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대한민국 해외 청소년 봉사단, [꿈과 사람 속으로]
글쓴이 민혜아     소속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2학년

날짜 08.09.12     조회 4260

 

이천팔 유월 십육일에서 이십팔일까지, 캄보디아 씨엠립을 다녀왔습니다.

 


 

 
2008년 5월 10일,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첫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 그들과 함께 살을 맞대고 더운 나라에서 함께 호흡할 것이 아직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각기 다른 나이와 지역과 전공만큼이나 각기 달라보이던 팀원들, 아직까진 확신할 수 없었다. 각기 다른 색채가 어우러져 빛나는 무지개가 될지, 뒤섞여 검은색이 될지, 각기 다른 음색이 어우러진 오케스트라가 될지, 불협화음을 연주할지, 두렵기도 했음이 솔직한 처음 심정이었다.
 
 
 
1박 2일의 사전교육 이후, 우리는 주로 온라인상으로만 의견을 주고받고 봉사의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물품구입과 전체회의를 위해 우리는 2008년 5월 31일 미지센터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십 여일의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페인트칠과 영어 수업, 그리고 문화교류가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할지, 또 각자에겐 어떤 기억으로 그 시간들이 남을지, 이와 같은 현실적 고민들이 우리의 대화의 주제였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저 봉사의 포커스는 "무엇을 -주다"의 문제였었던 것이다.
 
 


 

 
공항을 향하는 길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그러나 오늘만은 달랐다. 기말고사 기간과 겹친 봉사활동 일정으로 인해, 난 출발 당일까지 시험을 보고, 대체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그렇게 허겁지겁 서둘러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그저 이렇게 무사히 함께 출발할 수 있는 팀원들이, 동반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항에서도 정신은 없었다. 기증 물품 등으로 준비한 가위 등 일부 문방구류와 액체류 등 기내 반입 금지물품을 들고 온 몇몇 청소년 참가자들의 짐을 다시 부쳐야 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오고, 결국 난 다른 참가자와 함께 손을 잡고 비행기를 향해 뛰어야 했다. 따스한 손길만큼이나 그렇게, 왠지 느낌이 좋았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는 서로의 모습에서, 분주함 속에 굳어졌던 마음이 열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밤늦게 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맞이한 것은 현지 코디네이터인 야 씨와 이얼 씨, 그리고 습한 공기였다. 어두움 속에 아직은 캄보디아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저 희미한 불빛 속에서 재빠르게 벽을 타던 작은 도마뱀들과 습한 공기만이 기억난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봉사활동을 할 마을로 이동을 하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산이 거의 없고 평지와 초원으로 이루어져있어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백 여 킬로 떨어진 작은 마을로의 이동은 무려 세 네 시간이 소요 되었다. 비포장도로 때문이었다.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 도로가, 길이, 중요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되었다.
 
 
 
열흘 동안 지낼 캠프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마을구경에 나섰다. 그러나 갑자기 흐려진 하늘은 시원한 비를 뿌렸다. 한국이라면 산성비가 걱정 되서 비를 맞지 못했겠지만, 푸른 하늘 아래, 맑은 공기에 대한 믿음이었는지, 더위를 식혀주던 비가 반가워서였는지 우리는 어린아이가 되어 마냥 빗속에서 뛰어 놀았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경계를, 그리고 여전히 많은 미련을 두고 온 한국에서의 일상을 우리는 그렇게 씻어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봉사활동 임무는 지역 초등학교 외벽을 페인팅 하는 일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과 습한 공기, 그리고 페인트 냄새로 인해 작업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큰소리로 노래를 하며 노동요를 진두지휘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물을 건내며,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었다. 더위 속에 쳐져갈 때면 난 때로 한 쪽 면 '꼼꼼하고 예쁘게 빨리 칠하기' 내기를 하며 쳐진 기운을 추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건 우리 주위를 맴돌던 캄보디아의 어린아이들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그들은 그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봐주며, 꽃팔찌를, 그리고 꽃목걸이를, 꽃으로 만든 왕관을 건네주었다. 내가 가르쳐 준 어설픈 한국어로 '언니짱, 누나짱'을 외치며..
내가 해 준 것이라고는 고작 그들의 이름을 외워서 불러준 것이었는데, 난 그들에게서 그런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종종 캄보디아의 어린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 준 꽃다발이, 꽃목걸이와 꽃팔찌가 떠오른다. "도대체 너희는 내가 왜 좋니? 작은 그 손으로 왜 내게 이러한 걸 건네니? 난 너희에게 아직 해 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넌 왜 내가 좋으니?" 다른 언어여서 물을 수 없었던 말이지만,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가 '그저 좋았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우리라는 존재가 그들에겐 그저 맴돌고 싶고, 눈에 밟히고, 무엇 하나라도 주고 싶은 '그저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무엇 하나 전해 주고 가르쳐주기 전에, 난 그들에게서 그런 조건 없는 따스한 눈빛과 미소를, 그리고 사랑을 받았다. 눈도 제대로 못 맞추며 수줍게 내민 꽃 속에 그들의 이름이, 그리고 얼굴이 기억 남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은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면, 꽃을 택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립다.
 

 


4일간의 페인팅 작업을 마친 후 이틀간의 교육 일정이 진행되었다. 예상과 달리 한 교실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이들이 섞여 있었고, 아이들은 우리들의 영어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원래 의도했던 '영어' 교육보다 '예체능'에 더욱 초점을 두어 교육 방향이 전환되었다. 아이들과 세계지도를 공부하며, 한국이 어디 있는지, 캄보디아가 어디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기도 했고, 데깔꼬마니도 만들어보고, 카네이션을 접어 보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의 꿈을 적은 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장 큰 호응을 보인 것은 종이컵 전화기였었다. 무슨 연유인지 수업을 듣지 못하고,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교실 밖 창문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몇몇 아이들에게 종이컵 전화기를 전해주자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컴퓨터를 통해 마음껏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는 우리네 아이들이, 나무와 풀 사이를 뛰어노는 그들보다 행복하고, 우월하다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캄보디아에서는 어린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겐 귀엽다는 표현이지만, 몸의 가장 윗부분인 탓에 머리는 만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우리는 아이들을 참 많이 안아주기도 하고 볼에 뽀뽀를 하고는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런 스킨쉽이 때로 말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음 프로그램으로 진행 된 운동회, 문화교류 등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달리고는 했다. 더위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우리보다 체력이 좋은 듯 보였다.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덤벼들기도 했지만 우리는 매번 축구에서 아이들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아니 사실, 닭싸움, 단체줄넘기, 이어달리기 모두 아이들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한 달만 여기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들이 팀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캄보디아의 더위에도, 강한 향신료에도, 그리고 수많은 벌레들과의 동침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이제 겨우 아이들과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인데, 정든 이 곳을 떠나야 하는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들린 앙코르와트의 거대한 유적도 화려했지만, 내게 다시 캄보디아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우리의 십 여일의 추억이 담긴 삼롱에 다시 오고 싶다. 내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 캄보디아의 작은 마을, 삼롱. 아마 그때쯤이며 아이들은 우리의 이름은 잊겠지만, 어느 여름, 한국에서 친구가 다녀간 것은 기억할 것이다.
'카미(캄보디아 사람), 꼬레(한국 사람), 멋페아(친구)' 우리는 친구이다. 각기 다른 우리는 '봉사'라는 수단을 통해, 그리고 '일'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통해 서로를 만났을 뿐이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더 베풀고, 누가 무엇을 더 배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한 시간들의 기억이, 추억이, 서로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본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해졌고, 넓어졌다.
 
 
 
이제 내게 있어 봉사는 "너와 내가 만나고 함께 함"에 있어서 하나의 수단이며, 도구일 따름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준다고 하여, 내가 그에게 일방적으로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그저 각기 각자가 나눌 수 있는 것을 주고받으며 "함께" 할 뿐이다. 난 '대한민국 해외 청소년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소소한 봉사활동들을 통해, 그저 캄보디아라는 나라를,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고, 함께 하고 왔을 다름이다.
우리는 서로 각기 다른 자리에서 서로가 못 보는 것을 대신 보아줄 뿐이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가 찍어주는 즉석 디지털 사진을 보진 못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찬란한 별들을, 눈부신 달을, 따스한 무지개를 대신 보아 줄 것이다.
 
 
 
우리는 같으며 모두 다르다. 그리고 '다르다'는 '틀리다'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와 달리 좀 더 느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뿐. 우리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고 하여 그들보다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함께 한 17명의 우리 대원들 역시 우리는 닮았으면서도 모두가 달랐다. 우리는 각자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었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편한 위치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캠프 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다른 세상과, 새롭게 조우했고, 다른 그들과, 친구가 된 시간이었다. 다른 우리가 함께 만든, 같은 추억. 이천팔년 여름의 찬란한 기억은 그렇게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음속에서 영원히 간직 될 것이다.
 

16 MON
23:00 씨엠립 도착, 게스트 하우스
17 TUE
캠프지로 이동, 휴식
18 WED
페인트칠
19 THU
페인트칠
20 FRI
페인트칠
21 SAT
페인트칠
22 SUN
문화 교류/평가
23 MON
Day off
24 TUE
교육
25 WED
운동회/Farewell party
26 THU
씨엠립으로 이동, 쇼핑&관광
27 FRI
앙코르와트 방문
28 SAT
08:00 한국 도착
참가비 61만원 + 개인사비 10만원 전후 = 약 70만원
  • 인쇄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라인
  • 구글+

  • 도배방지
  • 도배방지
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현재페이지 1 / 3

우리와 너희 사이의 벽은 높지 않았다!
이성혁동학중학교
13.10.28hit 8457

Give and take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여름-
허안나백석대학교
13.10.28hit 4490

청소년 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
조수빈중학교
13.06.20hit 4386

나를 찾아 떠나는 2012 한-인도 포럼
김승찬대학생
13.06.20hit 20066

마력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임지수서운중학교
11.12.05hit 4675

슬프지만 행복한 그 곳, CITY OF JOY - INDIA, KOLKATA, Mother Teresa's House
홍지선한국외대 독일어통번역학과
10.12.03hit 8047

꿈꾸는 의대생의 발칙한 여행기
홍종원관동대학교 의학과 4학년
10.11.11hit 7472

오늘도 커피 한잔하셨습니까? - 2010 서울희망누리 체험담
백수안서울전동중학교 2학년
10.10.04hit 4576

나의 젊음을 한번 보실래요?
양은정해외봉사단 라온아띠
10.09.08hit 6015

햇살 속으로-인도 , 교환 학생 프로그램
김지우숭실대학교 미디어학부
10.06.07hit 5848

여행일지 공정여행 원칙으로 되돌아보는 히말라야 여행기
박아람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10.06.07hit 4904

도전으로 장식된 청춘의 한 페이지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강새나상명대학교 행정학과
10.05.03hit 3429

Show your heart, Play your part-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자원봉사
유지원서울시립대학교 신소재공학과
10.04.01hit 3147

지구 북쪽 끝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다
최대한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10.03.09hit 5885

무더운 8월, 캄보디아에서 쓴 일기
이호석휘문고 1학년
09.11.04hit 5481

특명! "우즈베키스탄에 IT 우정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김진선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09.10.01hit 4747

아이타아이들과 함께 한 9박10일
강기원영남대학교 국제통상학과
09.09.07hit 5330

너와 나- “우리”가 내일의 희망이야
하초롱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09.07.31hit 3279

Namaste, India! 찬란했던 인도와의 목하열애
하아련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09.07.31hit 4565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정민호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09.07.06hit 5158

'도전' 과 함께 떠난 그곳에서 ‘행복’을 만나다.
이수진국제워크캠프기구(IWO)
09.06.04hit 5084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왔던 나라, 태국!
조용완대원외고졸업, 미국유학예정
09.05.02hit 5194

Sabai Dee! 싸바이디! 라오스
유재연인천대학교 무역학과
08.12.04hit 4167

신 짜오 베트남-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요원 파견
김효성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
08.10.28hit 5545

You will be addicted to Esplanade! - 인턴쉽 체험기
김혜수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8.10.28hit 3061

대한민국 해외 청소년 봉사단, [꿈과 사람 속으로]
민혜아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2학년
08.09.12hit 4261

[2008베이징올림픽]말 탄 스포츠외교관!홍콩 샤틴 경기장 속으로~!따그닥따그닥
윤화영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 스포츠외교전문가과정
08.09.12hit 376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