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활동경험담

여행일지 공정여행 원칙으로 되돌아보는 히말라야 여행기
글쓴이 박아람     소속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날짜 10.06.07     조회 4838

 

 

 

 

무엇을 가져왔고, 무엇을 풀어놓을 것인가. 언제부턴가 여행을 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2010년 2월에 글로벌 복지 수업의 연장선으로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에서 주관하는 네팔여행을 다녀왔다. 이름하여 '오 히말라야!' 그 주제는 일반적인 관광이나 트레킹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호흡하고 관계하고 나눠볼 수 있는 사람, 문화, 자연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여행으로의 초대라고 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배운 것을 내 삶 안에 풀어놓기 위해 노력중이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일까. 함께 여행간 사람 중에 귀호라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일상을 탈피하고자 여행을 왔는데, 또 다른 이의 일상에 들어와 버렸다." 그의 말처럼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탈피하여 또 다른 이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게 여행이 아닐까. 또 다른 삶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여행이라면 이번 여행은 어땠을까.
과연 그들과 함께 어울리려 노력은 했을까?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기는 했을까? 혹여 방관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판단하려하지는 않았나? 우리만의 이기심으로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나? 특별한 손님으로 가서 민폐를 끼친 건 아닌가? 하는 물음들이 나를 괴롭힌다.
실제로 공정여행이란, 관계하는 여행이다. 내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이 공정여행의 출발점이었음을 다녀와서 알게 되었다. 공정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이 '떠남'이 아니라 '만남'임을,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임을, '소비'가 아니라 '관계'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 공정여행이다. 즉, 우리가 여행을 떠나 도착하는 곳은 무인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며 마을이며 일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데서 공정여행은 출발한다.
그렇다면 공정여행의 원칙을 살펴보고, 나의 여행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4.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깍지 않기
5.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6.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7.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8.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9.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아홉가지 원칙에서 살펴보았듯이, 공정여행은 떠나기 전에 꼼꼼히 묻고 따지며 하나하나 결정해 가는 여행이다. 그래서 공정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우리가 여행하는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위해 누군가의 해안을 빼앗고 숲을 파괴하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정당한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노동의 대가 또한 정당하게 지불되는 공정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쉼과 여유, 지역의 문화를 파괴하고 소비와 향락의 문화로 물들이는 여행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을 떠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동등한 관계를 통해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을 말한다.(임영신 평화운동가 대안의 여행 공정여행을 찾아서)
나는 과연 이 사항들을 잘 지켰을까? 아니다. 가장 후회되고 반성이 되는 항목이 있다. 바로 1번 '지구를 돌보는 여행'이다. 우린 트레킹을 위해 많은 것들을 챙겨갔다. 가방 한 가득 사탕과 과자거리, 중간 중간 먹을 라면과 음식들, 물티슈... 등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것들을 먹고 남겨진 쓰레기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방을 꽉 채웠던 짐들이 점점 가벼워졌다. 물론 길거리에 버리지 않았다. 숙소에 버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추측컨대, 태웠을 것이다.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가 나를 괴롭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땀 흘린 우리의 몸을 청결히 하기 위해 따또빠니(뜨거운 물)를 끊임없이 원했다. 우리의 뜨거운 물을 위해 히말라야의 숲에선 매일 세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는 것도 모르고,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물을 받아 샤워를 했다. 부족하다고, 더 달라고 하면서.....
우리는 어떤 여행을 하였는가. 물론, 안 씻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고민을 하였는가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내가 처음에 이 여행에 끌린 이유는 공정여행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1번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자연스레 지켰다. 현지어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그 지역에서 나는 것들을 사용하였다. 지역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 맺기에서는 으뜸이었다. 사람들과 호흡하고 관계하고 나눠볼 수 있는 사람, 문화, 자연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여행으로의 초대였기 때문에.
하지만 여행에 참가한 자들이 공정여행에 대한 의식을 갖고, 함께 고민을 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샤워할 때 쓰는 물에 대해서, 우리가 쓰는 샴푸, 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이용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고민하지 않은 공정여행, 과연 공정여행이라 할 수 있는가.
난 그곳에서 자연을 만났다.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자연이 있기에 인간이 존재함을 배웠다. 그 사실을 우리가 엽신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인간의 자만과 이기심으로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지 않나, 거대한 히말라야가 아파하고 있지는 않나
산에 올라가면서 보이는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들, 산행을 하면서 먹은 과자 봉지를 산에 그대로 버리고 오는 사람들, 나 혼자 편하자고 무심코 써버리는 샴푸들, 다 타버려 새까만 흔적만 있는 앙상한 나무들, 나 혼자 편하자고 몇 백 년이 지나야 겨우 썩는 비닐봉지들을 버리고,
무심코 지나가기엔 히말라야가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자연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 건 아닌가. 그곳이 좋기는 하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우리의 그런 이기심으로 계속 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우리가 카트만두로 가는 발걸음 자체로 그곳이 아파하고 있지는 않은가. 즐거웠지만,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나의 이런 고민에 답을 주신 분이 있다. 우리의 여행을 주도 했던 심한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여행의 목적은 돌아오기 위함이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돌아와서 다시 살아가는 힘이다. 공정여행, 역시 한 번의 여행으로 모든 것을 채울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여행이 아니라 의도적 프로그램이다. 자발성이 근거해야 하고 또 돌아와서의 통찰로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삶의 일상들을, 공정여행에서 말하는 의도들을 스스로 통찰하며 채워가야 한다. 그러기에 작은 것, 가능한 것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것이 지켜야 할 규칙이 되어 버리는 순간, 또 다른 억압이 돌아온다. 여행에 돌아와서도 삶의 고민이 연결되고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노력이 있을 때, 그것이 아름다운 여행이다.
우리에게 '공정'이란 것은 쌍방향이어야 한다. 그들의 삶과 생각과 태도와 만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교감들이 원칙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대신할 것이다.
무엇이 공정여행인가? 정답은 없다. 여행자의 선택이며 제자리로 돌아와서의 삶의 태도가 공정여행의 의미를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곳에서 돌아와 공정여행이라는 키워드로 나의 삶을 고민하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난 내 인생의 좌우명을 얻어왔다. "긴 호흡으로, 길고, 천천히"라는 내 인생의 좌표가 되어줄 좌우명을 말이다.
산행 첫 날, 몇 년 만에 하는 산행이었고, 운동이라곤 담을 쌓고 지냈던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산행을 한 것이라 나의 체력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산행을 시작했었다. 앞서가는 사람의 발걸음에 맞추려 했었고,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게 두려워 속도를 내어 가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숨이 목까지 차서 더 자주 쉬게 되었고, 더욱 더 더디게 올라갈 뿐이었다.
산행 둘째 날, 내 몸에 귀를 기울였다. 내 호흡에 집중을 했고, 나의 몸 상태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천천히, 한 걸을 한 걸음을 뗐다. 앞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가로질러가도 욕심을 내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고, 천천히 나의 상태에 맞추어 앞으로 향했다. 결과는 어제보다 좋다.
사람들은 남을 따라가려 한다. 그래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소화하지도 못한 상태로 속도를 내어 발을 맞추려 한다. 남이 하는 대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선 무지각한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엔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쓰러지게 될 것이란 걸 나는 몰랐다. 내가 즐겁게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나의 속도에 맞추어, 욕심 부리지 않고 가야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난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내 또래들에 비해 배우는 것도 느리고, 이해하는 것도 느렸다. 근데 똑같이 해야 하니까.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으니까. 그때 끝내야만 한다고 다들 그랬으니까.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급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넘어가기도 했고, 수를 써서라도, 겉모습이라도 같아지려고 많은 것들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욕심 부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끝까지 가야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든 바로 앞에 있는 것보다는 멀리보고, 천천히 가야지. 긴 호흡으로 먼 길 기쁘게, 그렇게 가야지. 비스따-레이 자웅(네팔어로 천천히 갑시다) !
시간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했었나?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배웠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내 안에는 수많은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항상 어딘가를 다녀오면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련다. 훗날 이 경험들이 나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이어질 테니까. 이어가기는 항상 나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공정한 여행에서 공정한 일상으로 공정한 일상은 다시 공정한 세상으로,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가국
네팔 (Nepal)
기간
2010년 2월 12일 ~ 26일
비용
170만원
Tip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회원이 되면 "오~히말라야"를 통해 네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
12(금) * 카트만두 공항 도착 (2:00)
* 3개팀 나누어 타멜 탐험 &저녁
* 트레킹 짐싸기
13(토) * 카트만두→지리 출발 (am 8:30) _버스로 이동
* 지리도착 및 휴식 (pm 4:00)
14(일) * 지리출발 (am 9:00) _ 트레킹 시작
* 시바라야 도착 및 휴식(pm 2:00) - 사원탐사, 마을탐사 등등
15(월) * 시바라야 출발 (am 9:00)
* 번달 도착 및 휴식 (pm 4:00) - 시장구경 다니기
16(화) * 번달 출발 (am 7:30)
* 골리(켑츄카) 도착 (pm 5:00)
17(수) * PK 출발(베이스캠프)
18(목) * PK(4100m) 일출 보고, 골리도착 - 씻고 쉬고..결혼식 파티 참석
19(금) * 도서관 아이들과 운동회. 홈스테이 가족과 마지막 저녁식사
20(토) * 골리마을 출발 (am 7:30)
* 데우랄리 도착 (pm 5:00)
21(일) * 카트만두로 출발 (am 7:00)
* 카트만두 도착 (pm 6:00)
22(월) * 호텔 체크아웃 (am 11:00까지)
* 자유여행 시작
23(화)~24(수)
~ 자유여행
25일(목) * 셕티호텔로 귀환 (pm 4:00까지)
* 네팔에서의 마지막 파티
26(금) * 튜리뷰반 공항으로
* 인천공항 도착 ( 늦은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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