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특별하지 않아 소중했던, 태국에서 마주한 이야기(1편)
글쓴이 두보예     소속 명지대학교

날짜 13.06.20     조회 2672

 

특별하지 않아 소중했던, 태국에서 마주한 이야기

 

묘한 기분으로 출발!

41일 나는 태국으로 떠났다. 내가 태국으로 떠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단지 나는 젊기에 겁 없이 할 수 있는 모험을 즐기고 싶었고 대학생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떠나고 싶었다.

 

태국어 한마디 못하는 내가 인종도, 환경도 다른 그곳에서 한 달 동안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또 한편으로 혼자 하는 여행 자체에 대한 로망이었다. 23살이 될 때까지 혼자 하는 여행은 그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 혹은 버스 안이 전부였다. 여행지에서는 늘 누군가와 함께 했었기에 정말 제대로 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본 경험이 없었다. 그것이 내가 떠난 이유였다. 그리고 왜 태국이었는지. 여기엔 이유가 있다.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쌌기에 여행경비가 풍족치 않은 내게 다른 나라로 가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더욱이 한-아세안센터에서 기자로 지난 1년 간 활동하며 눈과 귀로는 충분히 익혀온 국가였기에 혼자 가는 것이라도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태국을 선택한 것이다. 더 좋았던 것이라면 내가 간 4월은 불교 국가 태국이 새해를 맞이하는 달이었다. 길거리에서 서로 물총으로 물을 쏘는 쏭크란 축제도 즐길 수 있는 이 시기가 태국 배낭여행의 적기라고 판단되었다. 게다가 한국인의 여행비수기인 4월에 방문하는 태국은 한국인을 많이 만나지 않는, 다시 말해 내가 일상을 탈피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배낭여행을 꿈꿔왔었다. 초등학생 그리고 중학생시절 나는 대한민국에서 꽤 산다는 지역에 살았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주변 친구들이 흔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아가서는 유학을 갔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홀로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오기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여권조차 없는 나는 그들이 누리는 그것들이 동경이 되었다.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런 동네에만 살았을 뿐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해야했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면서도 꿈을 펼치기 위해 어린나이에 준비를 했었다. 그렇게 그때부터 모아온 경비를 이번 여행에서 활용하여 부모님께는 손을 벌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태국으로 떠나는 날, 믿기지가 않았다. 설레고 걱정되는 것보다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는 한 달 간 잘 살다오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인천공항 행 버스에 올라섰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참 기분이 꿀렁꿀렁했다. 드디어 나의 오랜 꿈을 이루는 것이니 말이다.

이번 배낭여행 이전에 나는 중국, 몽골, 네팔, 베트남에 다녀왔었는데 그 모두 해외봉사단, 문화교류단 소속으로 한국인 친구들, 인솔자 선생님들과 함께 떠난 것이었다. 의지할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이 이번과 달랐다. 공항 의자에 홀로 앉아 혼자 떠난다는 것에 대해 실감하며 조금 막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수속을 밟고 나니 탑승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면세점 구경을 할 세도 없이 오전 1035분 나는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막상 비행기에 타고나니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동네 가는 버스에 올라탄 듯 꽤 익숙한 기분 때문에 오히려 어색했다. 대만을 경유하여 태국 방콕에 도착한 때가 태국시간으로 오후 5시였다. 비행기에서 너무 좋으신 태국 내 유명 대학 교수님과의 만남은 여행의 시작이 좋음을 알렸다. 태국에 가는 것이 처음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 교수님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공항철도 타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 주시며 여행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겨우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명함까지 건네 주셨다. 여행의 묘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에게서 온다고 하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첫날부터 그런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한 달간의 일정이 걱정이 되기는커녕 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41일부터 30일까지의 한 달 중 첫 주와 네 번째 주는 방콕에서 내 발이 이끄는 대로 돌아다닐 계획이었고 그 사이의 근 2주간은 태국의 남부 교통의 중심 ‘Hatyai(핫야이)’라는 도시에서 워크캠프를 할 계획이었다. 워크캠프는 전 세계 다국적 젊은이들이 모여 그 지역의 발전에 함께 참여하는 활동인데, 대학생이 되면 꼭 한번쯤 해보고픈 일중 하나로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가장 먼저 한 일이 워크캠프를 신청한 것이었다. 신청은 본인이 하고 싶은 주제의 워크캠프를 선택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는데, 영어로 지원 동기와 나의 신상에 대해 기입하면 신청을 끝난다. 신청 후에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럼 워크캠프 쪽에서 승낙 혹은 거절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1월부터 내가 하고 싶은 캠프에 지원을 해놓고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워크캠프가 시작하기 몇 주 전에 본인이 신청한 워크캠프 전반에 관련한 정보지를 메일로 보내주는데 그 정보지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준비물, 우리가 하려는 활동 등이 적혀있다. 내게 보내온 정보지에 의하면 나는 핫야이의 한 사원에서 2주간 지내며 쏭크란 축제를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일이 주 활동이었다.

 

그렇게 나는 8일 아침 태국 돈무앙 공항을 통해 1시간 반을 타고 태국의 핫야이로 갔다. 그날 아침까지도 내가 지금 핫야이로 가는 게 맞는 건가, 그냥 워크캠프를 취소해야하나. 아직 방콕도 다 못 봤는데...’라는 생각으로 싱숭생숭했다. 태국은 지도를 봐도 알다시피 동서로 길다기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가이기에 내가 가야하는 지역인 핫야이는 태국의 수도인 방콕보다 말레이시아와 훨씬 더 가까운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의 분위기는 방콕과 사뭇 다르다고 들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내가 저렇게 주저했던 이유는 외교통상부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내게 보내온 문자였다. ‘태국 핫야이, 송클라 등은 여행 제한구역 3단계 지역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문자는 사람 마음을 굉장히 심란하게 했다. 사실 나는 홀로 하는 여행이기에 사전에 외교통상부산하의 해외안전여행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해외여행등록제 동행에 나의 여행일정을 등록을 하고 갔다. 동행은 대한민국 국적자가 해외를 방문할 때 자연 재해나 재난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시 여행객의 안전을 파악해주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제도였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목적지의 치안상황이나 자연재해 가능성 등을 알려주었는데, 나는 출국 3일전 까지만 해도 태국의 치안상황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알아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동행 제도에 등록을 하고 확인해보니 내가 워크캠프를 할 지역이 지난 12월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폭발사고가 났던 곳으로 해외체류자의 경우 가급적 여행 취소 및 연기’, 해외여행 예정자의 경우 긴급용무가 아니면 귀국이라는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출국 3일전에서야 본 이글은 청천병력 같았고 방콕과 방콕 근교를 여행하는 4월 첫째 주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현지 워크캠프 담당 기관인 VSA(Volunteer Spirit Association) Thailand에 확인해본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했고 방콕에서 만난 태국인 친구도 사람 많은 곳만 피하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난 방콕에 있는 그 친구에게 내가 3일 동안 연락이 없다면 걱정 좀 해줘.’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남기고 그곳으로 떠났다.

 

 

태국 워크캠프, 만남과 알아감.

예정보다 조금 늦게 핫야이에 도착했다. 우리는 핫야이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공항부터 기차역까진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고 결국 20분정도 늦고 말았다. 그래도 기다려줄 것이란 은근한 기대를 안고 갔건만 웬걸. 아무도 없었다. 나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 전화도 되지 않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워 방황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여행자인 행색으로 기차역을 서성거리고 있자 같은 여행객 처지의 프랑스인 아저씨가 도움이 필요하냐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에게 내 상황을 말했고 참 감사하게도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쓰라고 빌려주셨다. 그 덕에 나는 캠프 리더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캠프 리더는 내게 데리러갈 테니 그곳에 기다리고 있으라했다. 통화를 마치고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때 그는 내게 평생 잊지 못할 말을 하고 말레이시아 국제열차를 타러 떠났다. ‘나도 마카오에서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한국인이랬지? 난 그 순간을 여전히 잊지 못해. 너도 아마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못 할 거야. 네게도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내가 이렇게 했듯, 그 한국인이 날 도왔듯 너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데리러 온 캠프리더 (Bell)’을 만났다. 큰 눈에 거무튀튀한 피부. 남부 태국인의 전형적인 생김새를 지닌 그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자며 내 캐리어를 자신의 뒤에 실었다. 벨과 나의 캐리어 그리고 내가 오토바이 하나에 의지해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사원으로 향했다. 오토바이에서 벨은 내게 말했다. ‘나는 네가 캠프를 취소한 줄 알고 간 건데,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라고 말이다. 전말은 이러했다. 본디 정보지가 전달되고 나면 참가자들은 캠프 참가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답을 보내야 하는데 내가 보낸 답 메일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청했던 다른 한국인이 취소를 해버려 한국이 남북한 상황이 좋지 않아 한국인들은 취소를 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태국에 있던 4, 외국뉴스를 보던 한국은 만지면 터질 시한폭탄마냥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를 해보면 여긴 똑같아. 사람들 다 자기 할 일 하고 다를 바 없는 일상이야.’라고 하기에 나도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외국인들 눈에는 한국의 상황을 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으니 상당히 심각하게 보였나보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여럿 만들고 나는 드디어 클롱해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은 생각보다 컸고 우리가 머물 숙소도 내 예상보다 매우 좋았다. 2층짜리 건물에서 우린 2층에서 머물렀는데 더운 태국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시원한 타일바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화장실도 내부에 있어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시설을 집과 비교하자면 정말 끝이 없을 것이다. 가장 덥다는 태국의 4월에 에어컨도 없고 벽에는 무언지 모를 벌레들의 사체들이 가득하며 매트라곤 돗자리에 견줄 만큼 얇은 무언 가였지만 그때의 나는 상당히 소박했다. 그래서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창문으로 그 더운 날씨를 버텨야 하는 숙소가 허다한데, 우리 마음대로 켤 수 있는 선풍기에 감사했고, 수많은 벌레가 있었으나 다행히 한국에서 공수해온 모기퇴치제가 있어 감사했다. 사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시간이 지나며 그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순간에도 한국의 불상과는 사뭇 다르게 생긴 부처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한국을 떠나오긴 했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캠프에는 캠프리더 벨 이외에 현지인 참가자 퍼스트, 프랑스 참가자 루씰과 마리, 네덜란드 참가자 루띠가 있었다. 처음엔 이름이 낯설어 이름을 부르는데 꽤 걸렸다. 그들에게 내 이름이 익숙해지는데 꽤 시간이 걸리듯 말이다. 유럽파인 그들은 내 이름이 낯설었고 나는 그들의 이름이 낯설었다. 태국 현지 참가자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자신들의 이름대신 애칭 격인 벨과 퍼스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벨의 본래 이름은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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