099

신 짜오 베트남-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요원 파견
김효성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
08.10.28hit 5476

You will be addicted to Esplanade! - 인턴쉽 체험기
김혜수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8.10.28hit 2996

대한민국 해외 청소년 봉사단, [꿈과 사람 속으로]
민혜아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2학년
08.09.12hit 4196

[2008베이징올림픽]말 탄 스포츠외교관!홍콩 샤틴 경기장 속으로~!따그닥따그닥
윤화영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 스포츠외교전문가과정
08.09.12hit 3685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