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특별하지 않아 소중했던, 태국에서 마주한 이야기(2편)
글쓴이 두보예     소속 명지대학교

날짜 13.06.20     조회 2457

국제활동 경험담
  •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
  • 2013년 당선작

 

 (1편에 이어)

 

악쎌은 compassion이라고 했다. 악쎌의 compassion 사전에 나오는 그런 연민, 동정의 의미를 포괄하는 좀 더 큰 의미의 단어를 의미하는 듯했다. 삶 전체의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큰 이 아이의 생각은 나보다 깊었고 또 넓었다. 악쎌은 대학을 입학하지 않은 상태로 이곳에 왔다. 대학에 가지 않고 이곳에 온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끼던 찰나, 그녀는 내게 멋진 얘길 해주었다. 벨기에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데 자신은 그 필요성을 당장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보다 더 중요한 삶에 대해 공부해보자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 캠프에서 그 답을 찾고자 대학진학이라는 카드를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벨기에에 돌아가면 대학에 입학해서 필요한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지만 먼 훗날 자신의 목표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인생을 설계해주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건 확실하다 했다. 친언니와 함께 상담소를 차릴 건데, 그 이름도 벌써 생각해두었다고 했다. ‘One life, One chance.’ 악쎌은 채식주의자이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을 듣자니 육식주의자인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피스빌리지에서 우리는 매 끼니마다 쿠킹팀을 정해 요리를 준비했다. 캠프의 마지막 날엔 특별히 저녁을 준비하여 근처 강가로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그날 나는 쿠킹팀으로 저녁을 만들었고, 어묵이 있기에 특별히 한국식으로 어묵 볶음을 만들었다. 캠프 친구들이 모두 모여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있는 도중, 악쎌이 나를 불렀다. 이거 두부튀김 아니냐며 설마 어묵이냐며 울상을 지었다. 요리할 때 기억으론 포장에 아무표시가 안 되어있었다. 그저 내 지레짐작으로 어묵이라 생각하여 만든 요리이기에 두부라고 생각할거라 예상치 못했다. 미리 말해주지 못한 게 괜스레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악쎌의 울상을 보던 우리는 고작 한 입 먹지 않았냐며 괜찮다고 웃었지만 악쎌 혼자만은 심각했었다. 그 후에 내가 악쎌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 악쎌은 내게 말해주었다. 자신도 15살이 전까진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떠올랐다고 했다. 모든 생명체에는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걸. 그래서 나도 그들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쏭크란, 태국은 덥지 않아.

우리의 쏭크란 축제는 정말 엄청나다는 표현밖에 할 수가 없다. 정말 살다 살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긴 처음이었다. 그 더운 태국날씨에 입술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물장난을 했으니 상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12, 쏭크란 축제의 전야제가 밝았다. 우리는 하면 뭐 얼마나 뿌리겠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툭툭(트럭을 개조해 만든 태국의 교통수단)을 타고 핫야이 시내로 가는데…….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왔었나보다.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 차를 향해 차디찬 물이 들어왔다. 차로 뿌릴 거란 건 생각지 못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물총세례를 받으며 한 발짝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핫야이는 방콕보다 외국인이 드문 지역이었고 그렇기에 우리 무리는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지. 누가 봐도 다른 나라에서 온 걸 보여주는 우리의 외모가 태국인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우리는 의도치 않게 집중 타겟이 되었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Hello~, Hi~’라며 얼굴엔 색색 깔의 가루를 묻혀주시고, 더불어 물도 뿌려주셨다. 축복을 의미하여 몸소 묻혀주신 가루와 뿌려주신 물의 양을 따져보면 그날 우리는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친구들과 함께 춤도 추고, 길도 한번 잃어버려주고, 가루가 눈에 들어가 억지로 울기도 했던 웃고 울던 기억이지만 그 모든 게 그저 흥겹고 또 흥겨웠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기도 했고.

다음 날은 더했다. VSA 대표인 뚬이 차를 끌고 와서 두 개의 드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뒤 트럭과도 같던 그의 차 뒤편에 실었다. 그 드럼통 옆엔 우리들이 타고 비장한 마음으로 물총을 장전해 시내로 출발했다. 오토바이든 트럭이든 승용차든 구분 없이, 길거리의 사람들까지 나와 물을 뿌렸다. 보통의 물은 미지근해서 맞아도 크게 부담이 없었지만 얼음을 넣은 물은 정말 짜릿했었다. 그래서 우리도 곧바로 얼음을 사서 넣었다. 그대들도 짜릿함을 느껴보라는 의도였다. 거의 두 세 시간 동안 그 물을 뿌리고 다녔는데, 맞고 뿌린 그 물에 우리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입술은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엄청난 물총싸움에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몸은 덜덜 떨렸다. 내가 태국이 더운 나라라고 했던가? 4월이 태국의 가장 더운 계절이라 했던가? 쏭크란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랬는데 쏭크란을 겪고 나니 그건 절대 아니다. 쏭크란축제기간에 태국은 아주 춥다. 그래도 재밌으니 내년에 또 가야지.

 

 

This is Thailand

어느 새 내가 피스빌리지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분명 처음엔 영어가 막막해서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떠나고 싶지가 않다. 쥐도 새도 모르게 물고 가는 능력 있는 이곳 모기와 쉬이 보게 되는 도마뱀에게도 이제 적응이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친구들의 대화소리, 더불어 언제나 유쾌한 내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남은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소풍갔다 돌아오는 길에 브라잇에게 오토바이를 태워달라고 했다. 오는 길엔 다 같이 트럭 뒤편에 앉아왔었으니 갈 때는 달리 가고 싶었다. 태국에서 오토바이는 10살짜리 꼬마도 몰 정도로 흔한 교통수단이다. 브라잇은 피스빌리지 근처 대학교의 공대생이었는데 그에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그는 남자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나는 동성애자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니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브라잇은 내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비해 너무나 여린 마음을 가진 브라잇과 내가 한 팀이 되어, 그리고 리지라는 동갑내기 프랑스인 친구와 기아라는 태국 친구가 또 다른 팀이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다. 날이 어둑해져 갈쯤, 차로 간 팀도 기아와 리지도 이미 가버렸는데 우리에게 큰일이 났다. 신나게 노래 부르며 가는데 오토바이 기름이 떨어져 길 한 가운데에 멈춰 서버린 건데, 아무도 없는 캠핑지에서 우리는 오토바이를 끌고 가야되는 상황이 왔고 한국이었으면 걱정부터 앞섰을 테지만 나와 브라잇은 한참을 그냥 서서 웃었다. 그때 문뜩 느낀 게 나도 달라졌구나.’였다. 나와 브라잇의 대화는 이러했다. ‘브라잇 어떡해? 우리 걸어가?’ ‘몰라! ,마이갓! 어떡해!!’ ‘, 웃겨. 브라잇! 우리 걸어가면 한 4시간 걸릴까? 진짜 시트콤같네.’ ‘, 마이갓! 기다려봐 부탁해볼게.’ 그러다 우리는 운 좋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만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기름을 나눠주시려나 보다.’라고 예상했으나 완벽하게 빗나갔다. 뒤에선 그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분이 직접 본인의 다리(leg)를 정말 다리(bridge)마냥 우리 오토바이와 연결하고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조차도 웃겨서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브라잇과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같이 실컷 웃었다. 어느 팀보다도 늦게 도착한 뒤, 브라잇은 내게 ‘This is Thailand.’라고 했다.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사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에서 기름을 넣었다. 그러다 기아네 집에서 오토바이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다른 오토바이로 바꾸러 왔다던 기아와 리지를 만났고 우리 넷은 합을 맞추어 드라이브를 하고 가기로 했다. 분명 마지막 날이기에 기나긴 회의를 하게 될걸 예상했기에 우리는 괜히 머나먼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왔다. 여전히 우리 넷은 이날의 얘기를 하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달리 묻지 않는 것으로 봐서 비밀은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경계

우리는 떠나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날 밤은 무언가 특별했다. 그날 밤엔 반딧불까지 보았으니 말이다. 실감은 나지 않았지만 피스빌리지에 머물 때 항상 느낄 수 있었던 그 흥겨움 외에도 헤어짐의 무거움이 잔잔하게 깔려있었다. 마지막이라서 늦게까지 대화의 장을 이어갔다. 3개월 간 동남아를 더 여행을 할 것이라던 루띠와 내일 모레면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던 마리언니, 2주는 태국에서 머물고 프랑스로 돌아갈 거라는 루씰, 3개월간의 장기봉사를 마치고 이제는 네팔로 장기 봉사를 떠나는 리지 등 우리는 떠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또 그곳엔 보통날과 다를 바 없이 아이들을 가르쳐야하는 악쎌과 폴린, 렉스, 브라잇 등 남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태국 현지 단기 봉사자로 참가한 홍이라는 친구도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캠프 도중에 생일도 맞아 20살의 특별한 축하를 받았던 그녀에게 이번 캠프는 소중했을 것이다. 그날 밤 홍은 정말 많이 울었다. ‘이 캠프가 끝나면 나는 대학교 계절 수업을 들으러 다른 도시로 가야돼. 그래서 내가 언제 너희들을 보러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파. 너희들은 내가 만난 첫 번째 외국인 친구들이란 말이야. 너희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 버리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 맞는 말이다. 나도 그러했으니. 이전에 갔던 나라들에서 만난 친구들을 다시 본 케이스는 그 친구가 한국에 놀러온 것이 아니고서 내가 그곳에 가서 다시 본 적이 없기에 그 물음에 달리 위로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홍이 울 때까지만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홍을 위로하던 악쎌이 울 때 나도 함께 터져버렸다. ‘울지마. 나도 벌써부터 슬퍼지잖아. 너희는 떠나는 거잖아. 나는 여기서 5개월 간 수많은 단기 봉사자들을 만났어. 이렇게 정이 들고 너희가 떠나버리면 나는 또 혼자가 되어버려서 너희가 머물던 그곳을 바라보면서 운단 말이야.’ 맞다. 그걸 잊었다. 이들은 다시 여기서 살아야하고 우리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에서 그리워하겠지. 우리야 또 여행하면서 사람들 만나고 그러면서 이들보단 서서히 잊어 갈테고. 그 말에 마음이 아팠다. 아직은 어린 악쎌이 이전 5개월 간 얼마나 잦은 만남과 잦은 이별을 했을 지 생각되었고 떠나는 자보다 더 아렸을 기억에 같이 아파졌다. 그 말에 캠프 친구들 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떠날 걸 알고 만나기에 만남만큼이나 헤어짐 역시 쉬울 거라 예상하지만 번번이 빗나간다.

다음날 오전 나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나서야 했다. 다른 친구들은 평소처럼 캠프 활동을 하고 있었고 나는 짐을 싸고 있었다. 침낭을 싸다가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눈물이 흘러버렸다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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