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나를 찾아 떠나는 2012 한-인도 포럼
글쓴이 김승찬     소속 대학생

날짜 13.06.20     조회 6421

국제활동 경험담
  •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
  • 2012년 당선작

 

나를 찾아 떠나는 2012 -인도 포럼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향신료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공항 앞 길거리에는 우리와는 피부색이 다른 인도인들 수백 명이 활보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손가방을 움켜쥔다. 인도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토록 가고팠던 미지의 땅, ‘인도’. 그 땅을 밟자마자 느낀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낯설고 두렵다.’

인도로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스스로 결심을 했었다. 인도 문화에 흠뻑 빠져 돌아오자고. 하지만 모든 것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예상과는 달리 꽤 쌀쌀한 인도 방갈로르의 여름 밤공기, 조악해 보이는 공항건물과 우리나라 7·80년대 시절을 연상시키는 주변 인프라 시설, 머나먼 한국 땅에서 온 이방인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한 인도인들의 굳은 표정.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낙후된 환경.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인도를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았을까 하는 의문과 의심이 들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설렘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차창 밖으로 흘려보내며 인도의 첫날밤이 그렇게 흘러갔다.

갠지스 문명, 카스트 제도, 힌두교, 간디, IT강국. 인도라는 나라를 떠올렸을 때 바로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내 삶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이 나에게 의미를 지니기 시작한 때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작년 2학기 생활한자 수업 시간. 단순히 한자 자격증을 따기 위한 목적으로 수강했지만, 교수님은 그 이상의 지혜를 선물해 주셨다.

여러분 대부분은 수능성적에 맞춰서 대학교에 왔을 것이다. 그리고 졸업 즈음엔 학점에 맞춰서 취직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삶이 아니다. 친구, 학교, 부모 혹은 사회가 원하는 일반적인 인간상일 뿐이다. 여러분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고 의미있는 삶이다.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대학 4년은 를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죽어서나 다시 찾아올 기회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삶의 방식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몸으로 체험함으로서 터득할 수 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도 있으나 머리가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직접 여행을 통해 몸으로 부딪혀라.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 발을 들여 놓아라. 네 자신이 진정 어떠한 사람인지 파악하라. 그리고 바로 인도에서 그 첫걸음을 내딛어라.’

이러한 요지의 내용이었다. 진로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나에게는 교수님의 말씀이 곧 희망의 메시지였다. 왜 굳이 인도인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인도로 떠나자!’ 난 결심했다. 어떻게 체재비를 마련할지 고민하던 와중 학교 홈페이지에서 2012 -인도 포럼이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기획 내용을 읽어보자 딱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가능발전이란 포럼의 주제 또한 매력적이었다. 단순한 여행보다는 포럼을 통해서,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상 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떨어졌을 거란 예측이 무색하게 결국 인도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814일 낮 12:00, 인천공항. 한국인 참가자 10명과 담당 선생님 두 분이 하나둘씩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평소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지각생은 한명도 없다. 여행은 이미 시작이라는 듯 참가자 모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내색은 안 하지만 다들 설레는 표정이다. 10여 일 간의 짧은 체류 기간에 걸맞지 않게 커다래 보이는 캐리어를 하나씩 껴안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한국 참가자 10명은 5월 지원서 접수, 면접 등을 거쳐 선발되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미지센터를 거점으로 하여, 주제관련 국내·외 기관 조사, 필드트립, 포럼 발표 준비, 문화교류 행사 준비 등 국내 사전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인도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그들과 대등하게 포럼에 참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 과정이었다. 사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하더라도, 전공도 다르고 살아온 내력도 다양한 친구들이 협동심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개성 강한 우리 10명은 신기하게도 끈끈하게 뭉쳤다. 덕분에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구성요소인 경제, 사회, 환경’ 3개의 팀으로 나뉘어 만족스럽게 포럼 사전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개개인의 포럼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당 선생님들의 핫식스 투혼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두 달여간의 노력이 무안하게도 내 인도에 대한 첫인상은 달갑지 않았다. 첫 시내관광 때문이다. 한국 참가자들에게 통보한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했지만 사과 한 마디 없는 인도 측 담당자. 프로그램 계획을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것 같은 미숙한 진행. 심각한 매연연기와 도로에 진동하는 쓰레기 태우는 냄새, 귀청을 찢어버릴 것 같은 자동차 경적 소리. 차선, 신호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도로에서는 자동차, ,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이 무질서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815. 인도의 독립기념일이다. 공휴일을 즐기러 나온 인파가 더해져서 상황은 더 심각했다. 시내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니 머리가 다 어찔했다. 내가 한국에서 바라던 인도의 모습은 전혀 이러하지 않았다. ‘영적 깨달음의 나라답게 여유 넘치고 느긋한 인도인들. 우리의 바쁘고 그릇된 행동을 보고 일침을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날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인도 도착 첫날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교수님은 왜 인도로 떠나라고 하신 걸까.

내가 인도에 만약 단순 여행을 가는 것으로 그쳤더라면 그러한 단면적인 인상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기간 인도를 약간 먼저 방문했던 선배 한 분은 체류기간 중 내게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더티 인디아. 드러워서 나랑은 안 맞다. 승찬아! 가장 성능 좋은 모기 퇴치약이랑 물티슈 꼭 챙겨 와라.’

하지만 인도에서 며칠이 지나자, 인도의 매력은 그러한 겉모습에만 있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어쩌면 이 첫인상 덕분에 내가 인도를 지금 그토록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이나 대상이 있으면 결국 나중엔 좋아지고, 첫인상이 좋으면 오히려 나중엔 싫어지는 나만의 독특한 징크스 때문이다. 인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 강력한 첫인상 덕분에 둘째 날부터 인도를 편견 없이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화에 심취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남아시아 특히 인도의 문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접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멀리하게 된다. 때문에 한국인에게 인도는 여전히 단편적인 몇 가지의 정보들로 다가올 뿐이다. 힌두교, 파키스탄 분쟁, 발리우드, 간디 등. 하지만 인도 방갈로르에서의 시내 관광은 그 정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으로 그 나라를 평가하는 것은 정말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인도에서 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때도 그 즈음부터였다.

 

  

독일 작가 빌헬름 셰퍼는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이라는 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어떤 사람은 외부의 대상에 자신을 꿰어 맞추려하고, 어떤 사람은 거꾸로 외부의 대상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한다. 헤세는 후자를 택한다. 헤세는 인도라는 대상 때문에 동양으로 떠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떠난 것이다. 우리에게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이 더 순수하고 근본적으로 가치 있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난 이번 한-인도 포럼에서 헤세의 이러한 여행 방식을 따라 보고 싶었다. 현재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지극히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다. 부모님의 사랑받는 아들로서, 교수님의 성실한 제자로서, 동아리의 의젓한 선배 혹은 후배로서, 신의 있는 친구로서 난 항상 제 역할을 다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항상 무언가 빠져 있다고 느껴왔다. 바로 나 개인의 정체성이다. 그 사람이 소속된 집단으로 한 사람을 규정짓는 문화가 싫었다.

너는 어떤 대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넌 어느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어야 하고 비싼 차를 소유하며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삶이다. 그러한 성과를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사회의 패자이다.’

이러한 역할 기대가 나에게는 일종의 의무와 굴레로만 느껴졌다.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자살하고 한국의 행복지수가 항상 낮게 나오는 이유에는 바로 이러한 주변에 대한 과도한 의식과 역할 기대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2012 -인도 포럼의 큰 주제인 지속가능한 발전문제 또한 이러한 삶에 대한 인식과도 큰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결국 현재를 사는 인간들과 미래의 자손들이 어떻게 하면 조화롭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퍼져 있는 과도한 관계 지향적인 삶이 후진적인 것이 아닐까. 인도에서라도 관계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해 보는 것이 내 고민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거창한 고민은 영어라는 장벽 앞에 부딪혔다. 인도 방문 둘째 날부터 시작된 2012 Global Citizens Youth Assembly는 여러 국가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문화교류를 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여는 장이었다. 참가국은 한국, 인도, 스리랑카, 네팔, 중국, 대만, 미국 등 다양했다. 각 국의 청소년을 섞어서 총 4개의 주제별로 그룹을 나누었다. ‘Educate to Empower, Leadership and Empowerment(for youth and women), Adequate Housing, Community Development and Livelihood’ 난 평소 관심을 많이 가졌던 Educate to Empower 팀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영어에 익숙한 미국인과 인도인들이 주도적으로 그룹 내 토의를 이끌어 나갔다. 미국인들이나 중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인도인들의 영어 발음이었다. 우리 팀 인도인 참가자 2명은 말도 정말 많고 빠르게 말했는데, 도저히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동시에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자랑스레 소개하고 싶었으나 그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 해 아쉬웠다. 다행히 같은 팀이던 한국인 참가자 예지가 차분히 한국의 입장을 설명해 줘서 외국인 친구들도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난 이러다가 인도인과 속 깊은 이야기도 하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다음 셋째 날부터는 인도인 친구와 Buddy라는 관계를 11로 맺어줘서 좀 더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실 상대와의 문화교류와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었다.

 

  

 

문화교류행사에서 그 점을 느꼈다. 문화교류행사는 각 국가의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담은 춤, 노래, 공연 등을 선보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는 두 달 동안 이 행사를 위해서 신데렐라를 각색해서 연극을 만들고 마무리 퍼포먼스로 부채춤을 준비해왔다. 공연을 준비해 오면서 공연의 질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전문 선생님을 두고 전통춤을 배우는 스리랑카, 인도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대부분의 공연 내용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관객과의 소통 면에서 우리 팀은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다른 공연에서 시끄러웠던 관객 친구들이 우리 연극 때만큼은 아무런 소음 없이 집중을 해주었다. 그들은 우리의 손짓, 발짓, 대사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크게 웃어주었다. 마지막 부채춤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환호성, 우리들과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드는 인도인 친구들과 중국인 친구들. 그 순간만큼은 그 친구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두 달 간의 노력이 값진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들은 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어디 학교를 다니는지, 어떠한 배경으로 성장했는지, 어느 지역에서 사는지에 대해 그들은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알게 되더라도 그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나와 우리 한국인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었다. 우리가 선보인 연극과 부채춤에 환호성을 보내어 주었고 우리 한명 한명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내어 주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의 카스트, 경제적 부, 대학 수준 등이 인도 국내에서는 개인에게 큰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들은 우리의 관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인도 전통춤이 좋았고 그들이 그냥 좋았다. 언어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함께 춤을 추는 시간을 갖고 인도 놀이를 하면서 우리는 소통했다.

난 어디에 소속되어 있거나 무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다.’

난 서서히 이렇게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만큼은 자유로운 개인이 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러한 개인 지향적인 삶이 더 나은 삶의 방식일 것이다.

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역시 Vedike에서의 활동을 자랑스레 말하고 싶다. Vedike는 인도의 농촌체험활동을 위해 GCSD(Global Citizen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인도의 비정부기구) 측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마련한 체험 마을이다. 농촌체험활동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난 우리네 대학에서 자주 가는 농활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된 노동을 생각하며 그곳을 향했지만 우릴 반겨준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천진난만하게 안티~, 엉클~’을 외쳐대는 꼬마들과 높디높은 하늘, 풍미 있는 음식, 식사 전마다 하던 배구, 크리켓, 각종 경기들. 매우 널널한 일정 속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만 결코 값지지 않은 경험은 없었다. 나무와 하늘과, 시원하게 불어드는 바람 속에서 진행된 사회 팀의 발표,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로 물든 Vedike의 야경, 돌산 정상에서의 그림 같은 경치. 인도 GCSD 측 담당자인 JohnVedike를 국제교류를 위한 거대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사회로 진출하면 그 때에는 청소년, 학생이 아닌 동등한 어른으로서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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