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글쓴이 방준호     소속 서울고등학교 3학년

날짜 09.04.01     조회 2566

제 13회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대회

제 13회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대회(Beijing 2008 Paralympic Games)는 2008년 9월 6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1) 140 여개국에서 7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우리나라는 132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1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일명 패럴림픽이라고 불리는 장애인 올림픽대회는 매회 기존의 올림픽대회가 끝난 이후 동일 경기장에서  치러지고 있으며 이번 대회 역시 8월 24일까지 올림픽 대회가 치러진 베이징 경기장에서 연이어 개최되었다.
  1. 1) 대부분의 경기가 베이징에서 진행되었으나, 경마 경기는 홍콩에서, 요트 경기는 칭다오에서 진행되었다.
골든써클 청소년 팀

출~~발 !! "V-Class"

2007년 IPC 총회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체육과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 나는 그 때부터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 반드시 참가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2) 그래서 평소의 나의 자원 활동을 부러워하던 친구들을 모아서 청소년 자원봉사단인 “V-Class"에 가입시키고 함께 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권하며 나름대로 치밀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3)
“V-Class"는 2006년 세계장애인대회를 계기로 결성된 재단법인 골든써클의 청소년 자원봉사팀이다.4) 그동안 졸업을 하거나 유학을 간 친구들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새로 친구들을 더 가입시키고 그 중에서 올림픽에 참가할 의사를 가진 친구들을 모아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한국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에 서포터즈 모집공고가 나자 우리 팀은 재빨리 단체로 신청을 하여 12인 모두가 참가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엔 주로 내가 다니는 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었지만 재단에서 두 분의 이사님과 사진을 전공하는 다른 회원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있을 중간고사 때문에 학교 수업을 1주일간 빠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많이 망설이다가 참가를 결정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 참을 수 없는 내신의 압박감이여....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대표급 청소년들이 아니었던가? 공부는 돌아와서 우리들의 뛰어난 머리를 휙휙 돌려서 완전 가동하여 열심히 보충하면 될 것이지만 이것은 한 번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역사적인 베이징 올림픽이 아닌가?  그것도 이렇게 특별한 장애인올림픽인데 언제 다시 기회가 올 것인가?  그러므로 Go Go ~~~씽 !!
  1. 2)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의 약자로 2007년 총회는 서울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2. 3) volunteer - class의 약자로 자원봉사단의 의미이다.
  3. 4) 아시아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교육과 의료 등을 후원하는 재단으로 2006년 발족하였다. 베트남 몽골, 네팔 등의 학교에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비 지원과 컴퓨터 후원을 하고 있다.

니 하오 ~~베이징

새벽부터 인천공항으로 모여 든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기대로 가득차서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베이징에 도착해보니 우선 그 공항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인천공항의 세 배라고 하던가? 입국수속을 하기 위해서 이동할 때에도 내부전차를 타야할 정도로 무진장 넓었지만 정작 근무하는 사람들은 영어가 서툴러서 과연 이들이 국제공항의 전문 인력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인천공항이 이 점에서 적어도 세 배는 앞설 것이다 하하하) 공항에 도착하니 코리아 하우스에서 나온 예쁜 누나가 피켓을 들고 우리를 환영해 주었고 차량을 준비해 와서 편하게 숙소로 이동 할 수 있었다. 호텔의 프론트에서 접수를 보는 안내 역시 영어를 전혀 못해서 우리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온 누나의 통역을 받아야 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나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어느 행사에서 활동을 해도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 왔다는 실감에 당혹스러웠지만 일단은 옆에 친구들이 있고 한국 분들이 함께 하고 있었기에 걱정은 잠시 뿐이고 용기는 무럭무럭 솟아났다. 안되면 되게 하라!
냐오차오

잊지 못할 냐오챠오

도착 당일부터 우리에게 배당된 임무는 개막식에 한국 선수단의 입장을 응원하러 가는 것이었다.
개막식이 거행되는 곳은 그 유명한 냐오챠오 주경기장이었다.5) 개막식 당일에는 3블록 떨어진 곳에서 부터 차량을 통제하고 있어서 우리는 베이징 시내를 한참 걸어 들어가야 했다. 베이징의 여름은 회색이고 습기가 무척 많아 무더웠다.
냐오차오는 거대한 새 둥지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크기가 엄청나고 복잡한 선으로 얽힌 디자인이 아주 독특했다. 표면을 장식한 선들은 새 둥지의 나뭇가지들처럼 무작위로 마구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굉장히 굵은 금속의 구조물들이었고 치밀한 설계와 계산으로 디자인된 현대 건축 공학의 대작인 것이다.6) 한 번에 10만 관중이 입장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왠만한 도시의 인구가 전부 들어가는 셈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여러 빛깔로 시시각각 바뀌는 조명을 받은 냐오챠오의 모습은 더욱 환상적이 되었다. 출입구도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고 많은 안내 인력과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10만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경기장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마치 강물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처럼 휩쓸려 떠내려갈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이래서 중국은 인해전술이 가능한 나라였을까? 순식간에 몰려드는 사람의 물결에 우리는 서로 흩어지지 않으려고 이름을 부르면서 붙잡아서 겨우 줄을 설 수 있었다. 행여 한사람이라도 넘어진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인파여서 공안들이 계속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길고 길게 늘어선 그 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다가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1. 5) 베이징 국가체육장(北京國家體育場)은 2008년 3월에 완공된 중화인민공화국 베이징의 경기장이다. 한국어로 베이징 국립경기장,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이라고도 한다. 그 모양에서 이름을 따 속칭 새둥지(중국어: 鳥巢 냐오차오[*])라고 불리고 있다. 베이징 국가체육장은 2008년 하계 올림픽의 육상 경기장으로 쓰였으며, 또한, 올림픽의 개회식 및 폐막식 장소로도 쓰였다.
  2. 6) 2002년 중국 정부가 베이징 국가체육장의 설계를 국제적으로 공모했다. 프리츠커 상 수상 경력의 헤르초크 & 드 뫼롱 및 에이럽스포트 사(ArupSport) 및 차이나 아키텍처 디자인 & 리서치 그룹 3사 연합(collaboration)이 공모에서 우승하였다. 중국 출신 현대 건축가인 아이 웨이웨이가 경기장 설계에 있어서 미술 컨설턴트(Artistic Consultant)를 맡았다.
외국 청소년들과 함께

그런데 오 마이 갓 ~~

우리를 정말 당황하게 한 것은 장애인 올림픽이 행해진다는 이곳에 장애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인솔하고 가신 재단의 이사님 중 한 분은 휠체어를 타신 분이셨는데 이 분의 좌석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3층 이었고 그곳은 도저히 휠체어가 갈 수 없는 좁고 경사진 자리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2명씩 조를 짜서 교대로 이사님과 함께 1층 통로에서 서서 개막식을 관람해야 했다. 경기장을 가득 매운 푸른빛의 조명 속에서 10만 관중들의 손에 들려있는 바람개비 손전등 빛이 수 없이 반짝거려서 마치 우주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신비함마저 느끼게 해 줬다. 새벽부터 한국에서 출발하여 이곳까지 이동한 우리들이어서 베이징의 습기와 무더위, 그리고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선수단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드디어 우리 선수단이 입장을 할 때에는 다들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었다. 10만 관중이 들어간다는 그 거대한 장소에서 우리는 너무 작은 일부였지만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댔던 우리들의 에너지는 분명 선수단에게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개막식의 아름다움을 말로 다 옮긴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언어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과연 ‘이것이 현실일까?, 다시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현란한 옷을 입은 수 천 명이 계속 일사불란하게 동원되면서 움직이는 공연은 과연 중국이 아니면 할 수 없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도 수십 번이나 무대가 바뀌는 장관을 연출하면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경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연습을 할 것일까?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과 13억 인구의 중국이 아니었다면 정말 불가능했을 것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와 치밀한 조직력이 탄생시킨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중국공안과 함께

코리아 하우스

개막식 다음 날부터 우리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코리아 하우스란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 및 선수단을 총괄하고 서포터즈와 참관 인사를 지원하는 본부이다. 한국에서 파견된 언론사의 취재를 위한 공간과 편의시설과 선수들의 가지회견장을 운영하기 위해 북경 문진호텔 1층 로비하우스에 마련되었다. 우리들이 맡은 역할은 베이징에 설치된 코리아 하우스에서 통역과 안내를 하거나,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응원단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두 개의 조로 나뉘어서 하루 씩 교대로 한 조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안내와 사무 보조 활동을 하고 한 조는 경기장에 가서 응원을 하였다.  대회 조직위원회의의 업무 중에는 유명한 선수들이나 메달 수상자들이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때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도 방문을 하게 되어 있어 우리는 통역을 하거나 안내를 해야 하는 일을 분담하여 배치되었다. 물품들이 들어오거나 비치된 각종 물건들의 수량을 파악하는 일도 하고 음료를 서빙하는 일도 거들었다.
코리아 하우스 안에는 e-sport 관이 설치되어있어서 미래의 인터넷 스포츠로서의 게임 산업을 홍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컴퓨터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임요한 프로게이머가 방문을 하여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선수들 중에는 수영 종목의 김 지은 선수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아마도 미모 때문이었겠지만 실제로 대해보니 성격도 상냥하고 친절한 매너를 갖춘 선수여서 인기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파견된  첫 날에는 싸이클과 탁구, 그리고 육상경기를 응원을 갔었는데 예상 외로 입장권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많은 경기를 볼 수가 없었다. 사전에 중국조직위원회에서는 ‘표를 구하는 것은 걱정 말라’ 하면서 응원단들을 입국하게 했다고 하는데 막상 시합 날에는 표가 없다고 발뺌을 하는 통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응원단들도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표가 없어 주지 못한다면서도 매일 경기장 앞에는 암표상들이 나와 표를 팔고 있었고, 무료입장권을 가진 군인들도 수 백명씩 발 맞추어 뛰어 와서 단체로 들어가고 있었다. 수영을 비롯한 인기종목의 입장권은 천문학적인 웃돈 거래마저 되고 있어 선수 가족들도 응원을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고의로 다른 나라의 응원단을 많이 입국시켜 관광수입을 올리면서도 정작 경기장에는 많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중국 특유의 뱃장작전이 아니었을까?

뱃장 이야기, 하나 더

중국에서 며칠을 있다 보니 저절로 느끼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확실히 우리민족과 중국은 서로 다른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하우스 근무가 끝난 자유 시간을 이용해서 쇼핑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 형이 ‘무조건 십 분의 일로 값을 깍아서 사야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100위안을 부르면 겨우 10내지 20 위안을 깍아서 흥정을 하면서도 왠지 미안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면 오히려 바가지를 쓰는 것이라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후부터 과감히 십분의 일로 값을 부러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그 가격에 살 수 있었다 !!
‘아니, 그렇다면 애초에 이렇게 팔 수 있는 물건값을 10배나 부풀려서 불렀던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전혀 무안하다거나 미안한 기색이 없는 중국 상인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천연덕스러움이 어이없기도 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장사를 한다면 바가지요금이라고 고발을 당하거나 크게 시비가 붙고 말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인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원하는 가격에 사고자 쏼라 쏼라 흥정하는 소리만 있을 뿐이고... 헐!!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루면서 국가 간에도 표가 없으면서도 있다고 불러들인 후 오리발 내밀고, 판매가의 열배 이상을 붙여서 값을 일단 부르고 나중에 깍아 주는 황당한 일들이 가능한 것이 우리와 다른 중국인 특유의 기질인 것 같다.  앞으로 개인이나 국가의 차원에서도 이런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중국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뱃장 두둑한 푸근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우리를 인솔한 이사님과 친분이 있던 사는 교포 분이 초대한 식사에 갔었는데 무려 12가지 메뉴가 계속 나오는 통에 다들 배불리 먹다가 쓰러질 지경이 되었다. 없어서 못 먹으면 못 먹었지 남기는 것이라고는 있을 수도 없던 대한민국의 고딩들이 지쳐서 음식보다 먼저 식탁에서 떨어져나갈 정도였으니까. 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시켰냐고 물어봤더니 먹고 남기도록 손님께 대접하는 것이 예의라고 하면서 부담 갖지 말라고 계속 더 주문하는 것이었다. ‘손님은 음식을 남기고 가는 것이 예의’라는 농담도 하면서 정성껏 대접을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참으로 감사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면이 중국이 가진 뱃장기질의 긍정적인 점일 것이다. 대륙에 사는 13억의 인구 때문일까?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거대하고 두터운 그 무엇이 있는 나라이다.
홍석만 선수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

올림픽은 인간이 가진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지만 장애인올림픽은 거기에다 하나 더, 장애까지 극복한 인간승리의 축제이기에 더욱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우리가 응원을 한 경기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주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육상경기였다. 그 중에서도 홍석만 선수가 출전하는 휠체어 육상경기가 가장 압권이었다.
어렵게 구한 입장권을 들고 주경기장에 들어가 보니 그래도 40여명은 될  것이라던 우리 서포터즈 팀은 10만 관중 속에서 도저히 찾을 수도 없었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냐오챠오 전체가 “쨔오,짜오” 를 외치는 중국인들로 가득차서 우리들의 존재감은 아주 미약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기 죽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눈총을 받은 것이 가장 쁘듯한 기억이었다.
머리에 두건을 쓴 멋진 홍석만 선수의 예선경기가 있던 날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여서 미끄러지는 선수들도 많았다.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준비를 할 때부터 중국 응원단의 짜오 소리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워 흔들고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 경기
우리가 아무리 소리를 쳐도 우리나라 선수는 너무 멀리 있어 우리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이 함성 속에서 홀로 휠체어를 붙잡고 출발을 기다리는 그는 얼마나 외롭고 긴장이 될까? 자리를 박차고 계단을 내려가 경기장 벽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팀 코리아의 연두색 깃발을 흔들면서 소리를 치자 홍석만 선수가 우리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 때 그의 마음은 우리와 함께 했을 것이고 우리의 응원 때문에 힘을 얻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경기에서 1등으로 쏜 살같이 달려서 세계기록을 수립했기 때문이니까 !!7)
  1. 7) 육상 남자 400m T-53(휠체어 트랙종목) 결승전에서 48초 86이란 세계 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궈자티위창에서는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베이징 올림픽 때 이곳에선 단 한 번도 애국가가 울리지 못했다.
그 외에서 다리에 의족을 하고 100미터를 11초대에 달리는 선수들의 경기와  시각장애인선수와 비 장애 선수가 2인 1조가 되어 달리는 경기까지 정말 가슴 벅찬 경기들을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트랙에서 서로 부딪혀 넘어지면서도 옆의 선수들을 먼저 부축해 일으켜 주던 선수들의 강한 팔뚝에서 인류가 ‘하나’ 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비록 일주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은 평생 우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개막식의 푸른 불빛들과 빗속을 질주하던 휠체어들이 떠오른다.  10만 관중 속에 앉아있던 우리 12명의 자리만큼 그동안 우리가 이곳에서 행한 일은 실제로 아주 미약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올림픽의 정신은 승부보다 참가가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는 이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 지금까지도 행복하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더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포터즈로서 참가해서 자원 활동까지 하였다는 자부심은 오래도록 우리를 지탱해 원하는 미래를 향해 나가게 할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봉사하고 응원을 하러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봉사 받고 응원 받은 사람은 정작 우리들 자신이었다.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다.‘

돌아오는 날,
그동안 하도 소리를 질러서 단내가 나도록 목이 말랐던 내 입 속에  이 말 하나만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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