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모로코에도 “IT꽃이 피었습니다!”
글쓴이 김진선     소속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4학년

날짜 10.09.08     조회 2552

국제활동 경험담
  •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
  • 2010년 여름방학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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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도 "IT꽃이 피었습니다!"

-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 김진선
  •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 2009년 8월 3일 ~ 9월 2일

2009년 여름에 행정안전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IT코리아로써, 세계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사업 중에 하나인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모로코 꼬뮨 NGO 기관에 파견되어 한 달간 지역 주민을 상대로 컴퓨터교육 및 한국문화교육 등에 대한 봉사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또한 모로코에 있는 동안, 수도 라바트 핫산 호텔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아프리카 각국이 참여한 아프리카 디지털 기회 포럼 행사 운영 스텝으로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나무에 눈을 가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라고외치며, 뒤를 돌아보면, 아직도 나의 소중한 모로코 친구들이 재미있는 몸짓으로 나를 보며, 멈추어 있을 것만 같은데…….
내일 아침에도 7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20분만 걸어가면, 나의 사랑하는 모로코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두 눈을 하고,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2009년 여름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의 일원으로 모로코 친구들과 아프리카의 강렬한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돌아왔다.

IT꽃씨를 머금고 힘차게 날아오르다.

_팀장에게서 온 합격소식 전화에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되묻던, 가슴 설레던 날도. 모로코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한가득 협찬 품을 받아오던 날들도. 3박 4일의 소양교육, 국회방송에 나간다고 인사동에서 전통선물을 사는 모습과 강의 리허설, 인터뷰 촬영이 있었던 많은 날들을 지나 드디어 우리 팀 라온아띠(좋은 친구들)출국 날이 확정 되었다.

사정상 파견기관이 늦게 공지가 되어, 거의 막바지 출국을 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대기 기간 동안 팀원들과 자주 모여 수업 계획과 문화 활동에 대해 더욱 세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 드디어 북아프리카의 빛나는 진주, 모로코행 비행기에 설레는 몸과 마음을 실었다. 수화물 제한이 30kg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많은 협찬 품들과 개개인의 짐까지 해서 4명 120kg이 나왔다. 처음부터 잘 맞아떨어지는 시작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 짐은 육중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해외인터넷쳥년봉사단의 이름으로 모로코에 가는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를 거쳐 카사블랑카로 17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했고, 낯선 아프리카에 발을 내딛었다. 날씨가 유난히 청명했다. 덥지만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하늘만큼 높은 야자수들이 큰 길을 따라 우리를 환영해주는 듯 했다. 마침 마중 나와 있던 기관관계자들은 승합차로 우리의 교육기관이 있는 Ain Aouda까지 데려다 주었다. 수도 라바트에서 20km 떨어진 작은 마을 Ain Aouda. 처음 떠올랐던 단어는 '허허벌판'이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드넓고 황량한 대지. 흙빛으로 가득한 꾸밈없는 시멘트 건물과 사막을 연상케 하는 공터들. 곳곳에 보이는 짐 실은 나귀와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말. 흙냄새 풍기는 사뭇 촌길에서 나는 참으로 편안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시작, 새롭게 펼쳐가는 어떤 기운

_우리는 기관에서 알아봐 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방 2개와 거실 부엌이 있는 구조. 아파트는 낡았지만, 나름대로 한 달간 버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더워서 등이 흠뻑 젖어 잠을 깨던 것, 찬물로 샤워하기가 힘들었던 것, 처음 보는 형태의 화장실, 간혹 여기 저기 바퀴벌레들이 출몰했던 날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들을 기관 관계자들이 구해다 주고, 옆집에 살았던 우리 학생의 가족들이 부엌용품들도 공수해주는 등 주위의 세심한 배려 덕택에 이 모든 것이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숙소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진 CSM이라는 NGO단체에서 빌린 교육장에서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교육장은 11대의 컴퓨터가 있는 컴퓨터실, 연극무대와 음악실, 태권도를 할 수 있는 체육실까지 갖춘 좋은 환경이었다. 숙소와 교육장을 모두 살펴본 후 기관관계자들과 다과를 함께하며 교육에 대한 계획 및 여러 가지 모로코에 대한 정보들을 나누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지쳐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때마침 1년에 한번 있다는 '판타지아'라는 축제의 지역장이 우리에게 식사초대를 했단다. 멀리서 온 이방인을 환영해주고, 구경시켜주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모로코의 전통음식들을 접해보고 손으로 먹는 그들의 관습도 열렬히 따라 해보는 등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다.

수업 첫날, 학생들을 볼 기대감을 안고 신나는 아침을 출발했다. 기관에서 도우미처럼 현지인 봉사자 한명이 항상 같이 다니게 해주었다. 그 친구는 대학생 봉사자로, 우리 아파트 거실에서 생활하며, 하루에 한 끼 정도의 식사를 해주고, 언제나 등하교를 함께하고, 이것저것을 안내해주고 도움을 많이 주었던 친구이다. 덕분에 낯선 시골등교길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전날 봉사단 현수막과 컴퓨터 점검 등을 마치고, 처음 맞이한 학생들은 중,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23명의 학생들에게 우리 팀에 대한 소개와 한국에 관한 영상을 틀어주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잘 모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상이 끝난 후 놀란 듯 박수의 갈채를 보내주었다. 나는 아직도 한국 홍보 영상을 보노라면, 가슴 한켠이 뜨거워진다. 다른 선진국을 경험할 때에는 몰랐지만, 개도국에 오게 되면 대한민국이 참 대단한 발전을 이룬 IT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실 벽 곳곳에 한국에 관한 포스터, 엽서, 지도 등을 정성스레 붙여 설명도 해주었다. 나중에는 수업 후 쉬는 시간마다 틀어주었던 한국가요에 대한 흥미도 높아져서, 들리는 발음대로 따라 부르고, 음악파일을 달라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따라 흥얼거리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모로코에 피어난 IT꽃

_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대화를 나눈 후 결정한 수업은 포토샵기초, 포토샵 중급반, HTML반 이렇게 3가지 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포토샵은 같은 내용이지만 기초반에는 불어수업, 중급반은 영어수업, HTML 또한 영어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출석부를 만들고, 수업에 앞서 한국에서 협찬 받아온 학용품세트와 USB, 노트, 한국홍보 브로슈어를 나누어주었다. 특히나 학생들은 모로코에서 USB는 질이 안 좋고 비싸다며, 2G의 용량에 놀라며 매우 고마워했다. USB로 숙제를 담아오고, 수업자료도 넣어가고, 노트에 필기도 하는 등의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가득 담아온 선물들을 나누어 주는 흡사 행복한 산타클로스가 된 것만 같았다.

우리 팀은 기파견자가 2명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수업 진행이 원활하였다. 주 4일은 컴퓨터 수업, 매주 금요일은 모든 반을 합쳐 문화 활동, 컴퓨터 수업은 포토샵 수업의 주 강사는 내가 했고, 다른 팀원이 HTML수업의 주강사가 되고, 나머지 2명은 보조강사, 언어담당은 통역을 맡았다. 모두들 컴퓨터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지만 간혹 한두 명 컴퓨터를 다뤄보지 못한 친구가 있었다. 게다가 불어,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아랍어사용)장난꾸러기인 탓에 팀원 한명이 옆에 붙어 직접 클릭하는 과정을 통해 개별 지도도 해주었다. 포토샵 수업은 학생들이 매우 흥미 있어 하였다. 처음부터 천천히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주었다. 3회 정도 기초를 가르쳐주고, 1회 정도는 배웠던 툴을 토대로 과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빠르게 해결해내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시범을 보여주며 꼼꼼히 한명씩 체크를 해주었더니, 나중에는 여러 가지로 응용하여 작업을 해냈다. 칠판에 단축키도 정리해서 써놓고, 항상 전날 배운 내용을 질문형식으로 복습을 하면,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척척 대답을 해냈다.

HTML수업은 어느 정도 컴퓨터와 친숙한 친구들이라서인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따라와 주었다.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여 동기 부여를 하고 수업을 진행하였고, 포토샵에서 소스를 제작하여 HTML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열정이 가득한 몇몇 친구들은 집에서 가르쳐준 내용을 복습, 응용하여 자발적으로 결과물을 다양하게 만들어와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나고, 열성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이 프로그램에 대해 보게 되어 수업을 참여했다는 학생은, 모로코에서 컴퓨터교육을 받기가 어려운데 이런 기회를 잡게 돼서 너무 고맙고 기쁘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비록 컴퓨터의 잦은 고장과 중간에 인터넷의 끊김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과 우리의 열정들이 모여 마지막에는 학생 개개인마다 작업해온 작품들을 모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고, 수료식 때에는 학생, 학생의 가족들이 모인 한자리에서 학생 대표 두 명이,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프레젠테이션하고 작업시범을 멋지게 보여주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게 되었다.

문화체험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의사소통

_다양한 영상을 통해 시간이 될 때마다 어김없이 IT-KOREA를 홍보해주었고, 대한민국의 IT사용현황 인터넷 문화 등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매주 맞는 문화의 날 금요일에는 태권도, 전통 민속놀이 등을 함께했다. 공기, 윷놀이, 제기를 준비해 가서 놀았는데, 공기는 이 나라에도 있는 놀이 문화라며, 잘하는 모습에 놀랐다. 제기차기는 어려워하고, 그나마 윷놀이에 흥미가 있었지만, 윷놀이의 규칙을 이해시키는데 조금 어려웠다. 태권도 수업시간은 학생들의 엄청난 열의를 보여주었다. 히잡을 쓴 여학생들도 수줍음 없이 열심히 하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수건돌리기 또한 많은 학생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술래에 잡혀 길게 늘어서 있기도 하고, 갖가지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멈춰있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긋한 어르신 관계자도 이런 모습을 보고 해맑게 다가오시며 어느새 같이 놀이를 함께 하고 있었다. 이러한 놀이 문화는 함께 하는 데에 그 맛이 있는 것 같았다.
수건돌리기를 할 때에는 학생들이 서로 자기 옆에 앉으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불어를 할 줄 몰랐지만, 학생들이 좋아해주고, 몸짓으로 이야기하며, 나에게 끝없는 관심으로 곁에 다가올 때는 그렇게 학생들이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화 활동을 통해 우리는 훨씬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신나는 놀이를 통해 온화하게 된 마음과 인간다운 색채를 띤 눈을 가지고 그들에게 경쾌한 목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즐거움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우리 모두는 즐거움을 나누었고, 나눌수록 갑절이 되었다. 그만큼 정이 들이 들며 서로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지만, 수업 절반이 넘어갈수록 헤어져야 하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아쉬움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아파도 웃을 수 있는 이유

_어느 날이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건강해 보이던 우리 팀원 두 명이 끙끙 앓기 시작한 것이다. 열이 많이 나고 잠도 못자서 병원에 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젖고 만 것이다. 뜨거운 햇살 탓에 일사병인지, 비교적 깨끗하지 못한 위생상태의 음식물 탓인지 여러 가지 원인이 추측되었다. 다행히 기관관계자의 도움으로 구급차가 오고, 같이 병원에 데려가 주시고, 이후로도 자주 찾아오시며 상태를 물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며, 꽃을 들고 문안을 오신분도 계셨다. 그 이후로 더욱 철저히 먹는 음식에 대한 위생에 신경을 썼다. 현지인들은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된다지만 우리는 언제나 물을 사먹었고, 부엌도 깨끗이, 같이 사는 현지인 도우미가 한 끼의 음식을 해주었지만, 위생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 점점 우리가 모든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 다음날 아픈 몸을 이끌고 수업을 간다는 팀원을 만류하고, 아프지 않았던 나와 다른 팀원 둘이 나가게 되었다. 학생들이 나머지 팀원의 안부를 물으며 소식을 듣고 많이 걱정하였다. 옆집 사는 학생은 아플 때 좋다는 차를 끓여 오며, 맑은 눈망울로 한없이 걱정하고 위로해주었다. 조촐하지만 드높은 영혼을 갖은 학생들의 배려에 고맙다는 말을 아무리해도 모자를 것만 같았다.

때로는 모로칸처럼

_아프리카이지만 아랍문화권인 모로코. 때마침 우리의 교육기간에 라마단이 끼어있었다. 무슬림에게 라마단이란 '더운 달' 이라는 뜻으로 약 한 달간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오후 6시 30분이 되어야 정해진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두세 시간 후에 점식식사를, 그리고 늦게 저녁식사를 한다. 낮 동안 먹지 못하는 탓에 그들은 예민해져있고, 곳곳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이슬람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한 달간 그렇게 금식하는 그들이 대단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하루 동안 우리 팀도 라마단을 체험하기로 하였다.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굉장히 환영하는 눈치였다. 덥고 건조한 날씨에 물을 못 먹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들의 라마단 때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디를 가나 시선집중을 받았다. 어린 아이들은 '시누아(불어로 중국인)'라고 놀리며 도망가기도 하였다. 예전에 중국인 노동자들이 여기서 많이 일을 했던 탓에 그들이 아는 아시아인은 중국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수도로 나가면, '곤니찌와'등의 일본어 세례를 받았다. 그럴 때면 본질적인 사명을 누리듯 큰소리로 '한국인입니다' 라고 외치고 다녔다. 불어로 그 문구만 외워서 말이다. 한두 번쯤 코리아라는 말을 듣긴 들었던 것 같다. 봉사단 파견으로 한국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수도에 학생들과 함께 구경하러 갈 때면, 우리는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고, 학생들은 듬직하게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며, 우리 주위를 살펴주었다. 그런 사실에 항상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덕택에 언제나 아무 사건, 사고 없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축제 행사에 초대도 많이 되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말의 행렬에 사람들이 총을 들고 타서 달려오며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판타지아'라는 행사도 구경하고, 양고기를 통째로 구운 음식과, 꾸스꾸스라는 달콤한 모로코음식들도 체험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학생들의 집 초대도 많아서, 못 갔던 집도 있었지만 모로코 대표전통음식 꾸스꾸스를 몇 번이고 먹어봤던 것 같다. 온가족이 모여 환영해주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내어주며, 해맑은 미소를 전해 받았던 기억들. 행복이란, 이런 곳에서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잔잔한 기쁨, 고마움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 아닌가 싶었다.

 

모로코에 계시던 나의 엄마

 

_메디네 엄마

학생 중에 아민, 메디 라는 형제가 있었다. 유난히도 우리를 잘 따랐던 그 형제네 집은 공교롭게도 우리 숙소에서 5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있었다. 어느 날은 우리를 초대한다고 하여, 가보았더니 다양한 빵과 다과 등을 한상을 차려놓고 맞아준다. 꼬맹이 여동생들 까지 맨발로 나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자주 오라고 하시며, 잠도 자고 가도 되고, 양변기 화장실을 써도 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가도 된다며, "여기는 이제부터 너희 집이다." 라고 하신다. 가슴속에 형언 못할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 모로코 전통음식을 종류별로 하시며, 그날 마다 불러서 꼭 먹이셨다. 그 때마다 접시마다 산해진미가 들어온 것만 같았다. 모로코에는 '헤나' 라고 하는 모로코의 전통 문화 중에 여자의 팔, 다리에 꽃문양 등을 그리는 것이 있다. 엄마는 헤나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를 불러서, 나와 팀원 지혜의 다리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셨다. 엄마는 사진 앨범도 보여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셨다 우리에게 항상 정말 예쁘고 착하다고 입이 닳도록 해주셨다. 나는 그녀를 '마망(엄마)' 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우리를 친자식처럼 생각해주셨다. 우리가 떠나기 바로 전날 저녁식사도 손수 엄마가 마련해 주셨다. 나는 생각했다. 바로 지금 이순간이 축복받은 시간이고, 천국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라고.

_바헤네 엄마

우리 옆집에 학생인 바헤와 와파라는 남매가 살고 있었다. "딩동딩동", 문을 열어보니, 꼬맹이 바헤가 커다란 접시에 모로코 전통음식을 해서 가져다준다. 누나 와파가 만들었다면서, 한가득 음식에 너무나 고마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에도 케이크를 만들어서 보내고, 빵도 만들어서 보냈다. 사랑을 듬뿍 담아.
어느 날은 수도꼭지 문제로 물바다가 된 우리 숙소에 나타나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또 어느 날은 우리 팀원 둘이 고열로 심하게 아팠을 때, 심각하게 걱정하며 아플 때 먹으면 좋다는 차를 들고 나타났던 그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주저 말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난 정말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라며, 이방인에게 손을 내밀던 그들.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다 주었던,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갖은 남매는, 그런 그들의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일까.
음식 한가득 만들어, 우리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것까지 배려하셔서 쌀을 첨가해 모로코 퓨전 요리로 우리를 위한 맞춤음식을 준비해주신 어머니, 모로코 전통 히잡에 관심을 갖는 우리에게 자신의 히잡들을 우리에게 해주시곤, 수도 라바트 재래시장에 우리를 이끌어 이것저것을 보여주시던 어머니, 금식기간 라마단동안 몰래 간식을 싸주시던 어머니, 언제나 볼 인사를 하시며 나를 한가득 품에 안고 토닥여주시던 어머니, 그리고는 헤어질 때 눈물을 너무나 많이 쏟던,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면서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으셨던 어머니, 나는 진정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본 것이다. 그 속에 빛나던 사랑만은 잊지 말아야 겠다.
나는 이 모든 것에 항상 감사했고, 아직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거기서 생활 하는 동안에 열렬한 응원자였던 그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 저 멀리 지구 건너편 모로코에도 나의 어머니는 있었던 것이다.

_이모 같았던 코이카 단원

어느 날은 멀리까지 코이카 단원의 방문이 있었다. 현지 대사관에서 안전관리, 상황 진행 등을 살피기 위해 오신 듯했다. 오랜만에 시골마을에서 한국인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 가없었다. 게다가 코이카 단원은 이모처럼 우리들을 챙겨주시고, 이야기도 들어주시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다양한 충고도 해주셨다. 그리고는 생수와 휴지를 양껏 사서 우리 숙소에 놓고 가셨다. 뿐만 아니라 수도 라바트에서 DOF행사 때에도 행사스케줄 때문에 점심을 거르게 된 우리에게 햄버거를 사서 넣어주시며, 라마단이니 숨어서 잘 먹으라고 전해주시고, 말 못할 사소한 것까지 소소히 배려해주셔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사하다. 긴 봉사자로의 생활체험에서 우러난 소박일까? 봉사자라면 이렇게 무엇보다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녀에게서 배웠고, 인간의 신뢰, 성실성도 머리가 아닌 가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실로 의미를 채우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만 같았다.

이별 앞에서

삶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라던데, 이별은 아직도 내게 힘든 일이다. 그 날이 다가왔다. 근 한 달간 우리를 도왔던 도우미 친구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수료식 리허설을 한다고 바쁘다. 가수 ,밴드까지 초청하고, 온가족을 부른다고 하니 제법 거창한 수료식이 되는 모양이다. 라마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밤 9시에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수료식은 교육장에 무대가 있는 연극 실에서 열렸다. 장막이 무대를 가리고, 많은 가족들이 자리를 채우자 제법 근사한 행사가 될 것만 같았다. 시작 전 학생 대표가 코란 경전을 외우고, 행사 소개, 우리 팀 소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가수의 축하무대, 학생들의 출결과 작품완성도, 성실성 등을 종합평가한 시상식 등이 이어졌다.

많은 관중 앞에서 무대에 올라가 팀원 각자 인사를 하는 순간이었다. 내 차례가 제일 마지막이었는데, 몇 마디 하지 못하고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나와버렸다. 기껏 연습한 불어로 저녁인사를 시작하려는데 실수로 헤어질 때 하는 인사를 해버린 것이다.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웃음바이러스가 온 몸에 퍼졌고, 관중석에서 팀원이 목청껏 '울지마!' 라는 말을 외치는 바람에 울음도 웃음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온통 웃음바다가 되고, 큰 웃음을 주어서 행복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로 겨우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수료식이 끝나고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하며, 내 품에 안겨 그 큰 눈에서 하염없이 나오던 학생 사파의 눈물. 막바지에 아파서 안쓰러웠던 와파의 멈추지 않던 눈물도 모두 내 가슴을 적셨다. 서로 열린 가슴으로 믿을 때 우리의 우정은 진실이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 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작은 선물과 편지들, 기관에서 준 선물들, 어린학생의 코묻은 축구선수스티커, 귀걸이 선물 등 나름대로의 고마움의 표시, 그것들을 보며 지금도 그들을 추억할 수 있다. '쥬뗌므(불어로 사랑합니다.)' '오헤보까(아랍어로 사랑합니다.)' 평소에는 하지 못한 내 맘 깊숙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아프리카의 IT 오아시스가 되어(DOF/IAC)

수료식까지 모두 마치고, 1박 2일간 아프리카 디지털 기회 포럼(DOF2009)행사와 정보접근센터 개소식(IAC)에 참석하기위해 수도 라바트로 향했다. 며칠 전 NIA(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직원분이 우리기관에 찾아와서 미리 행사에 대해 공지를 해주셨다. 마련해준 호텔에 짐을 풀고, 모로코에 같이 파견되어 있던 KB.COM팀과 함께 행사를 돕게 되었다. 도착한 날 한국정보화진흥원장님께서 점심도 사주시고, 격려도 해주셨다. 저녁때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님과 만찬을 가졌다. 나는 장관님 오른쪽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장관님께서 농담도 잘하시고, 재미있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바로 전날 한쪽 손과 발에 잔뜩 그려진 헤나가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장관님께서 예쁘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들에게 고생한다며 힘내라고 홍삼선물도 준비해주셔서 감사했다.

DOF는 개도국 정보화전문가 초청연수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정보통신 관련 장차관, 전문가, 삼성SDS, LGCNS, C&C, KT등 우리나라 IT계를 이끌어가는 대기업들이 참여해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큰 의미를 갖는 중요한 행사이다. 현수막도 달고, 의자도 나르는 등의 준비에 분주했다. 행사가 시작하면, 각국 장차관의 호텔체크인부터 에스코트까지 맡아야 했고, 참여하는 손님들의 안내 및 네임텍 제작 등의 일도 도맡았다. 국제무대에서 몸소 행사를 지켜보니, 우리나라가 IT강국이긴 강국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자랑스러움과 함께 커다란 뿌듯함이 찾아왔다.

이후 한-모로코 인터넷 플라자라고 이름 지은 정보접근센터 개소식에 가게 되었다. 모로코 국영방송국들에서 많은 카메라가 왔고,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우리 정부는 이미 18개 개도국에 정보접근센터를 구축해 주었다. 아프리카 국가는 이번이 6번째다. 이 센터는 한국 ICT 홍보의 장이자 개도국 정보화 인력양성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 될 것이다. LCD 모니터와 함께 높은 사양들의 컴퓨터들이 나란히 있고, 한글로 크게 한국이 모로코에 기증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보고 또 한 번 가슴이 벅차올랐다. 넓은 안목으로 바라본 이러한 국제적인 공헌들은 국가브랜드 홍보에 아주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러한 국제 활동 속에서 아프리카 각국들이 한국을 우호적으로 볼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 우리가 모로코에 있는 동안 이런 중요한 행사가 일어나 도울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타지에서 그 많은 행사를 위해 온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생판 처음 보는 사람도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 생애 단 한번 오는 2009년이라는 숫자는 너무 가슴 벅차고, 숨 막히고 타는 듯한 뜨거움을 전해 줘도, 저 멀리 나를 비추는 해는 여전히 아름답다.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기에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이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아름답고 맑은 영혼 속에서 또 한 번 나는 삶의 보람을 느낀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프리카의 태양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배웠고, 향기를 담은 바람에서 삶의 보람을 배웠다. 이것은 또 이번 봉사활동이 내게 가져다주는 선물이거니.
올 여름 봉사 활동을 통해 나는 또 다른 언어에 유창해 질 수 있었다. '배려하는 마음' 이라는, 읽고, 쓸 수 없는 언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만국 공통어인 듯하다. 한마디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아주 고귀한 말, 배움이 없이 우리가 날 때부터 잘 알고 있는 언어. 내 주위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가져다주던 충만함을 나는 잊지 못한다.
모로코인들은 개발도상국이지만 단순하면서도 가난하되,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삶을 살고 있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그렇게 하면서 풍요로워진다. 버튼 한 개만 눌러도 세탁이 되고, 음식이 되고, 이런 편리한 환경을 당연하다고만 여기여, 우리는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한 번 IT강국, 대한의 청년이라는 사실에도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인생에 희열, 행복을 주는 것은 진실로 보람 있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으로 간 이 소중했던 한 달에 감사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 내 지나간 삶의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들을 영화필름에 담는다면 나의 2009년 모로코에서의 여름은 따스하고 행복했던 경험과 열정으로 가득한 컬러무비라 하겠다.

프로그램
2009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참가국
모로코
기간
2009년 8월 3일 ~ 9월 2일 (약 1달간)
비용
국가전액지원(항공료, 체재비, 문화활동지원비, 숙박비, 보험료등)
활동개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이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추진하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은 정보화후발국가의 정보격차해소, 한국의 정보화현황및 IT산업홍보, IT인적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국내 IT산업의 해외진출 기반 구축 및 디지털 한류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사업정보

1.개요

우리의 전략대상국가중 정보화 후발국 20여 개국에 대학생, 교수 등 IT전문가로 구성된 400여명의 정보화 전문가를 파견

파견규모 20여 개국 400여명 파견
파견지역 아시아, 태평양, 구소연방(CIS권),동유럽, 중동, 중남미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
파견시기
및 기간
7,8월 중(약1개월)
팀 구성 4인 1팀(IT담당 2명, 언어담당1명, 문화담당1명)
봉사활동내용 컴퓨터, 인터넷교육,PC 및 네트워크 정비, 홈페이지 제작 지원, IT Korea 및 우리문화홍보, IT분야 인적네트워크 구축

 

2.지원내용

왕복항공권 왕복항공권 지원
가입내용 여행자보험/긴급의료 서비스가입
체재비지급 평균 약 45만원(4주)
지원 장비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각종 소프트웨어 ( 활동 종료 후 현지 봉사대상기관에 기증)
교재
및 홍보자료
정보화 교재 및 한국어 교재, 봉사단 가이드북, 정 보화교수법, IT코리아 홍보 CD, 한국문화 홍보CD등
봉사단소모품 유니폼, 모자, 배낭, 명찰, 태극기, 봉사단기, 현수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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