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sbs 희망 원정대가 되어 부룬디로 떠난다
글쓴이 임준호     소속 총신대학교

날짜 13.10.28     조회 2389

 

sbs 희망 원정대가 되어 부룬디로 떠난다

 

 

3/22

sbs 희망 원정대가 되어 부룬디로 떠난다. 출정식을 위해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에 모였다. 오랜만에 원정대원들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다. 특히, 명수 형님은 사진으로만 보던 다니를 데려 오셨는데 낯선 환경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다니가 얼마나 귀엽던지. 이제 정말 출발하는 것 같다. 몇 일 전부터 이 모습을 상상해 와서였을까? 많이 설레지 않다. 아무래도 방송팀과 함께 하는 거라 촬영 욕심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부룬디에서 그 분이 주신 눈으로 그 땅을 온전히 바라보고 그 곳에 보내신 뜻을 바로 알고 오길 바랄 뿐이다. 잠시 뒤 출정식을 했는데 sbs 우원길 사장님과 월드비전 양호승 사장님께서 함께 했다. 뭔가 내가 괜히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원정대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든 대원들이 몇 년 동안 봐왔던 사람들인 것처럼 친근하고 정감 있다. 인도 선교 때가 생각난다. 분위기 좋다고 오버하다가 타인에게 상처주거나 피해 주는 일 없도록 주의하며 끝까지 좋은 관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좋은 기회와 좋은 사람들마저 붙여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3/23

14시간의 비행 끝에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고 장시간 대기 후 세 시간 정도 걸려 부룬디에 도착했다. 너무 들떠 있던 탓일까 케냐 공항에서 티켓을 잃어버려 재발급을 받아야 했다. 처음 부줌부라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릴 땐 무슨 찜질방에 온 듯했다. 날씨가 매우 습하고 더웠으나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공항을 보니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대원들과 함께 비자를 발급받고 월드비전의 차량을 통해 한 호텔로 향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처음 접하는 아프리카식 호텔 요리는 충분히 맛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 빈민촌에 찾아갔다. 마을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아 주었다. 빈민촌에 내렸을 때 수많은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엔 두려운 듯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내 경계를 풀고 다가와 우리의 손을 잡고 안기기도 하며 우리를 졸졸 따라 다녔다. 서로 싸우면서까지 우리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순수하게 사랑을 원하는 것인지 우리가 나눠줄 무언가(이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를 얻기 위해서인지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계속해서 내 손을 잡고 있던 아이도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했는데(나중에 알고보니 사탕이었다.) 공개적으로 이 아이에게만 줄 수 없어 아쉬웠다. 처음 이 아이들을 보고 놀랐던 것 중 하나가 길이 굉장히 험한데도 맨발로 다니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발을 만져보니 돌덩이처럼 단단했고 발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왜 이 아이들은 저토록 어린 나이에 이런 고통을 감내하며 자라야 한단 말인가? 마음이 아팠다. 마을을 둘러보는 내내 이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기를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막상 이들에게 예수님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처음 촬영이란 것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카메라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에 다른 대원들을 통해 카메라가 돌 때 자신의 가식적인 모습이 싫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카메라만 들어오면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몸이 굳어버려 어색해지는 것이 문제였다. 카메라를 피해 뒤 쪽에서 걸어가다 조금 나이가 있는 듯한 아이와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김동조 피디님이 나를 찍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문법이 안되도 대충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들어서니 갑자기 문법 걱정이 밀려왔다. 결국 뜬금없는 질문으로 대화를 마쳐야 했다. “How old are you?"

일정을 마치고 앞으로 머물 루타나로 이동을 했다. 이동길이 꽤 멀어 함께 차에 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함께 탄 월드비전 박지희 대리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원조하고 있는 저들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우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 외부인들의 개입으로 인해, 어쩌면 우리의 만족을 위해 저들을 불쌍히 취급하고 도움으로 저들에게 비교의식을 느끼게 하고 행복감마저 빼앗는 것은 아닐까? 대리님도 월드비전 내에서 이런 토론이 활발하다고 하셨다. 어디까지 원조가 들어가야 하는가의 문제... 이 세상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가 접한 저들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2/25

하루 하루가 너무 아쉽다. 이미 출발할때부터 돌아갈 날이 아쉬웠다. 첫날은 용석이 형과 둘째 날은 명수 형님과 새벽까지 떠들다 잤는데도 여섯시에 일어났다. 아침엔 꼭 얼리버드 멤버 동식 형님과 산책을 나간다.

오늘 기호피 병원을 다녀왔다. 말라리와 환자가 80% 이상인 병원인데 환경, 시설, 위생 등이 정말 너무나 열악했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는데 처음 간 빈민가의 아이들과 다소 분위기가 다른 듯 했다. 아이들이 만든 장난감을 보는데 창의력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컴퓨터가 없던 어린 시절 장난감을 만들고 게임을 만들며 동생과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굉장히 창의적인 아이였는데 컴퓨터가 내 창의력을 망쳐 놓았다. 이 아이들을 보니 내가 선교사가 되어 이런 환경에서 이들과 함께 할 때 더욱 재미있는 놀거리를 개발하며 함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간에게 즐거움이란 감정은 너무나 소중하다. 한 편으론 이 영리한 아이들에게 조금만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면 정말 큰 인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의 환경을 둘러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의 무능력함에 화가 나기도 했다. 다른 대원들은 불쌍함의 감정을 가장 많이 느끼는 듯 했는데 나에게는 불편함이 가장 컸다. 앞으로 이런 지역을 섬기며 살아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내내 불편했다. 이들에게 복음 뿐만 아니라 삶의 개선도 시켜주고 싶었다. 주님께서 내게 지혜를 주시길...

병원에서 준비해 간 위생교육용 연극을 하였다. 왜 이렇게 쑥스럽던지 어떻게 보면 이번 원정에서 유일한 주인공 역인데 제대로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연기는 아쉬웠지만 한나가 손씻기 교육을 잘해 주었고 사람들 반응이 좋아 만족했다. 병원을 둘러보며 나 자신의 교만을 반성했다.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빈민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폄하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것은 국민성이 훌륭했기 때문이고 이들이 지금 이러한 상태인 이유는 국민성이 낮아서라고... 그런데 이들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꼭두 새벽같이 일어나 물건을 팔러 올라가는 사람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보며, 그러나 농사를 지어도 바이러스 때문에 열매가 제대로 나지 않고 노력에 비해 거두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나는 풍족한 가정에서 편히 살아온 주제에 이들의 삶을 감히 평가했다니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2/26

어젯밤엔 20대 남자들이 단체로 모여 수다를 떨었다. 나에게는 낮에서의 촬영만큼 이런 시간도 귀하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내게는 너무 귀하고 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며 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현장을 보며 느끼는 점들이 다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촬영에 대한 부담감, 소소한 농담 등을 하며 웃고 떠들다 잠이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동식형님, 명수 형님과 동네 탐방을 하고 아침을 먹고 씻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주변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도 삼, 사십명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는데 사는 모습들이 정말 참담했다. 말라리아에 걸려 앓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는데 우선 집부터가 너무 열악했다. , 염소 등 가축 등이 집안에 있어 위생이 좋지 않았고 모기를 쫓기 위해 피어 놓은 향은 사람이 숨쉬기조차 힘든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 속에서 떨며 쪼그리고 누워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비슷한 환경의 다른 집들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마을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그 어떤 사업장이 들어오는 것보다 단 한사람의 선교사가 장기간 이들과 함께 지내며 의료, 교육, 영양 등에 힘쓴다면 충분히 이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이 마을에는 선교사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후원금을 받아 이 마을에 모기장을 제공하고 의약품을 지원하고 먹을 것을 제공하고 좋은 종자의 식물을 주고 아이들을 교육 시키고... 무언가 선교사로서의 할 일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너무나 감사했다. 드디어 나같은 보잘 것 없는 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 슬픔 가운데에서도 굉장히 기분이 상쾌했다. 막연하기만 했던 선교의 길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듯 해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영상 매체나 글을 통해 결코 접할 수 없는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나의 길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 후 어제 만난 유산된 아이와 산모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기호피 병원에 다시 향했다. 어제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 아파하시던 동식 형님께서 시체를 찾는 데 드는 비용과 장례비용을 대주기로 하셔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장례식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치르는데 정말 이들이 예수님을 바로 알고 천국에 가 있었으면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땅에서도 정말 힘든 삶을 보냈는데 죽어서까지 지옥에 가는 일은 결코 없었으면 했다. 부룬디는 기독교 비율도 높지만 이단의 비율도 많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나이 상관없이 사망률이 높은 나라이니만큼 바른 복음의 전파가 시급하다고 본다. 더욱 많은 선교사들이 이 땅에 왔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선 지옥같은 삶을 살았을 산모와 아기가 저 천국에서 하나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2/27

  낯 시간을 숙소에서 보내고 카빈지 학교로 향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정말 작은 학교였다. 오늘 특히 많은 대원들이 따로 시간을 보냈던 거 같다. 학교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교육과 학생이어서였을까. 아이들의 수업에 참여하는 열의가 얼마나 이뻐 보이던지 평소 생각하던 꿈의 학교의 모습이 딱 이모습이었다. 이 곳에서 수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그리고 현직 선생님이신 명수 형님도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난 참 이번 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거 같다. 후원 모금을 위한 촬영에서 슬픈 모습보다 긍정적인 모습만 보고 웃고 떠들고 진지한 얘기를 하려면 종교적인 얘기 빼곤 할 말이 없었다. 제작진 분들에게 참 죄송스러웠다. 수업 참관을 하며 옆에 있던 아이의 펜을 보게 되었는데 잉크가 없어 친구가 들고 있던 잉크에 펜촉을 묻혀가며 글을 썼다.(여분의 잉크도 다른 쓰다 남은 펜의 잉크를 떼어낸 듯 했다.) 그 모습을 정남 피디님이 보시고 어색해서 인터뷰도 못하는 나를 어떻게든 찍어 주시려고 애쓰셨는데 그 모습이 감사했다. 아이가 덧셈은 잘하는데 뺄셈을 못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개인 과외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료로... 정말로 이 곳에서 가르치고 싶었다. 이 학교에서는 정말 내 스스로가 치유받는 시간이었는데 동식형님, 진현이 형, 명수 형과 아프리카 전통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의 어깨에 손을 대고 빙빙 돌며 춤을 추었던 것이 너무 좋았고 많은 아이들과 야외에서 기타를 치며 루라메라를 부른 것도 잊지 못할 거 같다. 물론 환경은 열악했다. 어떤 교실은 바닥에 돌들이 깔려 있었는데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발이 아플 정도였다. 아스팔트가 비싸서 이런 상황이라고 했는데 건축가이신 파파께서 이 곳에 흔한 벽돌을 이용해 바닥을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이들이 실천할 것 같지는 않다.

학교 탐방 후 루티나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이들을 보았다. 거의 죽어가는 아이와 목에 주사바늘을 꽂고 있는 아이 등을 보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왜 어떤 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어떤 이들은 이런 참담한 환경 속에서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왜 이들을 신은 방치하는가? 내 작은 지식으로는 도무지 신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저들을 보고 있다는 것. 신이 나를 저들과 만나게 했다는 것.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하는 중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슬프다.

이 후 기호피 병원을 다시 찾았다. 파파께서 모으신 모금액으로 이곳에 구급차를 수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만났던 아이들을 몇 번 보니 그새 너무 정이 들어 버렸다. 오늘은 사탕을 꽤 챙겨 몇 명에게 나눠 주었는데도 끝이 없다. 구급차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 구급차가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파파와 교인들에게 감사했다.

 

 

 

 

2/28

  오늘은 희망학교를 찾았다. 지난 방문한 학교와 비교해 너무나도 좋은 시설이었고 정말 희망이 보이는 그런 학교였다. 가는 길도 얼마나 이쁘던지... 촬영을 위해 차에서 내려 뛰어 다니시는 피디님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그런데 아침부터 아팠던 배가 말썽을 부렸다. 겨우겨우 해야 할 일들을 다 하긴 했지만 장이 꼬이는 듯해 계속 불편했다. 몸이 아프니 마음과 생각이 집중되지 않았다. 희망적인 학교와 아이들을 보며 또는 학교에 가지 못해 밖에서 구경만 하던 이들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았을 법도 한 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박대리님께서 위치를 가르쳐주시며 한마디 하셨다. “정말 깨끗해!”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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