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 - 2010 서울 희망누리 체험담
글쓴이 최지석     소속 청담중학교 3학년

날짜 10.09.08     조회 2569

국제활동 경험담
  •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
  • 2010년 여름방학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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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

- 2010 서울 희망누리 체험담

  • 최지석
  • 청담중학교 3학년
  • 국내사전교육 약 3개월, 현재탐방 2010년 7월 20일 ~ 7월 31일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이 3월의 어느 날이라고 기억한다. 학교 공지사항에 서울시 희망누리 체험단에 관한 정보가 올라왔을 때, 그걸 클릭하는 것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는 그걸 클릭하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희망누리 체험단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즉 전환점이 된 활동이었다. 국내사전교육 때도 그랬지만, 특히 영국을 탐방하러 가서는 그곳의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나라 문화가 부족한 점을 깨닫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우리의 주제를 탐구하면서 얻은 교훈들은 내가 법조인을 단순하게 꿈꾸던 한 청년에서 외교나 통상 관련 전문직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희망누리 체험단은 이렇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골라 그 팀에 지원하고, 합격을 하면 1학기 동안 계속해서 그 주제에 관한 탐구를 계속하다가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쯤 자신이 택한 주제에 관련된 국가를 탐방하여 그 주제를 한국에서보다 더 깊게 탐구한다. 해외 탐방이 끝나고 나면 자신들이 배운 내용에 따라 서울시에 정책 제안을 하거나 자기 주제 홍보 등 팀이 토의한 방향으로 결과를 창출한다.

내 경우는 공정무역을 탐구하는 영국 팀에 지원하였다. 공정무역은 스타벅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자기 상품의 판매가를 최대한 줄여 이익을 늘리기 위하여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생계유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원료를 사는 것을 막고 생산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시작된 소비자 윤리 운동이다. 그들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함으로서 생산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운동이며, 미국에서 가장 처음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퍼져있다.

국내사전조사 때, 우리 팀은 각종 공정무역 기관들을 돌아다니면서 그 곳의 상황과 아직 공정무역이 깊이 뿌리박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공부했다. 한국에서는 공정무역이 들어온 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일반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기관들의 활동을 보며 '영국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공정무역이 널리 퍼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은 작아지기는커녕, 우리가 공정무역을 더 알면 더 알수록 커지기만 했다.

우리 팀은 중간에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바로 중간발표회였다. 우리가 느낀 것, 배운 것에 비하여 정리를 잘 하지 못하여 우리는 많은 실망을 했다. 그런 실망을 딛고 일어서기 위하여 우리 팀은 '영국에서는 한국에서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 겠다.' 라는 각오로 영국으로 출발했다.

한국의 대표적 공정무역 기업
'아름다운 가게'에서
미지센터에서 한 영어 프레젠테이션
교육 후 기념 촬영

이제, 본격적인 나의 국제 경험담을 설명하고자 한다.

1일차: 영국에 도착한 날, 나를 비롯한 우리 팀은 모두 기대에 차서 들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입국 심사를 받느라고 피곤해진 몸은 생각도 안하고, 이제 영국에 왔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앞으로 열흘간 우리를 영국에서 이끌어 주실 코디 선생님인 박정언 선생님을 뵙고, 영국의 지하철인 'Underground'를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로 향했다.

지하철을 탈 때부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일회용 교통카드와는 매우 다른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의 T-money 같은 교통 카드가 있는 것은 같았지만 'One-day Pass'라는 시스템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는 교통카드를 하루치를 사는 것이었는데, 구입하면 지하철과 버스를 모두 통틀어 하루동안 카드 하나로 모두 탈 수 있는 것이었다.

영국의 지하철은 상당히 오래되어보였다. 지하철의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듯 싶다. 원통형이었는데, 놀랍게도 지하철에 에어컨 등이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박정언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영국의 지하철에서는 한국과 달리 전화가 터지거나 DMB 시청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역사가 길다고, 최초로 시작했다고 좋은 것은 역시 아니었다. 지하철 같은 경우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우리나라가 편리성이나 시설 면에서 훨씬 뛰어났다. 앞으로 세상이 전개될 방식이 이럴 것이다. 오래된 명예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은, 오직 현재만이 중요한 방식. 그런 생각을 하니 앞으로 내 인생이 전개될 것에 대한 불안감이 난데없이 닥쳐왔다. 지금 생각하면, 영국에 와서 쓸데없이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던 내 자신에 웃음이 저절로 난다.

바로 숙소에 가서 짐을 풀자, 영국에서의 하루가 바로 지나가 버렸다. 영국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지하철과 멋진 거리에 다음 날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동시에 우리는 장시간 비행기와 지하철을 탑승한 부작용으로 금세 뻗어버렸다.

영국 지하철 로고 대부분의 영국 지하철 역의 모습

2일차: 영국에 도착하고 벌써 하룻밤이 지났다. 오늘은 원래 공정무역 재단 등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영국에 도착하고 나서의 일정에 상당한 변화가 생겨 일단은 '메노나이트'라고 불리우는, 공정무역을 초기에 시작한 단체들 중 하나를 방문하게 되었다.

메노나이트를 방문하기 전에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 런던대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 곳으로 가는 도중 우리는 Tesco라고 불리우는 영국 내 매우 큰 유통업체 매장을 보고 잠시 방문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주제와 관련된 공정무역 상품들을 찾아보았다. 그곳은 공점무역 제품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커피, 초콜릿, 차는 공정무역 제품들을 매우 많이 팔았다. 또, 그들 모두에는 국제적인 공정무역 로고가 붙어있었다. 가게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어도 로고는 아예 없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었다.

그 다음에는 런던대학교를 탐방했다. 이곳은 매우 넓고 건물 또한 고풍스러웠다. 런던대학교 역시 옥스퍼드 대학교나 케인브릿지 대학교처럼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대학교이고, 그 것만큼이나 오래된 건물과 전통의 기운이 나를 압도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코디 선생님인 박정언 선생님의 졸업을 축하하게 되었다.

마침 런던대학교 옆에 대영박물관이 있어 그 곳 역시 방문했다. 대영박물관에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한국관도 있었고, 우리 모두가 보고싶어했던 이집트의 미라도 전시되어있었다. 그런데 그 것들을 둘러보며 나는 굉장히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유물들이 영국이 다른 나라들에게서 약탈해온 문화재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역사를 지닌 영국에서 '나누는 문화'가 발전되어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비록 일부분만 맞는 예기라는 것을 마지막 날 깨닫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는 문화약탈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 공정무역이나 최근에 '김혜수의 W'에 나온, 노숙자들이 자립하도록 그들이 직접 잡지를 팔게 하는 잡지 'Big Issue' 등 가난한 사람들이나 사외 소외 계층들에 대한 체제가 다른 나라들 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 생각들 끝에 내가 얻은 결론은 역사는 결국에는 지나간 기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역사가 그 나라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 다는 것, 역사에 얽매일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6.25 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과연 역사가 도움을 주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너무 평범한 진리를 나는 대영박물관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대영 박물관에 입장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라면 흔하지 않은 일이다. 용산 국립 박물관만 해도 주말에만 돈을 안 받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영국의 대영 박물관은 1년 365일 무료 개방인듯 했다. 그 많은 문화재들을 전시하고 입장료 한 푼도 받지 않는 것. 언뜻 보면 어리석다고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것이 영국을 관광 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뿐만 아니라 나중에 방문했던 버킹엄 궁이나 트라팔가 광장, Tate Modern 미술관 등도 입장료를 전혀 받지 않았다. 이는 결국 사람들이 영국으로 관광을 오는 것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런 전략이라면, 영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재를 자랑스럽게 관람하고, 외국인들의 관광을 유도하기도 하는 일석이조의 좋은 제도라고 생각되었다. 꽤 많은 부분에서 돈을 내는 우리나라의 관광 체제를 생각할 때, 한 번 도입해 볼 만한 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영박물관 이후 우리는 첫 기관방문인 Mennonite 방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는 부부인 'Deric'과 'Barvara' 께서 우릴 안내해주셨다. 그 분들은 매우 친절하게 메노나이트의 안을 소개해 주셨다.

메노나이트는 일종의 가정집으로, 아래층에는 신자들이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는 시설과 부억 등의 시설들이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오두막 'Prayer Hat'였다. 이 곳은 메노나이트에 따로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신자들이 혼자 조용히 기도하고 싶거나 명상을 하고 싶을 때 신청하고 이용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위층을 일종의 '게스트 하우스 (유스호스텔 같이 사람들이 며칠 묵어갈 수 있도록 한 숙소)' 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 다음에는 전통식 영국 차 대접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공정무역을 아는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영국식 발음이 약간 알아듣기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Barvara 아주머니께서 '영국에 공정무역 교회도 있습니까?' 하고 여쭙자 나는 상당히 놀랐다. 결국, 영국에도 공정무역이 정말 상식으로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것 역시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영국에서 할 설문조사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런던대학교에서 박정언 선생님의 졸업을 축하하며. 메노나이트 교회의 Barvara, Deric, Jane과 함께.
대영 박물관에서 런던 대학교 교정 안에서.

3일차: 오늘은 숙소를 출발해서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Thames 강으로 갔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본 것은 빅벤이었다. 나는 영국에서 본 여러가지 관광지 중에서도 이 빅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 이유가 좀 황당한데, 빅벤은 우리학교 영어교과서에 사진이 실려있다. 그런데 그 사진의 크기가 손가락의 마디 한 개만 해서, 빅벤이 굉장히 초라하다고 생각했고, 왜 사람들이 여기를 그렇게 찬양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 그 크기가 실로 엄청났고, 그 곳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력한 기운은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서는 배를 타고 Thames 강을 돌았다. 도는 도중에 런던탑의 겉모습과 시청 건물의 꼭대기, 그리고 타워 브릿지를 볼 수 있었다.

또, 도는 도중에 우리나라와 런던의 가장 큰 차이점을 발견했는 데, 온통 현대적이고 직사각형의 건물만 빽빽한 서울과 달리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 양식과 유선형의 아름다운 현대식 건물들이 공존하여 도시가 매우 보기 좋았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을 매우 좋아하긴 하지만, 영국 런던의 외관 만큼은 서울이 아직까지 결코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가 아니라 '영원히' 일지도 모르겠다. 영국 런던의 외관은 중세시대에 지어놓은 건물들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서, 즉 전통의 권위를 도시에 남겨놓음으로서 생긴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여성협회인 'W.I (Women's Institude)'를 방문했다. 이 곳 역시 OXFAM과 Traidcraft와 함께 영국에서 초기 공정무역을 주도한 기관이기 때문에 이 곳 방문은 매우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강연을 나오신 분은 공정무역 재단에도 등록되어 있는, 공정무역 분야에서 매우 오랫동안 활동해오신 분이었다. 그 분께서는 매우 성실하게 ppt 자료를 준비하시고 매우 많은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해주셨다. 특히 그 분은 우리가 지금까지 영국에서 꼭 듣고 싶었던 질문인들에 대한 답을 많이 해주셨으며, 오랫동안 공정무역 분야에서 일해오신 분인 만큼, 또 그 경험만큼 W.I가 공정무역 분야에서 세운 업적과 현재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셔서 굉장히 좋았다.

그 직후에 우리는 옆에 있는 'Co-op' 매장을 찾아갔다. Co-op은 '생활협동조합'으로, 유기농 국산 물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그런데 생협이라는 곳의 사상이 윤리를 기초로 하고 있다보니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생협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Co-op은 그런 생협들 중에서도 매우 큰 곳이며, 영국 내에서 공정무역을 가장 크게하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에서 우리는 상상을 뛰어넘는 공정무역 제품의 수에 매우 놀랐다. 초콜릿, 커피, 차는 기본이고 시리얼 바, 주스 같은 것들도 있었다.

우리는 영국의 또 다른 관광 명소인 트라팔가 광장을 가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정을 끝냈다. 영국에서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는 생각을 하니 시간이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지난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과 막막함을 동시에 앉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쉬움은 영국에서 얻는 경험이 이제는 9일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막막함은 남은 시간 9일동안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 가가 너무 광범위하여 생긴 감정이었던 것 같다.

Thames River 앞에서

4일차: 오늘은 특별하게 방문한 곳이 딱 한 곳밖에 없었다. 영국의 대형 쇼핑몰을 찾아가서 'Waitrose'의 매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Waitrose에는 공정무역 제품이 매우 많고, 딴 곳에서 보지 못했던 와인 종류까지 있던 것이 매우 인상깊었다. 또, 공정무역 제품만이 아니라 'Waitrose Foundation'이라는 표시가 붙은 제품들도 있었는데, 이 물품들의 정체는 며칠 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오늘의 방문은 물품 탐색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수기를 쓸 만한 사실이 많지 않다. 그저 영국의 대형 쇼핑몰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고, Waitrose 같은 거대한 유통업체가 공정무역을 하게된 이유 등 많은 궁금증들이 생겼지만 강연자님의 사정상 질문을 모두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Waitrose에 관한 궁금증들은 며칠 후에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5일차: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옥스퍼드에 가는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KTX나 새마을호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기차는 오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너무나 많아 우리는 열차 연결칸에서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열차안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간신히 자리가 비어 8명이 모두 앉았다. 우리 옆에는 젊은 외국인 두 명이 맥주를 마시면서 떠들고 있었는데, 기차가 거의 도착할 때 쯤 대뜸 우리에게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였다. 우리는 좋다는 대답을 했고, 그 분은 '어디 한 번 세상에 이만큼 기쁜 순간은 없단 듯이 웃어봐라'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환하게 웃는 우리를 찍어주었다. 그 사람이 어디 사람이고, 누구인지는 우리 중 그 누구도 몰랐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굉장히 유쾌한 사건이었다.

옥스퍼드는 공정무역 마을이다. 그러나 이 곳에 처음 내렸을 때는 그런 표시라던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전혀 없었다. 우리가 본 것은 그냥 대학교 캠퍼스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세시대 건물들이 화려하게 늘어선 평범한 영국 마을이었다. 이 곳이 공정무역 마을이라는 것도 마지막에 떠나면서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이다.

옥스퍼드에서 가장 처음 방문한 기관은 OXFAM 이었다. 이 곳은 빈곤 구제를 주 과제로 삼은 기관이다. 우리가 갔던 곳은 수많은 옥스팜 상점 중에서도 1호점이었다. 공정무역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 외에도 재활용 물건들이 늘어져 있는 것이 상당히 독특했다. 이 곳 매니저 분은 약간은 쑥스러운 듯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하셨다. 그 분께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회사인 '아름다운 가게' 소속의 사람들이 이 곳에 방문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한 기관이고 또 그 기관의 1호점이니 만큼 우리가 배운 것은 많았다.

그 다음으로 간 OXFAM Bookstore는 옥스팜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었다. 이 곳의 특이한 점은 모든 책을 기부받아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기부가 부족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매니저 분은 그런 적은 전혀 없었다고 대답하셨고, 영국에서 기부가 상당히 많이 생활화 되어 있나 보다고 나는 생각했다.

옥스퍼드를 잠시 거닐고 있을 때, 길가에 공정무역 재료를 쓴다는 카페가 보였다. 그 곳에서 잠시 쉬고 가자고 팀원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 들어갔는데, 직원 분이 우리가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1.75파운드에 1스쿠프인 아이스크림을 1파운드에 3스쿠프나 주는 인심을 배푸셨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이 곳 매니저 분과 즉석에서 인터뷰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공정무역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되어가는 영국과 공정무역의 효과를 매우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가게에서 받은 친절은 굉장히 긴 시간동안 내 머리에 남아있을 듯 하다.

떠나는 열차에서도 자리가 없어 우리는 열차 사이 칸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앉아 계신 아주머니의 개가 우리에게 계속 다가오자, 그 아주머니와 말을 하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영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꽤나 사교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식당에서 종업원들을 볼 때도 우리나라보다 활달하게 손님들과 소통을 하려하는 의지를 몇 군데에서 보았는데, 이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그걸 많이 느꼈다. 버려진 개를 입양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개의 목에 걸려있던 '마이크로 칩이 이식되어있음' 이라는 패찰은 또다른 흥미를 유발시켰고,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한 일이라 기억에 굉장히 생생하게 남은 것 같다.

Greens Cafe 앞에서 OXFAM의 공정무역 제품과 함께.

6일차: 오늘은 공정무역 교회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문제가 생겼다. 너무 꾸물거리다가 예배시간을 못 맞추고 지각을 해 버린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아침에 워낙 피곤해서 나를 포함한 팀원 대부분이 다들 꾸물거리는 게 별로 놀랍지 않았고,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정말 큰 문제였다. 결국, 좀 더 부지런해져야 겠다는 교훈을 가슴 깊숙히 느끼게 되었다.

예배 중간에 몰래(?) 들어가 예배를 끝까지 지켜보고나니 1층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교회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파는 행사가 있는 날이었고, 우리가 시간을 잘 맞춘 것이라고 했다. 그 것을 보면서 정말 놀랐는데, 확실히 영국에 방문한 이유를 정말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공정무역이 생활 속에 퍼져있으니 영국을 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자 분께서는 공정무역 대표 회사 'Traidcraft'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본인 의지로 판매하는 'Traders'라는 홍보그룹에 속하신 분이었다. 그 분 또한 W.I에서 만난 분처럼 공정무역에 관한 엄청난 열정을 지니고 계셨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계신지 공정무역 교회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물 흐르듯이 명쾌한 대답을 해주셨다. 내가 가장 신기했던 것은 공정무역 교회가 되는 것은 단순한 '훈장'일 뿐이지 다른 혜택 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공정무역을 어떤 이득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것은 나에게는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는 잠깐 교회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 교회는 900년이 넘었다고 했는데, 그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교회 주변의 묘지와 마을에서 중세 시대, 혹은 그보다 약간 뒷 시대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 마을을 구경하며 전통을 중시하고 보존하려고 하는 영국인들의 노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이런 고전적인 건물들이 만들어주는 영국만의 색깔이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것들이 주는, 다른 현대문명도시들과 차별화되는 런던 만의 개성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다음 우리는 영국의 명동거리라는 곳을 방문했다. 주말 인데도 불구하고 그 곳은 사람이 그렇게 북적거리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중간 중간에 한국 음식점도 보이고, 각종 명품 가게와 일반적인 가게들이 뒤섞인, 확실히 명동과 비슷한 풍경의, 하지만 넓고, 생각보다는 한산하고, 깔끔해 보이는 거리였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은 버킹엄 궁전 관람이었다. 영국 여왕이 기거하는 곳 답게 웅장함이 압권이었다. 궁전 정문이 굳게 닫혀있고, 정문 안에 경비원이 총을 들고 서있으며, 위에서는 헬리콥터가 계속 떠다니고 있었다.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지만, 왕족의 암살이나 그 시도에 관해서는 사형도 내릴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여왕이나 왕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은 사람들이 아닌, 여전히 권력이 매우 강함을 설명해주셨다.

오늘은 전통이 주는 아름다움을 잘 느낀 날이었다. 교회 주변의 풍경은 나무와 중세건물들이 꽤 잘 어우러진 보기좋은 풍경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풍경이 있겠지만 나는 그런 풍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본 그 시골 마을의 모습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예배 도중의 모습 교회 앞 묘지의 길에서
교회 주변 건물의 모습 버킹엄 궁 앞에서

7일차: 오늘도 어제처럼 지각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숙소를 옮겨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게다가 교회에 갈 때에는 예배시간 중간에 들어가도 별 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계속해서 일이 있는 분이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결국 내 생각은 틀렸지만, 늦지 말자는 정신을 한 번 더 머리에 박아넣게 되었다.

우리가 오늘 처음으로 방문한 기관은 Marks & Spencers 였다. 이 곳은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매우 큰 기업인데,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공정무역 상품인 옷을 판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또, 옷 중에서도 공정무역 티셔츠는 매장 내 '잘 나가는' 판매 품목 중에서도 상위권이라고 했다. 공정무역이 품질에서 다른 물품들과 전혀 밀리지 않는 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영국에서의 공정무역의 힘을 다시 체감했다. 이 곳은 기업을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공정무역을 선택한 것인데, 그걸 증명이나 하듯 자신들이 공정무역을 한다는 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또, 공정무역 이외에도 70%~100% 재활용 봉지를 사용하는 등 윤리적인 기업 운영이 매우 돋보였다.

이렇게 큰 대기업에서 공정무역을 하면서도 그 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쓰지 않는 것은 나에게는 윤리적인 기업 경영의 교과서처럼 보였다. 공정무역을 마케팅 수단으로 시작하여 그걸 홍보에 활용하는 스타벅스 등의 회사와는 대조적이었다.

다음에는 Tate Modern 미술관과 그 옆의 Millenium Bridge, 대성당을 구경했다. Tate Modern 미술관은 피로 때문에 1층밖에 구경하지 못했는데, 역시 내가 예술을 이해하는 눈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4차원 세계에서 온 듯한 조각이나 그림들, 아니면 나도 그릴 수 있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그림들을 보면서 '이게 예술이야?' 하는 의외감이 많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시 되는 것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창의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붉은 색 종이에 노란색 선 하나 그은 것이 예술이 되는 세상은 신세대인 나조차도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미술관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예술

8일차: 오늘 가장 처음 방문한 기업은 Waitrose였다. 이 곳 역시 공정무역을 상당히 크게 하고 있는 유통업체인데, 특이한 점은 공정무역 이외에도 'Waitrose Foundation' 이라는 독립 단체를 만들어 따로 공정무역 활동을 더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공정무역과 사실상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Waitrose Foundation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FLO 인증 (국제적인 공정무역 인증) 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인증을 받지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윤리 활동을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Waitrose 방문이 끝나고 우리는 공정무역을 매우 크게 하고 있다고 알려진 유통업체 'Sainsbury's O2 Center'를 들렸다. 아쉽게도 이 곳에서는 매니저 분들께 강연은 들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묵혀두었던 설문조사를 이 곳에서 하게 되었다.

바쁘신 분들이 많아 설문조사를 하기 상당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간혹 해 주신 분들의 설문지를 들여다보니 한국과는 공정무역에 관한 인식차이가 실로 엄청났다. 실제로 내가 설문조사했던 분들에 한해 통계를 내 본 결과, 11명 중에 공정무역에 대해 아는 사람만 9명이었고, 아는 사람들 전부가 공정무역 제품을 써본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에서라면 11명을 했을 경우 아는 사람이 1명도 나올까말까 했을 것이다. 역시 공정무역을 가장 처음 받아들인 나라답게, 그리고 'Kit-Kat', 'Dairy Milk' 같은 대기업 상품들이 공정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답게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아는 비율도 높았다.

모든 탐방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헨리 8세가 살았다는 궁전 'Hampton Court Palace'를 관광했다. 헨리 8세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그가 살았던 방, 그리고 궁전의 정원을 모두 둘러보니 '정말 왕 답게 살았구나'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궁전을 돌아볼 때, 확실히 세상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 8세는 자신이 노력해서 왕위를 얻은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왕족이었다. 그런 식으로 정말 운이 좋게 태어난 것 하나로 을 때까지 6번이나 결혼을 하고, 이런 호화스러운 궁전에서 산 것, 나에게는 그 것이 매우 불공평한 일로 여겨졌다. 나라고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와 나를 비교하면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내가 불공평함을 느낀다고 그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궁전 탐방이 끝나고 우리는 아침에 부상당한 팀원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였는데, 병원으로 가니, 맙소사,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가이드 선생님 말로는 영국은 이런 경우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4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셨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당장 죽을 상황이 아니면 이 정도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있었는데 우선순위가 밀려 우리가 나갈 때까지 앉아있던 사람도 보였다. 우리는 그래도 가이드 샘의 설득으로 1시간 20분 정도만 기다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Waitrose Foundation 로고 Sainsbury에서 파는 공정무역 꽃

9일차: 잠에서 깼을 때, 영국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우울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우울했던 까닭은 집으로 돌아가 할 여러가지 일이 떠올라서였고, 기뻤던 까닭은 한국에 돌아가서 만날 친구들, 부모님, 친척들, 그 외 여러 사람들이 떠올라서였다. 당시에는 기쁘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차피 내가 사는 곳도 아닌 영국에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열흘간 얼굴도 보지 못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상당히 그리운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 팀은 며칠 전 매장을 탐색했던 'Co-op'의 다른 매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우리가 갔던 매장들 중 M&S나 OXFAM 등과 더불어 공정무역 제품들이 매우 많은 상점인 Co-op. 오늘은 이 곳의 매니저 분을 만나 강의와 질의응답을 하려고 온 것이었다.

Co-op에서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매우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M&S나 Waitrose 등의 기관들에서도 공정무역 제품들은 인기가 아주 좋은 축에 속했다. 이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한국에서도 분명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아무리 소비자들이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제품의 질이 우선이 되지 않으면 잘 사려하지 않을 것이다. 유통업체에서 공정무역이 일반 상품들과 비교해서도 더 잘 팔린다는 말은 윤리성과 질이 합쳐져 이루어진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된다.

오늘의 기관 탐방은 Co-op이 마지막이었다.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깨달은 점은, 어떤 일에 대하여 기업의 진정성이 추가되면 그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Waitrose에서도, M&S에서도, Co-op에서도, 그 외에 공정무역을 하거나 지원하는 여러 단체에서도, 진정성이 있었기에 소비자들이 그 것을 인정했고, 결국 성공하였던 것이다.

영국에는 물론 공정무역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우리와는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나라가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일반 기업들을 더 잘하도록 부추기고 공정무역을 일반인들에게 더 잘 전파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결론에 이르자, 우리는 그 '무언가'가 과연 무엇일지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것의 일부를 다음날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방문한 기관들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깨달은 바에 있었다. 한국에서 공정무역 기업들을 많이 방문하면서, 그리고 영국에 와서 3일차에 접어들 때, 우리는 공정무역 기관들을 방문하면 그 곳에서 해주는 이야기는 모두 똑같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결국 공정무역을 하는 곳에서 우리에게 해 줄수 있는 이야기는 공정무역에 관한 총체적인 설명, 그리고 기관에서 공정무역에 관해 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것들은 우리가 이미 한국에서 다 배워서 알고있는 내용으로, 솔직히 말해 우리가 필요한 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공정무역에 대하여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실제적으로 소비자들이 접하는 공정무역 상품들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관 방문이 끝나고 우리는 영국내에서 최고의 대학교라는 케인브릿지 대학교를 갔다. 도착하고 캠퍼스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그 멋진 외관과 웅장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케인브릿지 대학교가 대학교 만이 아닌 아예 관광지 중 하나로 인정받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인상적인 대학교 건물과 그 주변으로 펼쳐진 번화가는 큰 볼거리를 주었고, 내가 성장하고 나면 이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주었다.

케인브릿지의 교정

10일차: 영국에서의 떠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출국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국으로 다시 가는 아쉬움과 기쁨이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가지고 우리 팀은 마지막 기관 탐방을 하러 숙소를 나섰다.

첫 번째로 간 Tourism Concern은 지금까지 간 단체들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 단체였다. 이 곳은 '공정 여행'을 하는 단체이다. 공정 여행은 공정 무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지닌다. 이 둘은 모두 '이익이 돌아갈 사람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보장하자'라는 사상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공정 여행은 다국적 기업들이 제3국 여행국가들을 장악하며 벌어진, 여행 이익이 현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사태를 잠식시키기 위해 일어난 운동이다. Tourism concern은 공정 여행을 홍보하는 단체였다.

안타깝게도 이 곳은 자금위기로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다. 허나 많은 항공사들이 공정 여행을 돕도록 설득하는 일이 비교적 효과를 거두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는 해변에서 다국적 기업의 건물이나 호텔들이 모두 없어짐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호텔 체인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상당한 자금력을 지닌 스폰서를 얻으면서 사정이 나아졌다는 말에 나는 이런 윤리적인 일을 하는 기업들이 보다 자신들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들만 해도 자금 사정으로 일반 기업으로 바뀌거나, 돈을 버는 부서와 사회활동 부서를 따로 두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니, 결국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에 대한 문제는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며, 얼른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기관은 런던의 시청이었다. 가는 도중에 길을 잃고 해매는 바람에 이번에도 지각을 했고, 같이 만나고자 했던 Fair Trade Foundation의 직원 분은 결국 못 만났다. 내가 영국에서 만나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기관이 Fair-trade Foundation 이었고, 이 점은 팀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그 곳은 영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공정무역의 심장이고, 국제적인 공정무역 마크를 달아주는 FLO 또한 Fair-Trade Foundation이 관리한다. 이 곳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마치 경주에 가서 불국사를 구경하지 않은 내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쉬워도 어차피 끝난 거. 우리는 런던 시청에서 나오신 두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중 한 분은 독일에서 스카웃되어 오신 분이라고 했다. 능력이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인재를 고용하는 영국 시청의 모습에 나는 '세계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시청에서도 많은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런던 시청에서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과 실제로 도움이 될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공정무역 도시'와 '공정무역 구역'이라는 개념이었다. 이 것은 우리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이었는데, 런던에서 공정무역이 발달한 이유가 확실해졌다. 런던은 도시 자체의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공정무역도시로 지정되기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시청 내에서 쓰는 커피 등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쓰고, 그 외에도 도시 안에 공정무역 구역들을 선정하여 관리하는 등 그들이 공정무역에 투자하는 영역은 매우 많았다. 이런 모습을 우리나라 시청에서 볼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의 성장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가 런던 시청에서 배운 것들 중에는 우리나라 시청에서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좋았다. 한 예로 서울시가 공정무역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 한국인들에게는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공정무역을 매우 크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제적으로는 서울시의 이미지 개선이 될 테니 그 것만큼 좋은 수확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것을 서울시에 제출할 제안서에 넣을 생각을 하고 있다.

런던시청에서 마지막 기관 탐방이 끝나고 우리는 영국의 회사밀집지역인 Bank 지역에서 설문 조사를 또 한 번 실시하게 되었다. 이 곳 역시 공정무역을 아는 사람들의 비중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회사 근처라서 그런지, 그리고 퇴근시간이라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인지 설문조사에 응해주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것은 아쉬웠다.

마지막 기관 방문이 있던 날은 그렇게 끝났다. 이제 우리에겐 다음날과 그 다음날이 남아있었지만, 사실상 우리가 영국에 온 목표는 모두 달성한 셈이었다.

영국에 있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국'이지만 '영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다 보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수많은 유럽 나라들의 언어와 아랍어로 들리는 말들, 일본어와 중국어, 딱 한 번 한국어도 들었다. 그 만큼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인종이 몰리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국가였다. 그걸 보며 '누가 서울을 국제도시라고 했지?'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서울에서 한국어 외의 외국어가 들리는 것은 학원에서, 혹은 관광지에서 몇 번 들은 기억 뿐이었고, 그마저도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는 정말 듣기 힘들었다. 아직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에게 유럽국가나 미국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이, 더 나아가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개방된 사회가 되려면 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놀라웠던 것은 이 곳 사람들의 사교성이었다.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잠깐 본 것만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그 것도 대충 하는 것이 상대와 눈을 맞추며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려고 하는 그 태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지금까지 영국을 방문하며 내가 놀란 점과 실망한 점은 많았다. 이제 남은 것은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우월한 점을 우리나라와 연관지어 생각해보고, 내가 성장했을 때 그 것이 우리나라에 적용되도록 노력하는 것일 것이다. 국민 정서와 관련된 일은 내가 고치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외국인들이 하루에 본 사람의 70%를 차지하고, 전통의 멋을 도시와 융합시켜 첨단도시 서울과 전혀 다른 멋을 내는 영국 런던의 모습 등은 충분히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G20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발전된 나라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아직 개발도상국인 것을 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가 개발을 완전히 마치고 세계 강대국으로 우뚝 서는 것을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와 다른 희망누리 참여자 아이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수행해야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11일차: 영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우리는 다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숙소를 떠나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대영박물관에서 우리가 듣게될 4시간짜리 강의 때문이었다.

강의를 해주신 분은 전하연선생님이었는데, 첫시간에는 문화산업과 국가경쟁력을 연결지어 우리가 앞으로 지식을 쌓아야 할 방향을 설명해주셨다.처음에 그 분은우리나라에서는 억대를 넘는 미술작품들이서양에서 몇십만원정도의 평가를 받은 까닭을 아냐면서 강의를 시작하셨다.그 대답은 관점의 차이였다.유럽은 그림의 '예술적가치'를 따지지만 한국은그림의 '감정적가치'를 따진다는 말씀이었다.오랜시간 거슬러온 역사에 따라 한국은 소비자들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을 그림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럽은 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분은 본격적으로 경제에 관한 강의로 넘어가셨다.

문화와 경제는 사실상 비례 관계에 있다. 특히 문화에서는 중심문화에 편입이 되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가 뒤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시대에 그 어떤 사업보다 영화, 음악, 게임 등의 문화 산업이 중심이 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문화 산업의 특징은 '예측'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아무리 예측하려고 해도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따라 모든 것이 뒤바뀌는 문화산업은 그 예측을 보기좋게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창조산업의 이같은 점은 오늘날의 경제를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이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만들어 버렸다.

현재에는 굳이 창조산업이 아니더라도 창의성이 필요한 시기다. 나는 이 교훈을 그 분이 Marks&Spencers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때 깨달았다. M&S는 주로 중산층에 옷을 파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기업이 90년대 중반에 부도 위기를 맞았다. 유럽 사람들 사이에 개성이 중시되기 시작하면서 똑같은 옷을 쭉 전시해 놓은 M&S의 특성이 악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M&S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 것은 바로 여성 속옷을 파는 방법이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즉 특별한 개성이 필요하지 않은 여성 속옷을 팜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어필(appeal)한 것이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고대 에게 문명을 탐사했다. 대영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유물과 지도를 보며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

최근 '고대 4대 문명'이라고 불리우는 그룹에 '에게 문명'이 편입했다. 에게 문명은 그리스 주변의 섬 에게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중간에 있는 지형적 특성상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가 탐구한 것은 이 에게 문명의 발전과 그 문화재를 보면서 알 수 있는 발전과정 등이었다.

그 뒤에 들은 내용들은 모두 그리스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부분과 파르테논 신전 등을 지은 건축 양식에 관한 설명,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로제타 스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들 중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대영 박물관에 유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영박물관의 유물들이 영국이 약탈한 물품들이라고 알고 있고, 우리 또한 이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것이 아니었다. 영국인 유물 수집가들이 수집한 것을 기부하여 그 유물들로 운영하는 것으로, 영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약탈한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 말에 나는 '그 기부자들이 약탈했거나 했겠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국 정부의 탓이 아니라는 '진실' 자체는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일정도 강의 의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상당히 허전했다. 며칠 전만 해도 한국으로 간다는 마음은 기쁨이 더 컸지만 막상 떠나는 날이 되니 너무 허전했다. 그동안 우리와 계속 같이 지내오신 가이드 선생님과 든 정도 있었고, 영국의 멋진 거리와 화려하지 않지만 뭔가 사람을 정들게 하는 듯한 영국의 지하철 역. 이 모두와 헤어진 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던 모양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앞으로 끝내야 할 활동에 관한 두려움이 있었고, 영국을 떠나는 것에 관한 아쉬움이 있었고, 국내사전교육과 영국에서의 해외 탐방을 통해 나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새로운 나의 시작이 있었다.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희망누리의 본래 취지에 나는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을 배웠다. 이제 우리 팀에게,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은 우리가 배운 것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우리가 희망누리를 통해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것과 끝난 후에도 그 활동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대영 박물관의 건물 모습

이상은 내가 영국에서 탐방을 하며 하루하루 적은 일기를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영국에서 공정무역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 수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팀에게 남은 것은 희망누리를 통해 우리 팀이 얻은 협동심, 자발심, 그리고 목표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것을 온 세상이 알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의 활동이 여기에서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 팀은 팀원들끼리 영국에 다녀와서 약속을 했다. 희망누리 활동이 끝나고 중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모여서 한국에서의 공정무역 홍보를 돕고, 우리 힘으로 그것을 이루자고. 모든 일은 그것이 지속될 때 계속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탐방을 통하여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공정무역을 계속하기에 그 의미는 지속된다. 우리의 활동도 아무리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우리끼리 모여서 이 활동을 계속하면, 그만큼 의미는 더 깊어질 것이다.

우리 팀은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중학교 3학년생들은 특목고 준비 때문에 희망누리 활동을 해외 탐방 이후에 소홀히 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나와서 결과보고서까지 모두 끝낸 것.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 팀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 팀이 이루는 것과 그 의미도 더 많아질 것이다.

 

프로그램
희망누리체험단 (서울시 글로벌리더 양성 프로그램 4기)
참가국
영국
기간
국내사전 교육 3개월, 해외 탐방 10박11일(2010년 7월 19일 ~ 2010년 7월 31일)
비용
개인부담 996,000원, 그 외 비용은 서울시 및 미지센터에서 부담.
Tip!
처음 도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 그리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처음과 달라진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오리엔테이션 / 한국에서 주제 관련 국내사전교육 / 중간보고회 및 보고서 제출 / 해외 탐방 / 결과보고서 및 보고회
*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 참조 http://gleader.miz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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