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NAAN & 蘭' 한 줄기의 청초한 꽃이 되다
글쓴이 최영은     소속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날짜 09.05.02     조회 2943

마라톤 같았던 긴 대장정이 끝났다. 해피무브(Happy Move)를 지원 한 순간부터 내 가슴 속엔 대한민국 대표 청년이란 이름표를 스스로 달았다. 하지만 '꼭 가고 싶습니다!'란 당당한 외침이 현실로 다가오니 긴장감과 두려움이 내 심장을 두드렸다. 아직 어색한 팀원들, 빡빡한 비행기 일정. 꼭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하게 서 있는 느낌이었다. 돌아와 생각해보면 이때의 어색함이 인도에서의 빛나는 추억을 안겨 주지 않았나 싶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3박 14일이란 시간이 13분 14초로 느껴지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깐.
첸나이(Chennai)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기는 건 잔뜩 배고픈 모기, 무더위, 그리고 인도스러운(?) 냄새였다. 과연 이 난관을 잘 해쳐 나갈 수 있을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우리의 숙소는 생각 외로 나쁘지 않았다. 워낙 기대치가 낮았던 지라 모기장 하나와 매트리스에 룸메이트와 환호했다. "뭐야, 좋잖아?" 그렇게 첫 날 밤이 지나고 둘째 날 오리엔테이션도 무사히 마쳤다. 아직까진 한 여름에 시골집으로 피서 온 느낌이었다. 문화 공연 준비와 앞으로의 봉사 활동 일정, 그리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전장에 나갈 만만의 준비를 마쳤다.

#1. 최고의 작업 일꾼

인도 아이들을 위한 화장실 건설! 다섯 명의 건설 인력 중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홍일점의 임무는 '건실한 젊은 건설 인력들이 지치지 않게 응원과 격려를 하는 것!'이란 생각을 아주 잠시 했지만, 어느새 두 손에는 벽돌과 자갈들이 들려 있었다. 타지에 오면 미지의 힘이 나온다고 했던가. 팔다리는 벽돌을 옮긴다고 분주하고 입으로는 신나는 노래와 함께 온갖 구호들이 쏟아졌다.
이날 건설 팀이 부른 노래는 대략 50곡 정도가 될 것이다. 첫 날의 열정과 순수함이 힘든 노동의 시간을 잊게 한 듯 했다. 우리는 자칭 '건설 드림팀'으로 정하면서 인도의 내리 쬐는 태양을 이겨내고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원더걸스의 「Nobody」 춤도 시작됐던 것 같다. 이때의 드림팀 공연이 2주 동안 「Nobody」 춤만 백 번 이상 추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지 난 상상도 하지 못했다.

#2. 동심을 되찾은 아마추어 선생님

말도 하나 통하지 않는 인도 아이들에게 그것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하다니…. 아마추어 선생님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와나깜, 엠 뻬로 최영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의 신기한 눈초리가 내 얼굴로 쏟아졌다. 부끄러운 건지 당황한 건지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카드교육. 학생들에게 각 나라의 상징물을 그린 카드를 보여 주면서 그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시간이었다. 외국에 나가보는 것은 물론 국내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인도 아이들에게 안목을 넓힐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를 만난 것부터 넓은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이고,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세상은 더 넓고 다양함이 넘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짧은 영어로 진땀을 빼는 아마추어 선생님과 달리 학생은 "인디아!" "코리아!" "김치!" "프랑스!" 등을 외치며 이미 수업에 푹 빠져 있었다.
비행기 접기. 인도에는 사람들이 아무데나 버리는 습관 때문에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한 차원에서 버려진 신문지나 잡지를 갖고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비행기를 접기 전부터 종이 쟁탈전이 치열했다. 겨우겨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비행기를 접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아이들은 비행기 하나에 세상 다 가진 듯 해맑은 얼굴로 총총거리며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놀았다. 팀원들의 말에 의하면 나도 마치 여덟 살 꼬마 아이처럼 정신 줄을 놓고 뛰어 놀았다고 하니 인도 아이들의 '해피 바이러스'가 나마저 동심의 세계로 이끈 것 같다.

#3. 깨달음을 얻은 문화 교류의 場

교육 봉사의 대미를 장식할 우리의 야심작, 문화교류의 날이 찾아 왔다. 문화교류 행사를 위해 더위와 싸우고, 밤잠을 설치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난생 처음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무를 준비했다. 어찌나 어색하던지…. 차라리 「Nobody」 춤을 천 번을 더 추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경유지-인도를 잊는 '하드 트레이닝' 속에서 어느 정도 태권무의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인트로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태권무 순서가 찾아 왔다. 머릿속은 이미 백지장이 되었고 몸은 제각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두둥!" 배경 음악과 동시에 태권무를 시작하였고, 우렁찬 구령이 인도 하늘을 갈랐다. 최선의 노력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 준 시간이었다. 특히나 2단 앞차기 격파 뿐 아니라 개인 격파까지 완벽하게 해 내면서 한국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게다가 엥콜 공연 제의까지 들어 왔으니 완벽한 성공이었다.
혼자 공연 자축을 하고 있을 때, 인도 아이들의 공연이 시작하였다. 봉사단만 공연을 할 줄 알았는데, 인도 아이들이 직접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인도 전통 옷을 곱게 차려 입은 세 명의 소녀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과 발로 어찌나 예쁘게 춤을 추던지 눈을 땔 수 없었다. 특히나 춤을 추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즐거움과 순수함 그리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 속에는 은연 중에 편견이 있었을 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나은 한국에 사는 것이 더 행복 할 것이라고. 하지만 춤을 추고 즐기는 인도 아이들의 표정에서 경제가 문제가 된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만족하고, 현재를 사랑할 줄 알았다. 그래,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었다.

#4. 쓰레기 더미에서도 꽃은 아름답게도 피더라

봉사 활동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면서 버스 타는 일이 많았다.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기도,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했다. 창밖을 너머 인도는 신비로움의 투성이었다. 여느 날처럼 습관적으로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고 있는데, 신기한 광경이 내 눈을 사로 잡았다. 쓰레기 더미 속에 고고하게 피어 있는 꽃들, 주변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청초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인도인 특유의 발음으로 "No problem!"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했다.
"그래요, 주변 환경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아무 문제없어요." 비단 꽃 뿐만이 아니다. 맨발로 뜨거운 햇볕 아래를 뛰어 다닐 때도, 물이 없어 갈증에 목이 탈 때도, 차를 탈 수 없어 먼 길을 걸어야 할 때도 모두 문제 없었다. 우습게도 버스가 당당히 역주행을 할 때에도. 내 기억 속에서 인도인의 화난 표정과 짜증스러움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언제나 여유롭고 만족할 줄 알고 또한 감사할 줄 알았다. "OK!"와 "No problem!"이 왜 인도를 대표하는 말투인 지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2주 간의 다사다난했던 활동이 모두 끝이 났다. 김치 한 점과 고추장 한 숟갈에도 환호했고,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미덕도 배웠다. 22명의 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다. 분명 봉사를 하러 떠났는데,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던 2주가 아니었나 싶다. 인도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에서, 팀원들의 땀 범벅된 웃음 속에서 그리고 우리만이 나눴던 달빛 아래의 비밀 이야기 속에서도. 다이어리 속에 가득 채운 인도에서의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지탱해 줄 영양 좋은 거름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옆에 놓여 있는 짜이의 향이 인도의 향수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좋은 기회와 시간 만들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인도 첸나이를 추억하며 글을 마친다.
프로그램
현대.기아자동차 제 2기 Happy Move 글로벌청년봉사단
참가국
인도
기간
2009년 2월 3일 ~ 2월 15일 (12박 13일)
비용
전액 주최측에서 지원
전체 일정표
  오 전 오 후 저 녁
2/3(화) 인천국제공항 출국 및 싱가폴 창이공항 경유
첸나이국제공항 도착
2/4(수) 오리엔테이션 봉사 활동 준비 정비,평가회의,자유시간
2/5(목) 교육 및 노력봉사 (A학교)
2/6(금)
2/7(토)
2/8(일) 마하발리푸람 방문
2/9(월) 교육 및 노력봉사 (B학교) 인도 영화 관람
2/10(화) 정비,평가회의,자유시간
2/11(수) 교육 및 노력봉사 (C학교) 체육대회 (C학교)
2/12(목) 문화교류 (B학교)
2/13(금)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 방문 첸나이 시내 방문
2/14(토) 인근 식수원 정비 Farewell Party
2/15(일) 봉사지 방문 및 인사 청소 및 정리 첸나이국제공항 출국
- 한 송이의 蘭이 되어 아름다운 희생의 정신을 배운 우리 NAAN팀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의 끈을 놓지 말고 서로 사랑합시다.
* 'NAAN.蘭' 은 2주 간 소속되어 함께 했던 지역봉사 2-A조의 팀명입니다.
* 사진 : 강두현, 문진나, 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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